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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한다.
‘풀방구리’는 풀과 방구리가 결합한 합성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오래지 않은 과거까지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중요한 그릇의 하나였다.
먼저 방구리에 대해 살펴보자.
이것은 동이처럼 배 부분이 불룩하고 둥글며, 바닥과 주둥이는 복부보다 약간 좁으면서 둥근 모양을 가진 질그릇이다.
또한 양쪽에는 고리가 달려 있어서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뚜껑이 없는데다가 물동이보다는 약간 작으며 약간 펑퍼짐하다.
이러한 모양을 한 방구리는 질그릇으로 된 것도 있고, 오지그릇으로 된 것도 있다.
질그릇 방구리는 질방구리라고 하는데, 매우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담겨 있는 물건에 공기가 통하도록 하여 숨을 쉴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물건을 오래 담아두면 거무스름한 물이 짜여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물기가 있는 음식 같은 것은 보관하지 않았다. 이 질그릇 방구리는 물을 길러오는 데에 쓰였다. 이 질방구리는 가볍기 때문에 처녀나 젊은 새댁이 물을 긷는 연습용으로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오지방구리는 물기가 짜여 나오지 않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담아서 보관하는 데에 적합했다. 엿, 감주(식혜), 수수풀떡, 호박풀떡, 나박김치, 기름 같은 것을 담아서 장독 뚜껑이나 한지 종이 등으로 덮어서 보관했다. 또한 술을 걸러 담기도 하고, 녹말을 낼 때에도 사용했다.
이렇듯이 방구리는 전통 살림살이에서 아주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한 집에 적어도 2,3개 정도는 구비되어 있었다. 서양에서 양재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주로 방구리를 사용했다고 보면 된다.
풀은 풀떼기라고도 하는데, 풀떡을 가리킨다.
풀떡은 잡곡을 갈아 물을 짜낸 다음, 다른 잡곡을 넣어 쑤어낸 음식으로 범벅보다는 묽고 죽보다는 되다.
이러한 풀떼기, 혹은 풀떡은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에 끼니를 때우는 데에도 매우 요긴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방구리 같은 것에 담아서 보관하곤 했다. 방구리에 넣어 놓으면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독 뚜껑 같은 것으로 덮어 놓으면 해충이나 쥐 같은 동물들이 훔쳐 먹지 못하지만 한지 종이로 뚜껑을 해 덮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쥐 정도의 동물은 아주 쉽게 구멍을 내서 자기 것인 양 훔쳐가기가 일쑤였다.
옛날에는 유별나게 쥐가 많기도 했는데, 이것들이 풀떡을 담아놓은 풀방구리를 자주 드나들면서 음식을 훔쳐 먹곤 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을 가지는 속담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래서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하나의 장소를 자주 들락거리는 모양을 가리켜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한다’ 는 표현이 생겨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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