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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신조어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나는 과연 신조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법하다.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나는 남들과 비교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하는 생각도 든다.
경향신문 주말팀은 나이대별로 신조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5개 그룹에게 ‘신조어 테스트’를 했다. 중학교 3학년 여학생, 국문과 대학생, 20대 여자회사원, 중년 남성, 중년 여성 등 각 그룹별로 10명씩, 총 50명에게 50문제(각 2점)에 대한 답을 받았다. 이들은 신조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신조어는 20대가 접수한다
평균점수가 가장 높은 그룹은 국문과 대학생이었다. 78.2점. 20대 여회사원 그룹도 74.8점으로 바로 뒤를 따랐다. 두 그룹의 평균 나이는 각각 24세와 27세로 20대 중반이 신조어에 가장 밝음을 보여줬다. 20대 만큼이나 신조어를 잘 알것 같은 중3 여학생 그룹은 20대보다 평균 10점 이상 낮았다. 중년 남성 그룹(평균 44세)은 50점을 간신히 넘었으며, 50대 중반의 중년 여성 그룹은 36점으로 가장 낮았다.
20대가 신조어와 가장 친한 이유는 이들이 통신용어와 시사 신조어를 두루두루 아는 세대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중학생 그룹은 고딩(고등학생)·담탱(담임선생님)·야자(야간자율학습) 등과 같은 학교 관련 단어, 아뒤(아이디)·비번(비밀번호)·ㅋㄷㅋㄷ(키득키득)·아바타 등의 통신용어가 나온 문제는 전원이 답을 맞혔다. 반면 얼리아답터는 한명도 맞히지 못했다. 빌딩타기·공포학번도 2명만 알고 있었다. 아침형인간과 귀차니스트의 정답률도 저조했다. 시사용어나 직장생활 관련 경제용어에 약한 모습이다.
#같은 20대지만 직장인과 학생은 달랐다
20대 여사원 그룹과 대학생 그룹의 정답률은 비슷했지만 그 내용은 사뭇 차이났다. 통신용 인사말을 묻는 1번 문제를 대학생 그룹에서는 7명이 맞힌 것에 비해 직장인 그룹에서는 3명밖에 알지 못했다. ‘즐’은 한명도 맞히지 못했다. 성형놀이·자방하시오 등 인터넷 관련 신조어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반면 아침형인간은 주관식이었는데도 전원이 정확히 답을 적어 경쟁의 최첨단에 내몰린 직장임을 확인시켜줬다. 전반적으로 정답률이 낮은 얼리아답터는 여사원 중 8명이 답을 알고 있었던 것에 반해 대학생은 2명에 그쳤다. 얼리아답터는 경제력이 있고 유행에 민감해야 될 수 있는 것이기에 아무래도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중년들도 알 건 안다
중년 남성 그룹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신조어나 자녀 관련 신조어에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기러기 엄마·모바일 오피스족·유리지갑·디카족·힐리스족 등의 신조어는 익숙했다. 반면 인터넷 언어 부문에서 정답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이모티콘·블로그·자방하다·방법하다 등의 단어는 각각 1명씩만 알았다. 하이루·즐감 등을 묻는 문제는 각각 3명과 2명만 답을 맞혔다. 발리러버·다모폐인 등 인기 드라마 관련 신조어를 아는 사람도 적었다.
중년 여성 그룹은 맞힌 문제와 맞히지 못하는 문제가 확연히 갈렸다. 당근·얼큰이·디카족·명품계 등 이미 널리 알려진 신조어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제에서는 정답률이 낮았다. 블로그·등수놀이·공구·방법하다·원츄 등 인터넷 용어와 아침형인간 등 시사 관련 신조어는 거의 맞히지 못했다. 직장생활하면서 아이 키우는 여성을 일컫는 ‘슈퍼맘’은 모두 틀렸다. 전업주부가 대부분인 이들과는 다른 세대를 일컫는 용어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53세의 주부가 60점이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고 60대의 한 주부는 8점을 얻었다. 최고득점과 최저득점의 차이가 가장 많이 난 그룹이다.
#몸짱 아줌마는 메트로 섹슈얼?
‘메트로섹슈얼’을 맞힌 사람은 50명 중 19명으로, 정답률이 낮은 편이었는데 틀린 답의 대부분은 ‘몸짱 아줌마’를 꼽았다. 중년 남성은 5명이나 몸짱 아줌마를 골랐다. 멋부리는 남자를 뜻하는 이 단어를 반대로 해석해 남자처럼 근육을 키우며 운동하는 여자로 착각한 듯하다. 여중생 그룹에서는 골룸을 메트로섹슈얼로 여러명이 꼽았다. 영어 단어를 보고 성별 구분이 애매한 골룸의 이미지를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가장 어린 여중생 그룹에서 독특한 답이 많이 나왔는데 ‘개인 휴대전화나 휴대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일하는 사람’에 대한 답으로(정답은 모바일오피스족) 유니섹스족(남녀구별이 없는 풍조를 뜻함)을 많이 꼽았다. 국어나 영어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어휘력이 풍부하지 못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침형인간을 묻는 주관식 문제에 대한 답으로 중년 여성들 가운데서 새벽형인간을, 중년 남성 중에는 모닝족을 쓰기도 했다. 귀차니스트를 묻는 질문에는 폐인이라고 유사답을 쓰거나 굼벵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사람도 있었다. 2명은 웰빙족이라고 썼다.
#오래된 신조어는 신조어가 아니다
50명 전원이 알고 있는 신조어는 ‘당근’이었다. 신조어라고 하기엔 어색할 정도로 일상 단어의 수준에 올랐다. ‘얼큰이’도 1명을 빼고는 모두 알고 있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얼큰이는 일부를 놀리는 단어로, 중년 이상의 세대에서는 바로 자신의 모습을 일컫는 단어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디카족, 명품계 등 한사람당 한개씩은 갖고 있을 법한 물품 관련 단어도 정답률이 좋았다.
반면 사람들이 가장 모르는 신조어로는 ‘빌딩타기’가 꼽혔다. 50명 중 10명만 맞혔다. 얼리어답터·귀차니스트 등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생겨서 퍼진 신조어를 알고 있는 사람도 적었다. 성형놀이·온미남 등 최근에 생긴 신조어들도 아직 많이 퍼지지 못했다.
〈임영주·황인찬기자 minerva@kyunghyang.com〉
출처: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OD&office_id=032&article_id=0000057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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