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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불인지심(不忍之心)

by 竹溪(죽계)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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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인지심(不忍之心)

 

뉴제주일보 승인 2022.06.02 18:4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요즘 우리 사회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도록 만드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제 뜻과 맞지 않는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도 않고 반대하며,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서슴지 않고 죽이기도 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질러 버리는 행위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런 일은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차마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것들인데,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측은히 여기는 마음,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양보하며 사양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 등을 지칭하는 불인지심이 사라졌거나 약해졌기 때문인데, 이런 마을을 갖지 못한 존재는 사람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 남의 불행을 모른 척 지나칠 수 없는 마음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현상이 만연하면서 우리 사회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다.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 전체를 흔들어대면서 극한의 갈등과 대결의 양상을 만들어낸 진영논리야말로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촉발된 진영논리는 내 편은 무엇을 해도 괜찮고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배척하며, 아무리 큰 잘못을 하더라도 터무니없을 정도의 뻔뻔함으로 일관하는 사회적 현상을 촉발해 나라를 두 동강 내고 말았다. 여기에서 나온 유행어가 내로남불인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진즉에 끝난 군부독재의 망령에 사로잡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의 자리에 앉아 현실을 이념에 맞추는 정치를 하기 시작하면서 어렵고 힘들게 성장하고 발전해온 우리 사회가 혼란과 무질서의 길을 걷도록 함으로써 아무도 행복하지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층간 소음으로 인해 서로 다투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 헤어지게 된 연인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행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어떤 죄의식도 없이 미성년자를 성적 학대와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 개인의 권리는 강하게 주장하면서 국가를 향한 의무는 거부하는 행위 등은 모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나 한 개인으로서나 상대에 대한 배려와 양보를 염두에 두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에 사람으로서는 차마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자신도 그런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황당무계한 변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불인지심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됨을 한층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 이것이 없거나 모자라면 양심과 정의에 대한 관념이 흐려져서 무슨 짓이든 거리끼지 않고 하게 됨으로써 상식적이지 못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공동체의 발전과 유지가 불가능하게 되면서 불행한 사회로 치달아가서 가난했던 시대에 비해 오히려 행복 지수는 낮아지고, 자살 건수는 높아지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해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할 것은 과감하게 하고,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함을 가리키므로 이것만 잘 지킨다면 희망적이며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불인지심을 마음에 새기고 생활 속에서 최대한 실천할 수 있도록 생각과 습관을 담금질하고 길러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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