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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재미있는 우리말

무지개

by 竹溪(죽계) 2021.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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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에 대하여

지개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인 무지개는,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나타나는 반원 모양이면서 일곱 빛깔 줄을 가진 것인데, 흔히 비가 그친 뒤 태양의 반대쪽에서 나타난다. 요즘 같이 공기층이 불안정한 날씨에는 잠깐 소낙비가 온 후 하늘에 보인다.

 

로 된 것은 ㄹ탈락 현상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별로 까다롭지 않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개이다. 무지개, 기지개 등에 남아 있는 이 표현은 국어사전에도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활 언어 속에 엄연히 살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상세한 고찰 역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지개는 반원, 혹은 그보다 더 큰 모양으로 된 둥근 형태를 가리키는 우리 말인데, 주로 안과 밖, 방과 방을 연결하는 문 중에서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을 가리킨다. 그러한 표현이 제대로 남아 있는 것 중에 한자인 지개 호라고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요즘은 이 글자에 대해 모두 지게 호로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다. 틀린 말이 그대로 유통되는 것은 인터넷에서 퍼뜨리는 잘못된 정보와 우리나라 언어의 올바른 사용과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국립국어원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무지개는 비온 뒤에 물방울이 빛에 반사되어 하늘에 만들어지는 둥근 형태의 일곱 색깔 모양으로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이 된다. 이 무지개를 타고 선녀가 맑은 계곡물에 목욕하기 위해 피리를 불면서 내려온다는 전설에서부터 다양한 이야기가 전한다. 또한, 서쪽에 무지개가 생기면, 소를 강가에 매지 말라는 속담도 있다. 서쪽에 무지개가 생기면 큰비가 와서 불어난 강물에 소가 떠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에 대해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떳는 표현이다.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표현은 무지개 떳다인데, 이것은 맞춤법 제도가 생기면서 표준어를 서울말로 하면서부터 생긴 것이다. 그러다가 국정교과서에 실리면서 이제는 아예 이것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무지개 떳다보다는 무지개 박았다가 훨씬 오래된 표현이며,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한층 적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서 아쉬움이 크다. 나는 초등학교에 가서야 무지개 떳다는 말을 처음 접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무지개는 왜 박았다고 하는 것일까. 이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현상적인 것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다.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 무지개는 양쪽 끝이 있는데, 그 끝을 찾아가 보면 연못, 시내, , 우물 등 물에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표현은 우리 역사에서 기록이 있기 시작한 이래로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신라 시대의 기록으로는, ‘631(진평왕 53) 7월 궁궐 우물에서 흰 무지개가 뻗었다.’ 가 있고, 고려 시대에는, ‘12276월 계축에 붉은 무지개가 하늘에 그 머리와 끝을 땅에 드리우고 형성하였다.’ 같은 것이 있다. 또한, 조선 시대의 기록에는, ‘1592(선조 25) 4월 임인(壬寅)에 푸른 무지개가 궁궐의 우물에서 일어나 상궁(上躬)에 가까이 다가와서 몸을 따라 이전하다가 한참 만에 사라졌다.’ 따위가 있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내가 사는 마을 부근에 무지개가 생기면 그 끝은 찾아가서 홀린 듯이 바라보곤 했었는데, 너무 가까이 가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지개의 끝이 박힌 연못이나 강을 수백 미터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산에 앉아서 그것이 사라질 때까지 보면서 상상력을 키우곤 했었다.

 

무지개와 관련된 전설이나 속담, 그리고 다양한 세계를 그려볼 수 있는 생각들을 자극하는 여러 표현이 가능했던 이유는 박았다라는 표현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의 공간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떴다라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 무지개는 다른 공간이나 세상과 연결될 가능성을 모두 잃어버림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모두 잃어버림으로써 단순한 자연현상 하나로 남게 되어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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