본문 바로가기
삶의단상/일본에살아보니

자전거에 점령당한 인도(人道)

by 竹溪(죽계) 2006. 5. 3.
728x90
 

자전거에 점령당한 인도(人道)


일본은 자동차가 왼쪽으로 다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곳에 살면서는 자동차 살 엄두를 내기가 무척 어렵다. 교차점에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회전을 해야 하는 것이 매우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가 오른쪽으로 다니는 문화권에서 살던 사람은 유사시에 습관적으로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어서 피하게 되는데, 일본에서 이렇게 하다가는 중앙선을 넘게 되어 엄청난 사고를 당할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 외출 할 때 필자는 상당히 먼 거리를 걸어가서 전철이나 지하철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 때 가장 무서운 것이 뒤에서 오는 자전거이다. 앞과 뒤에서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자전거를 피해가면서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의 아시아문화권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전거가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도 자전거는 단거리를 이동할 때 쓰는 핵심 교통수단이 된다.


일본에 자전거가 얼마나 많은지를 잘 알 수 있는 곳은 지하철이나 전철역 앞인데, 출근시간이 지난 후에 지하철이나 전철의 역 앞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에 가보면 입추의 여지 없이 들어찬 자전거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전거는 출퇴근 시간에 전철역 까지 타고 가는 교통수단이 되기도 하고, 주부들이 시장을 볼 때도 사용한다. 그리고 중등학교 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이 학교에 갈 때도 자전거를 이용하여 등교를 한다. 그러므로 일본 어디를 가더라도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자전거가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자전거는 자동차처럼 경찰서에 등록을 하도록 되어 있다. 등록을 한 자전거는 등록번호가 적인 딱지를 자전거에 붙여야 하고, 경찰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보여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일본은 자전거에 대한 소유권과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데, 최근에는 자전거로 인한 인사사고가 줄을 잇고 있어서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전거는 인도를 주로 이용하는데, 사람이 자전거를 피해서 걸어야 하는데,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본에 자전거로 인한 사고가 많이 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잘못하는 것에 있지만 좁은 인도 역시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일본은 자전거는 많지만 자전거도로는 따로 만들지 않은데다가 인도가 매우 좁기 때문이다.


일본을 와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이곳은 사람이 아주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니면 인도가 매우 좁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도 부산의 동래나 인천의 구도로 같은 곳에 가보면 인도가 없는 길이 많은데, 이것은 모두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면 된다.


사람이 다니는 빈도에 따라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은 인도를 좁게 만드는 것이 경제적일지는 모르지만 그런 길을 걸어가야 하는 보행자에게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더구나 자전거까지 합세를 하여 비켜달라고 까지 하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좁은 길을 걸어가노라면 뒤에서 언제 자전거가 올지 몰라 늘 노심초사하면서 걸어야 하고, 어떤 경우는 뒤에서 갑자기 나는 따릉따릉 소리에 깜짝 놀라서 황급히 길옆으로 비키게 된다. 좁디좁은 인도에서 이처럼 자전거를 피하면서 걸어야 하는 일은 보통 성가신 것이 아니다. 인도를 걸으면서도 늘 뒤에 신경을 써야 하는 곳이 바로 일본인 것이다.


그런데, 자전거는 뒤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끊임없이 오는데, 이들은 아무리 좁은 길이라도 자전거에서 내리는 법이 없기 때문에 충돌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길옆으로 비켜서는 것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런 자전거 중에서도 가장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젊은이들이 타는 폭주자전거인데, 이들은 핸드폰을 한 손에 들고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타기도 하고, 만화책 같은 것을 앞에 펼쳐놓은 상태에서 그것을 보면서 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속도를 빨리 하기 때문에 사고의 매우 위험이 높다.


아주 심한 경우는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또 한 손으로는 핸드폰 문자를 확인하면서 팔꿈치로 핸들을 잡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사람과 충돌을 해서 사고가 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얼마 전에는 청소년이 자전거를 타고가다 71세나는 할머니를 치어 넘어뜨려 죽인 사고도 있었고, 도로에서 가로수 가지치기를 하는 인부의 사다리를 들이받아서 사다리가 넘어지는 바람에 그 인부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어버린 사고도 일어난 적이 있었다.


자전거의 난폭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최근 10년 사이에 수십 배로 증가했다고 뉴스는 전하고 있는데, 이것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까지 대두되자 이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뉴스에 의하면 일본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경차량에 해당된다고 한다. 경차량이라는 것은 인도로 다닐 수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가 인도를 다닐 때는 어디까지나 보행자가 우선이며 우선적으로 보행자를 보호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으니 필자가 길을 갈 때도 바로 뒤에 와서 따릉따릉 거리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아무 소리도 없이 바로 뒤에까지 붙여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경우도 허다하였다.

자전거사고가 이처럼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자전거로 인한 인사사고가 나면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뉴스는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전거가 사람과 충돌했을 경우 얼마 정도의 충격이 가해지는가도 보여주는데, 놀랍게도 충돌할 때의 무게는 500Kg이나 된다고 하였다.


이런 정도라면 길을 가다가 자전거와 정면으로 충돌하면 넘어져서 뇌진탕을 일으켜 죽음에 까지 이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법은 있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고 보행자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일본의 자전거문화를 보면서 필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공해가 없고 안전한 자전거 타기를 많이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일본과 같은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으므로 처음부터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자전거 타는 문화를 보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전거는 인도로 다니지 못하게 하고, 자전거가 많이 다니는 곳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주며, 보행자와 부딪쳤을 때는 무조건 자전거 탄 사람이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 등이 우선적으로 정비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자전거 주차장 설비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진다면 자전거 타기 문화는 경제적인 측면, 건강의 측면, 공해의 측면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이런 문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나라의 자전거문화를 올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