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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교육의 정치화 유감

by 竹溪(죽계) 2021.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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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정치화 유감

뉴제주일보, 승인 2021.10.17 19:10

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교육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들이 올바른 삶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인성과 지식, 그리고 기술 등을 가르쳐서 길러 내는 것이다. 교육의 성패는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므로 이에 대한 정책이나 방향은 정치적 이념이나 개인적 성향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백년지대계로 불리는 교육정책이 일 년 뒤의 일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제도적 변화가 심해서 커다란 혼란을 주고 있다.

 

자신들의 이념에 맞추어 새로운 교육의 틀을 짜겠다는 생각에 매몰된 교육부가 억지스러운 일을 벌이는 상태가 계속되는 관계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제도권 밖의 사교육으로 인해 학부모의 허리는 휘어지고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외면한 채 인재 발굴과 능력 향상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자사고와 특목고 등을 폐지하여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책을 끈질기게 펼치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또한 정부지원금이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전국의 대학들을 모두 교육부에 종속시킴으로써 대학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자율성과 창조성을 박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이런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교육의 질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질 것이고, 하향평준화의 수준을 넘어 민족의 장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고야 말 것이다. 인재를 올바르게 키워내지 못하면서 개인이 지닌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현실을 이념에 맞추려는 편향적 교육의 폐해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데,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평등과 동일성을 같다고 보는 시각으로 인해 획일화되어가는 중등교육의 편향성이다. 교육 평준화라는 핑계를 내세우면서 그동안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해왔던 자사고나 특목고를 전면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다양한 교육환경은 획일화의 길을 갈 수밖에 없게 되었고, 능력에 따른 인재 발굴의 기회는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교육기관은 우리 민족에게 도움이 되는 인재를 길러 내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인데, 그것은 개인이 지닌 능력과 재능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으므로 교육의 기회 역시 다양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획일화된 평준화는 퇴보와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므로 이에 대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족사관고등학교와 같은 특수목적고에 대해 일반고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강원지역 학생들로만 선발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폐교를 유도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참담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상아탑으로 불리면서 학문 연구의 산실이었던 대학이 그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대학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의 우리 대학들은 취업준비 기관 정도의 구실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대학이 국가가 정한 수학능력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야 하고, 정부에서 정한 규제대로 등록금을 책정하며, 연구업적도 국가가 관리하는 상황이라면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와 교육을 하는 사립대학은 존재 가치가 사라짐과 동시에 모든 대학은 교육부 소속이 되어 꼭두각시가 되고 마는 것이다.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은 역사의 평가가 어떻게 내려질지를 염두에 두면서 두려워하는 심정으로 공정하게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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