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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우리문화칼럼

매미를 기다리며

by 竹溪(죽계) 2024.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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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를 기다리며

요란한 울음소리가 매력적인 매미는 여름을 대표하는 곤충이다. 매미 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하면 여름이 무르익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미를 기다리는 이유는 시원하면서도 맑은소리를 듣기 위한 것도 있지만, 매미와 얽혀 있는 문화적 의미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군주 중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세종대왕이나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초상화인 어진(御眞) 등에서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가 매미의 날개 모양을 본떠서 만든 익선관(翼蟬冠, 翼善冠)이며, 조선시대 고위 관리들이 관복을 입을 때 쓰는 선관(蟬冠)도 매미의 날개 모양이 들어가 있는 모자라서 그렇다. 그렇다면, 과거의 왕과 고위 관료들은 왜 매미 날개 모양을 본뜬 모자를 머리에 쓰고 업무를 볼 만큼 그것을 중요하게 여겼을까?

, 왕세자, 고위 관료 등의 통치가, 정치가 등이 매미 날개를 본떠서 만든 모자를 쓰고 업무를 보도록 한 근거를 제공한 것은 3세기 말 무렵에 육운(陸雲, <262~303>)이 지은 한선부(寒蟬賦)에서 유래되었다. 먼저 寒蟬의 뜻을 살펴보자. 한선은 가을 매미(쓰르라미)’, 혹은 울지 못하는 매미라는 뜻이다. 이 말은 의미가 확장되어 그릇된 것을 보고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신하나 사람을 비유해서 지칭하기도 한다. 매미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신나게 울어야 하는데, 제대로 울지 못하는 매미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 보아 이렇게 비겁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비유로 되었다. 육운의 한선부에서는 가을 초입에 우는 쓰르라미를 지칭한다.

육운은 한선부에서 매미의 다섯 가지 덕목(五德)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군자는 지조가 있어 군주를 섬길 수 있고, 입신할 수 있으니 어찌 지극한 덕을 갖춘 벌레가 아니겠는가! 내가 옛날에 고향을 떠나 타향에 머물 때 가을 매미를 보고 느낀 바가 있어서 그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했었다. 매미는 다섯 가지 덕을 갖추고 있으니, 첫째, 머리 위에 갓끈이 달려 있어서 군자가 지녀야 할 학덕()을 갖추고 있으며(頭上有緌 則其文也). 둘째, 살아 있는 생명체이면서 이슬을 먹고 생활하니 탐욕이 없는 맑음()이 있고(含氣飲露 則其清也). 셋째, 기장이나 벼와 같은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함()이 있다(黍稷不享 則其廉也). 넷째, 집을 짓고 살지 않으니 검소함()이 있고(處不巢居 則其儉也). 다섯째, 시절을 따라 오고가는 때를 늘 지키니 믿음()이 있다(應候守常 則其信也)고 했다.

이것은 寒蟬五德이라고 하는데, 유학을 통치 이념으로 하는 조선시대에 크게 강조 되었다. 무릇 통지 계급에 속하는 사람인 군주, 관료 등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든 언행에 조심하면서 공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스스로 삼가고 경계하면서(愼獨) 백성을 위해 온 몸을 불사르겠다는 마음으로 정사에 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으므로 머리에 쓰는 관모를 매미 날개 모양으로 만들어서 구속력을 가지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은 공직자의 관모도 사라졌고, 생각도 桑田碧海가 될 정도로 바뀌어서 그런 것에 대한 생각 자체가 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되었다. 작금의 고위 공직자 중에서 매미의 오덕 같은 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업무에 임하는 권력자가 몇 사람이나 될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올해도 자연의 섭리를 따라 어김없이 우리 곁에 나타날 매미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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