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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寸鐵殺人

안과 밖의 변증법

by 竹溪(죽계) 2025.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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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의 변증법

 

어떤 사물이나 일정한 공간이 무엇인가에 의해 둘러싸인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향하는 쪽을 이라고 한다. 둘러싸고 있는 것을 경계라고 할 때, 그것의 가운데에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되는 것이다. 사물이나 공간 같은 것에서 가운데를 둘러싸고 있는 경계의 바깥쪽을 이라고 한다. ‘은 그것을 규정하는 주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관념적이면서 다분히 주관적이다. , ‘은 보는 사람의 생각이나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은 물체의 안쪽 부분과 바깥쪽 부분을 지칭하는 ()’, ‘()’과는 의미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성질을 가지는 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면서 이쪽이 커지면 저쪽이 작아지고, 저쪽이 커지면 이쪽이 작아지는 변증법적 관계에 있다. ‘은 반비례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을 중시하면 이 소홀해지고, ‘을 중시하면 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서 우리에게 늘 고민과 갈등을 안겨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을 얼마나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하나의 인생 과제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의 설정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것을 정하는 주체의 생각이나 입장은 보다는 을 중시하는 경향이 매우 강할 수밖에 없다. 일정한 경계의 안쪽에 있는 것은 자기 것이라고 여기면서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관계로 실제 행동도 그런 방향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한 개인을 ()’의 범주로 한다면 이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될 것이고, 가정을 중심으로 한다면 그 안에 있는 가족과 재산, 집에 딸린 모든 것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을 중시하는 이러한 성향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면 무엇에게나 해당되기 때문에 사람이 그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개인적인 삶의 과정에서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 되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되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된다.

 

의 범주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것과 어느 쪽을 더 중요시할 것인가에 대한 일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개인적인 범주를 벗어나 공동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공적인 삶을 살아야 할 때이다. 개인적인 삶에서 사람은 누구나 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을 소홀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로 부당한 방법이나 수단을 써서 다른 이에게 피해나 손해를 끼치지 않는 한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적인 일을 해야 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은 의 설정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데다가 어느 쪽을 중요시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그 판단과 결정에 커다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왜냐하면 의 범주 설정과 중요도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적인 활동의 성패와 패가망신을 넘어 삶과 죽음을 판가름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함은, 첫째, 정당이나 입법 기관 등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정치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둘째, 통치행위를 하는 국가 지도자를 비롯하여 그에 딸려 있는 어쩌다 공무원(어공), 셋째, 국민을 섬기고 보호하는 일을 하는 군무원과 공무원 등, 넷째, 종교 조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삶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대중의 그것을 우선시한다는 신념으로 행동하는 것을 대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범주에서 일반적으로 설정된 의 성질이 그대로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하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에 대한 규정이 반대로 되어야 한다. ,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에 있어서 보다 훨씬 크거나 이 전부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은 일반적인 그것과는 반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을 일반인과는 반대로 설정한 삶을 사는 대표적인 존재로는 불교에 귀의한 승려를 들 수 있다. 법명(法名, 佛名)은 승려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인데, 이것을 받는 순간 한 개인과 개인적인 삶은 완전히 사라지고 법명과 이타적인 삶만 남는다. ‘이 중요했던 삶에서 이 전부인 삶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때부터 승려는 중생의 이익을 위해 종사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존재가 되면서 존경받으면서 해탈한 종교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방법과 상황은 다르지만, 국가 지도자와 정치인, 공무원 등도 마찬가지다. 공인의 삶을 택했으면서도 자기 자신과 으로 설정한 존재들의 이익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삶을 산다면 그것은 짐승보다 못한 것으로 되면서 실패한 인생을 산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공적인 활동을 하는 정당이라고 자처하면서 자기 자신과 스스로가 이라고 설정한 공간에 있는 존재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람으로서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짓거리를 서슴없이 하는 민적당(民敵黨)에 속한 사람들, 꽃뱀일지라도 자기가 이라고 생각하는 존재를 위해 단군 이래 최고의 어리석은 짓거리를 마음대로 해대는 사람, 공공의 이익은 뒷전으로 하고 자신의 안위와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공복(公僕)들 등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을 반대로 설정하지 못한 대표적인 존재들이다. 국민이란 존재가 최고로 중요하면서도 가장 크게 다가오도록 을 설정했더라면 이런 삶은 결코 살지 못했을 것이며, 그렇게 살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으니 이런 사람들에 대한 사건과 사고가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하는 의 설정을 반대로 하지 못하거나 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결코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활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고 그러한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작금의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은, 가르침을 통한 교화의 부족과 사회적 인식 수준이 낮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일 수 있다는 일념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사람들의 생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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