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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재미있는 우리말

옹장물에 대하여

by 竹溪(죽계)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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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장물에 대하여

 

지금은 거의 쓰지 않거나 사라진 말 중에 옹장물이란 표현이 있다. 이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리지 않을 정도로 죽어버린 말이 되었지만, 선조들이 가졌던 삶의 지혜를 실감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옹장물옹장이 합쳐진 표현인데, 물은 지금도 쓰는 말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옹장동물의 배설물을 모아놓은 구덩이라는 뜻이다.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동물의 배설물은 혐오의 대상이 되거나 처리가 매우 곤란한 것이 되었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긴요하게 쓰이는 비료 중의 하나였다.

 

사람이 집에서 키우는 가축 중 우리에 가두어 사육하는 것 중에서 배설물이 많은 것은 돼지라고 할 수 있는데, 다음으로 소, , 닭 등의 순서가 된다. 특히 돼지는 일 년 내내 우리에 갇혀 지내는 데다가 매우 많이 먹기 때문에 굉장한 양의 배설물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돼지우리 한켠에는 밖으로 통하는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려 있고 그것을 통해 오줌 같은 배설물이 빠져나가게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돼지 배설물을 받기 위한 장치인데, 바깥에는 옹기처럼 생긴 작은 웅덩이를 파서 돼지의 오줌이 그곳에 고이도록 만들어 놓았다. 웅덩이가 너무 크면 퍼내기가 힘든 관계로 조그맣고 앙증맞은 모양으로 만들어 놓는다.

 

어떤 집에서는 땅으로 스며드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웅덩이를 판 다음, 작은 옹기를 묻어놓아서 오줌의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돼지의 오줌을 모아놓는 장치를 옹장이라 하고, 그곳에 고인 것을 옹장물이라고 불렀다. 옹장에 일정량의 돼지 소변이 모이면 그것을 퍼서 바로 옆에 있는 거름더미에 뿌려준다. 그러면 풀이나 짚, 나뭇잎 등을 쌓아 놓은 퇴비가 제대로 발효되어 이듬해 농사에 긴요하게 쓸 수 있는 거름이 된다. 소 외양간에도 이와 같은 것을 설비하는데, 이것 역시 옹장물이라고 부른다.

 

모든 것을 주기적인 순환 속에서 생산하고, 또 소비하면서 자연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려는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말이 왜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지만, 글쓴이가 보기에 가장 최근의 국어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수준은 별로라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대로 된 국어사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이 만들고 썼던 모든 어휘와 표현에 대해 정리해서 어원과 유래 등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의 국어대사전은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는 데다 제대로 된 고찰도 없이 이상하게 바꾸어 사전에 등재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어서 한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옹장물이란 말은 지금도 어느 산골 마을에서는 사용되고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옹장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미지가 어디에도 없어서 돼지우리와 외양간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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