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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寸鐵殺人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by 竹溪(죽계) 202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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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뉴제주일보 승인 2024.04.15 18:28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우리의 삶에서 주어지는 매 순간은 모두 사회적으로 정해진 법칙, 규범, 관습 등에 따라 해도 되는 것과 차마 할 수 없는 것, 혹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조화를 이루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은 물론 자기 자신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이 조화를 깨뜨릴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해서는 안 되는 것이 대원칙이다. 이 원칙을 무시하고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순간 그 사람은 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거나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다른 영역의 공간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차마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숙고가 필요하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인물로 공자와 함께 사람들로부터 성인이라 추앙받는 맹자(孟子), ‘우리 모두에게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무엇이든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인 불인지심(不忍之心)이 있다라고 했다. 그는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羞惡之心),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 옳고 그른 것을 가리는 마음(是非之心)을 불인지심의 핵심으로 꼽았다. 맹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불인지심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불인지심이 없으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구실을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동체에 엄청난 해악만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불인지심에 대한 맹자의 이 말씀은 시대를 막론하고 하나의 사회나 국가를 지탱하면서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불인지심이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많아지면 공동체는 배려와 화합을 바탕으로 발전할 것이지만, 불인지심이 적어지면 그 공동체는 불안과 갈등만이 고조되어 결국 후퇴해 버리고 만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현재의 우리 사회는 과연 불인지심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모두 잘못된 것이지만 자기만이 옳다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나보다 약한 존재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하는 사람들, 헤어진 이성에게 행복을 빌어주기는커녕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 부모나 조부모가 자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패륜을 일삼는 자식들, 다른 사람이 곤경에 처해도 모른척하거나 무시해 버리는 행위들, 선의를 베푼 사람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사람들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일들이 매일 매일 일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거나 해를 끼칠 수 있다면 그것은 차마 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사람들이 옳지 않다고 하거나 잘못되었다고 하면 다시 살펴보고 반성하면서 고쳐야 한다. 각 개인의 마음속에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이 많아지면 질수록 사회는 따뜻해지고 아름다워지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과 생활 속 행복감 역시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지금의 사회 구성원들이 품고 있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자신에게 얼마나 넓고 광범위하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키워나갈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인내심을 가지고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키워나간다면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나라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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