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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상/2022

저녁 먹고 동네 한바퀴

by 竹溪(죽계) 2022.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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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

내가 사는 옥정동은 최근에 만들어진 계획 신도시이다.

그래서 그런지 걷는 길이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옥정신도시의 중심가를 관통하는 동네 한 바퀴 9킬로를 걸었다.

도중에 만난 장미 터널에는 막 피어나기 시작한 붉은 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과 정열적인 색깔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이다.

수백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시기의 지층에서 장미 화석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된 식물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 장미에 대한 기록으로는 삼국사기의 것이 가장 빠른데, 신라 시대 설총(薛聰)이 지은 계화왕(戒花王), 혹은 화왕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홀연히 한 아름다운 사람(佳人)이 붉은 얼굴과 옥 같은 이에 곱게 화장하고, 멋진 옷을 차려입고 간들간들 걸어와서 말했다. “첩은 눈같이 흰 모래밭을 밟고, 거울같이 맑은 바다를 마주 보며 유유자적하는데, 이름은 장미라고 합니다. 왕의 훌륭하신 덕망을 듣고 향기로운 휘장 속에서 잠자리를 모시고자 하는데, 저를 받아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왕은 그 말에 혹했으나 이를 꾸짖는 할미꽃의 충고를 받아들여 장미를 물리쳤다고 한다.

 

또한 고려사에는 한림별곡의 내용 일부를 소개한 것 중에 황색 장미, 자색 장미 등의 표현이 나오기도 하고, 조선 전기인 15세기에 지어진 원예실용서인 양화소록(養花小錄)에 는사계화(四季花)란 이름으로 장미를 키우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과 문집 등에도 장미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세종 때에는 궁녀 중에 장미란 이름을 가진 여성이 있었는데, 문란하여 사형을 당했다는 내용도 있다.

 

서양에서는 큐피드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신이 처음에 장미를 만들었는데, 사랑의 전도사인 큐피드가 그 꽃에 반해 키스하려고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자 꽃 속에 있던 벌이 놀라 그의 입술을 쏘았고, 큐피드의 입은 퉁퉁 부어올랐다. 비너스 신이 불쌍하게 여겨 벌의 침을 빼서 장미의 줄기에 꽂았다. 그 후에도 큐피드는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여전히 장미꽃을 사랑했다고 한다.’

 

이런 문화적 의미가 있는 장미는 확실히 아름다운데다가 여름을 대표하는 꽃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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