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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寸鐵殺人

[스크랩] 이립(而立)과 불혹(不惑)

by 竹溪(죽계) 2018.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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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립(而立)과 불혹(不惑)

공자는 인생의 과정을 5단계로 나누어 각각에 맞는 적절한 상태를 설파한 바가 있다. 그 중 30대에 갖추어야 할 올바름에 서는 것(而立)40대에 달성해야 할 미혹됨이 없음(不惑)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서 마음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는 비록 따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함께 갖추기만 하면 세상의 험난한 파도를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립을 보자. 여기에서 립()은 원칙 위에 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립은 15세경부터 배움을 통해서 받아들인 지식과 경험 등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삶의 과정에서 변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자신만의 원칙과 규범이 완성된 상태라는 것을 가리킨다.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자신이 믿고 지키려고 하는 규범이나 원칙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원칙과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절대적이다. 그래야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고, 흔들려서도 안 되는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립은 치명적인 약점도 있으니 이 상태에서는 옳은 것은 좋은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은 나쁜 것이라고 여기게 됨으로써 자신이 세운 원칙을 벗어나는 어떤 것도 용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립의 상태는 아직까지 외부와는 연결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세상과 소통하게 되면 갈등을 빚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 원칙에 경도되어 있어서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헤쳐 나갈 수 있는 계책에 해당하는 권변(權變)의 도리를 터득하지 못한 까닭이다.

사람이란 존재는 나 이외의 다른 구성원들과 맺는 관계를 통해서 삶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사회적 동물이므로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자신을 포함하여 세상을 구성하는 다른 구성원과의 조화를 통해 살아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불혹(不惑)이다. 세상 사람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과 판단이 다르므로 행위 역시 일치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세상일은 자신이 세운 원칙에 맞는 경우보다 맞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으며, 그런 상황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세운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하여 그것을 배척하거나 무시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니 일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그것을 벗어나 올바르지 못한 상태에 있는 것을 적절한 임기응변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불혹이다. 정해진 어떤 것이나 자신이 믿는 무엇인가에만 집착하게 되면, 그것에 홀려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고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되는데 이러한 것을 미혹(迷惑)이라 하며, 이것이 없는 상태가 바로 불혹인 것이다.

불혹은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없고, 절대적으로 옳지 않은 것도 없는 상태를 말하지만 이것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면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상황에 맞도록 대처하는 임기응변의 능력을 갖지 못한 이립은 사람을 황폐하게 할 것이며,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만 강조하는 불혹은 사람을 타락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하나에 집착하거나 경도되지 않고 둘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살아간다면, 세상에서 자신이 처한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지천명(知天命)의 경지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출처 : 손종흠의 홈페이지
글쓴이 : 無時不習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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