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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약탈의 시대

by 竹溪(죽계) 202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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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의 시대

뉴제주일보 승인 2021.12.08 18:0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지금 우리는 다른 사람 것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해버리는 풍조가 만연한 약탈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전파력을 가지는 고위공직자나 정치가 등 지도층의 언행에서 비롯된 이런 현상들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력을 미치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현 상황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사회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꼭 필요하다.

 

약탈이란 노략질을 해서 남의 것을 억지로 빼앗는 것인데,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여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에 기반을 둔다. 내 편이 아닌 것은 무엇이든지 적으로 규정하려는 생각은 구성원을 이편과 저편으로 나눔과 동시에 돕고 이해하며 함께 발전하는 공존보다는 나만 살겠다는 일념으로 상대가 가진 것은 무자비하게 약탈함과 동시에 무조건 공격하는 행위를 통해 공멸의 길로 가는 사회로 바꾸어 버린다.

 

무엇인가가 생겨나는 현상에는 원인을 제공하는 존재가 있기 마련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조직과 통치조직이 주된 제공자라 할 수 있다.

 

공직자는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과 정보를 이용해 모두가 평등하게 누려야 할 사회적 진출의 기회를 약탈하여 공정을 해치는 원인을 제공하고, 포퓰리즘 정책에 혈안이 된 입법기관과 행정기관은 의기투합하여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빼앗아 버림으로써 부의 양극화를 통한 불평등을 조장하는 원인을 제공해왔다. 신도시 설계자라 자처하는 자치단체장은 개발 이익이 소수의 개인에게 돌아가도록 허가함으로써 사회적 정의를 무너뜨리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공정과 평등과 정의를 해치는 사회지도층의 행태는 그 자체로도 큰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자신의 언행에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며 절대로 반성하지 않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죄가 밝혀져 법적 처벌을 받으면 사법기관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하면 언론 탓을 하며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에게는 길들이기나 조직의 와해를 획책하는 시도를 서슴지 않는다.

 

적폐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이런 행태는 언론이나 사회적 정보망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는데, 일반인들의 마음 속에,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암암리에 심어줌으로써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속출하도록 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되니 사회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사소한 일일지라도 자신의 적이라 생각되면 목숨을 빼앗아 버리고,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의 권리를 약탈하면서 폭력과 학대를 일삼는다. 조직화되고 정치화한 노조는 자기 일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줌으로써 다른 사람의 취업 기회를 없애버리는 일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으니 이 모두는 국가와 국민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지도자와 그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의 장래를 결정할 교육도 마찬가지다. 초·중등 교육 현장을 보면 교사는 학교를 직장으로만 생각하고, 학생은 자격증을 따는 기관 정도로 여기기 때문에 인성을 고양하기 위한 교육이나 사회적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들은 애초부터 접할 기회조차 없다. 자율권과 연구권을 교육부에 빼앗기고, 재정은 국가에 의존해야 하는 대학은 취업을 준비하는 기관으로 추락하면서 상아탑이라는 위상은 완전히 사라져서 미래를 준비할 인재는 길러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빼앗고 빼앗기는 상황을 바로잡지 못하면 이 시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결코 긍정적이지 못할 것이며, 미래세대가 감당할 대가와 고통도 혹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덕성에 대한 교육의 강화와 사회지도층의 성찰과 반성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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