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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단상/일본에살아보니

잔인한 여성중심의 사회

by 竹溪(죽계) 2006.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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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인한 여성중심의 사회

 

일본 생활이 세 번째인 필자는 이제 어느 정도는 일본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말을 알아듣고 보니 그전에는 몰랐던 일본의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와서 새롭게 안 것으로 첫 번째를 꼽는다면 일본은 철저한 여성중심사회라는 사실이 될 것 같다.


일본여자들이 무섭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소문으로 많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살면서 보니 필자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라고 생각되었다. 이런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회현상이 바로 숙년(熟年)이혼이라고 하는 황혼이혼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황혼이혼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을 만큼 흔히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황혼이혼은 방법과 성격에 있어서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놀라움과 경악스러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필자가 본 황혼이혼 중에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다. 2005년 10월경에 어느 여배우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상대 남편은 20여 년 전에 일본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미토고몽’이라는 시대극에서 ‘각상’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탤런트였다.


그 사람은 탤런트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정년퇴임을 일 년도 남겨놓지 않은 나이인 64세에 이혼소송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부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게 된 이유를 텔레비전에 나와서 발표했는데, 생활비도 주지 않는데다가, 다른 여자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2006년 3월에 이혼소송은 끝이 났고, 부인은 엄청난 금액의 위자료를 받았다고 뉴스에서는 보도했다. 그런데, 그런 결정이 난 직후 인터뷰를 한 부인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엄청난 고통을 당해왔기 때문에 어렵게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던 여배우는 하늘로 날아오를 듯이 기쁜 표정이었는데, 그에 반해 이혼당한 남편의 표정은 불쌍할 정도로 처량한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것을 얼굴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황혼이혼이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이 연예인들의 경우인데, 무명의 여성연예인이 인기절정의 남성연예인과 결혼하여 성공한 다음 이혼을 하고 홀로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뉴스거리 중의 하나이다.


위에서 예로 든 것은 연예인의 황혼이혼에 대한 것들인데, 일본에서는 이런 방식의 황혼이혼이 매우 일반화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는 것이다. 몇 년을 기다려서 이혼을 했다느니 하는 식의 이야기는 일본여성들에게 있어서는 전혀 부끄러운 이야기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므로 남자의 정년 직전에 이혼을 하는 일본의 황혼이혼은 언론에 공개되는 연예인들의 황혼이혼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만연되어 있는 하나의 사회현상이라는 사실에서 볼 때 일본 여성들의 인내와 끈기, 그리고 표독스러움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위의 사례에서 볼 때, 젊었을 당시에는 서로 사랑한다고 해서 결혼했고 아이도 낳았던 일본의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서는 남자를 매우 귀찮아하며,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버린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황혼이혼에서 보여지는 여성 중심의 이러한 현상은 젊은 사람들에게서부터 그 싹이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차림새를 보면 나이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여성들은 명품을 하나씩 들고 있거나 입고 있는데 비해, 남성의 경우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나이가 든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극명하게 양극화되어 나타나는데, 60대를 넘긴 할아버지가 차림을 곱게 하고 명품을 입거나 들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중년의 여성들이나 노년의 할머니들을 보면 몸에 입거나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거의 명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든 남자 노인들은 옷차림도 추레한데다가 주로 혼자서 외롭게 다니는데 비해 여자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아주 즐겁게 거리를 활보 하고 있는 모양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데, 이런 모습들에서 일본사회가 철저하게 여성 중심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는 것이다.


젊었을 때 남성은 열심히 일해서 사회적으로 출세하여 부인과 자식을 부양하면서 살지만 나이가 들면 아이들과 부인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귀찮은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 일본사회의 기본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잔인한 것은 남성이 정년을 맞기 바로 직전에 이혼을 제기하는 것 인데, 이 과정에서 퇴직금과 연봉 등을 위자료로 지불하고 나면 남성은 거의 빈털터리가 된다는 사실이다. 돈 없는 노년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운가를 일본의 남자노인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종족을 번식하는 수단으로만 숫놈을 활용하는 벌의 사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일본사회를 보면서 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왜 일본 여자들이 무섭다고 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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