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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재미있는 우리말

영락없다의 유래

by 竹溪(죽계) 201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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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零落)없다’에 대한 올바른 이해

 

어떤 것과 완전히 같거나 무슨 일이 예상 했던 것처럼 딱 들어맞을 때 ‘영락없다’라는 말을 씁니다. 이 말을 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서 찾아보면 “조금도 틀리지 아니하고 꼭 들어맞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과 관련된 예문에 보면, “담장 위에 허리를 구부리고 뒤뜰 쪽을 노리고 있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표범이었다.” “그 계집아이는 지나치리만큼 뽀얀 피부색만 빼면 영락없는 한국 아이다. 유의어 틀림없다.” “김 부장이 선뜻 응해 줄 리 없다는 우리의 예상은 영락없이 들어맞았다.” 등이 있다.

 

이런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영락없다는 무엇과 무엇이 일치한다. 예상했던 대로 일이 일어난 것 등을 가리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어원사전이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설명을 보면 과연 그런 뜻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먼저 일반적으로 알려진 설명을 보자.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이란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자. “영락이란 말의 본뜻은 숫자를 나눌 때 똑 떨어져 나머지가 0이 되었다는 것인데, 바뀐 뜻은 사리에 분명하고 이치에 딱 맞는다는 말이다.”고 설명하였다.

 

다음으로는 인터넷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자.

 

“정확한 뜻도 모르고 그냥 관습적으로 들은 대로 사용하긴 하는데. 핵심은 바로 영(零)자에 있습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 뜻을 지니고 있는데, 1. 조용히 내리는 비. 2. 떨어지다. 3. 0 (Zero). 4. 나머지=우수리 대략 이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2,3,4번과 관련이 있는 게 바로 '영락없다'입니다. 특히 4번과 가장 관련이 깊죠.” 라고 하면서

 

“우리가 어떤 수를 나눈다고 해봅시다. 그럼 2든 8이든 4든 나머지가 나오죠? 그런데 나머지가 0인 것은? 나머지가 없는 거죠? 즉, 군더더기가 없고 우수리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零 즉, 나머지가 떨어지는(落) 바가 없다고 하여 “영락없다”라고 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설명들은 모두 한자인 ‘零’과 ‘落’을 임의대로 풀이해서 꿰다 맞춘 것으로 도무지 맞지 않는 설명입니다 왜냐하면 떨어지는 것이 없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면 ‘영락있다“가 되어야지 ’영락없다‘로 될 이유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설명과 함께 틀림없다는 우리말로 바꿔 쓰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아주 오래 동안 쓰였기 때문에 몇 사람이 바꾸자고 한다고 하여 쉽게 없어지거나 할 표현이 아닙니다. 그럴 바에는 정확한 뜻을 알고 쓰는 것도 유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부터 정확한 뜻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영락은 한자어가 맞습니다. 이 말은 여러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잃어버리다. 사라지다, 흩어져 잃어버리다(散失)’는 뜻을 취해서 만든 우리말이 ‘영락없다’입니다. 즉 어떤 물건이나 모양 중에서 빠지거나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이 바로 영락이 된다는 것입니다.

 

영간(零簡)이란 말이 있는데, 이것은 “여러 권으로 한 벌이 된 책에 빠진 권이 있음”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한자 표현에서는 없다. 빠졌다. 없어졋다. 잃어버렸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표현이 쓰인 구체적인 표현은 ?南史?에 나오는 “궁중에서 쓰던 옥 주렴이 하루아침에 없어졌는데, 무릉의 옥그릇(신선이나 왕이 쓰던 그릇)이 되어 마침내 인간세상으로 나왔다.(甲張珠簾,一朝零落,茂陵玉盌,遂出人間)에서 처음 쓰였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영간과 남사의 기록 등으로 볼 때, 영락이란 말은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다. 빠지다 등의 뜻으로 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뜻이 우리말의 없다와 결합함으로써 “영락없다”로 되어서 “빠지거나 없어진 것이 전혀 없는 상태,” “어떤 것이 다른 어떤 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상태” 등의 뜻으로 쓰이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락없다는 말은 무엇과 무엇을 비교해 보았을 때 빠지거나 없어진 것이 없이 완전히 똑 같다가 정확한 뜻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零’과 ‘落’을 마음대로 풀이한 뜻으로 영락없다는 말의 어원을 설명하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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