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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寸鐵殺人

退思

by 竹溪(죽계) 202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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退思의 중요성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아무리 노력해봐도 잘 안 되거나 성공하지 못 하는 일이나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무능이나 힘이 없음을 탓하면서 좌절에 빠져 다시는 재기하지 못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자신의 이익이나 목적의 달성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때 그것에 매몰되어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경우 오직 그것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실패의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커다란 위험에 노출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발 물러서거나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거나 하면서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찾음과 동시에 새로운 해결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이것을 퇴사(退思)라고 하는데, 이것만 잘 하면 대부분 경우 성공 확률이 몇 배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좌전(左傳)'에 기록된 내용 중, '進思盡忠 退思補過(관직에 나아가서는 충성을 다하는 것만 생각하고, 물러나서는 지난날의 불충을 채우는 것만 생각한다)에서 따온 것이다. 먼저 글자의 의미를 살펴보자.

退(물러날 퇴)는 회의(會意) 글자로 가 합쳐진 것이다. (조금 걸을 척)는 가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걷는 느린 걸음(小步)을 나타내고, 은 시간을 나타내는데, 발의 모양을 그린 (뒤 쳐져 올 치)와 합쳐져서 (멈출 간)이 되는데, 그치다, 멈추다, 어긋나다, 맞지 않는다. 양보하지 않다(匕目-눈을 나란히 하다. 서로 눈을 피하지 않다, 성난 눈으로 바라보다) 등의 뜻을 가지게 된다. 또한, 이 발의 모양을 나타내는 와 결합하여 (쉬엄 쉬엄 갈 착)으로 되었고, 부수로 쓰이면서 이 되었다. 이렇게 되자 退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나타내는 (나아갈 진)의 반대 상황을 보여주는 글자가 되어 뒤로 물러나다, 뒤로 가다 등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생각 사, 그리워할 사)는 마음을 나타내는 과 머리, 혹은 정수리를 나타내는 (정수리 신)이 합쳐진 것으로 본다. 여기에서 은 뜻을 담당하고, 은 소리를 담당한다. 그러므로 이 글자의 초기 모양은 (생각할 사)이었다. 무엇인가를 외부에서 받아들여 내부의 머리나 마음에서 골똘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가지는 글자이다. 또한, 다른 견해에서는 (밭 전)을 번개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아 마음에 번개가 칠 정도로 번잡하고, 복잡하다는 것으로 생각하여, 그리워하다. 사모하다 등의 뜻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이 글자는 외부와 연관된 무엇인가에 대해 마음으로 골똘하게 생각하면서 고민하고, 그리워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제 다시 퇴사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모두 무슨 일을 하든지 일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 번 이상 그것에서 물러나 고민하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잘 하고 있으면 더 잘하기 위해서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고, 못하거나 안 되고 있으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물러나 살펴보거나 다른 각도에서 대상을 바라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일을 성공시킬 묘책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퇴사는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공직자에게는 한층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공직자는 자신의 판단으로 실행한 여러 일이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서 작게는 한 지역에, 크게는 한 나라와 국민 전체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을 만드는 공직자나 그것을 집행하고, 실행하는 일을 하는 공직자는 사심을 가지지 않고, 오직 공익만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잠시 물러나서 다시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봐서 진정으로 올바르고, 공정한 것인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의 정당함과 공정성에 확신이 섰을 때 비로소 실천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이유로 옛날에는 지방이나 중앙의 관청에서 판결을 내리는 공간을 退思堂이라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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