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달이란 표현에 대한 이해
지금은 잘 쓰지 않는 표현 중에 “구름달”이란 말이 있다. 얼핏 보아서는 구름에 가려진 달 정도로 생각하기 쉬우나 이 말은 그보다 훨씬 아름답고 애처로운 뜻을 담고 있는 표현이다.
특히 요즘 인터넷에 보면 “구름달”은, ‘달처럼 생긴 구름의 모양’, ‘낮에 뜬 달로 구름처럼 뿌옇게 보이는 달’, ‘구름 사이로 뜨는 달’ 등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것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너무나 답답한데다가 예쁜 우리말이 사라져 간다는 안타까움 때문에 구름달의 뜻을 살펴보고자 한다.
“구름달”은 기후가 좋지 않아 아주 맑지는 못한 날씨인 데다가 하늘가에 구름이 있는 상태에서 그 구름에 걸려서 달이 지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보통은 달이 서쪽으로 넘어갈 때 산에 걸려서 지지만 산 바로 위에 구름이 있어서 그러지를 못하고 구름 뒤로 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로 달이 지는 것을 다른 표현으로는 “숨진다”, 혹은 “숨넘어간다”라고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늦은 저녁 시간에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는 달은 초승달이 된다. 초승달은 오른쪽 아래가 눈썹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그 자체가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느낌을 준다. 일명 눈썹달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초승달이 산마루에 떠 있는 구름에 걸려 넣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 “구름달”이기 때문에 이것이 나타내는 경우는 일 년 중 그리 많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상태로 넘어가는 달은 매우 처량하고 애처로운 분위기를 연출하여서 그것을 보는 사람을 슬픔에 잠기도록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구름달”이 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헤어진 님 생각이 난다든지,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난다든지, 누군가와 헤어지는 이별의 순간을 떠올린다든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름달”이 지는 밤에 기적소리를 길게 울리면서 기차라도 떠난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별의 슬픔과 외로움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는 분위기가 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일 정도로 애처롭다. 기적소리와 “구름달”은 이별의 장면을 가장 슬프게 묘사할 수 있는 매우 적절한 표현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표현은 1958년에 발표되어 남인수라는 가수에 의해 불려진 ‘울리는 경부선’이란 노래말에 등장하기도 한다.
‘연보라빛 코스모스 눈물짓는 프래트 홈
옷소매를 부여잡고 한없이 우는 고운 낭자여
구름달이 넘어갈 때 기적소리 목이 메어
잘 있거라 한마디로 떠나가는 삼랑진’
이 노래의 상황을 정리해보면, 코스모스가 피고 찬바람이 불어서 쓸쓸한 가을의 기차 정거장에서 헤어지기는 죽기보다 싫지만, 서울로 가는 연인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님의 옷소매를 잡고 끝없이 우는 여인이 있다. 기차는 이러한 애끓는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적소리를 길게 울리면서 목이 메인 것처럼 떠나고자 한다. 그때 눈을 돌려보니 서쪽 하늘에는 구름에 가려서 넘어가는 구름달이 지고 있다. 이별의 슬픔에 한없는 애처로움을 더하는 시간이다.
잘 있으라는 말 한마디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나타내기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절묘하다. 6.25가 끝나고 고향으로 가야 하는 사람과 남아야 하는 사람이 헤어지는 이러한 장면을 노래한 것이 “울리는 경부선’이라는 유행가인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나, 노래방에 나오는 자막이나, 심지어는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매주 월요일 밤 10시에 방송하는 가요무대 같은 곳)조차도 “구름달이”를 “구름다리”로 표기하고 있어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구름다리는 도로나 계곡 따위를 건너질러 공중에 걸쳐 놓은 다리로 둥글고 완만한 곡선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바퀴가 달린 기차가 이런 다리를 넘어가고 있으니 어찌 기가 막히지 않겠는가? 이것은 우리말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들리는 대로,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표기하는 잘못된 버릇에서 비롯된 것이다. 잘못된 것은 고치는 것이 맞다는 생각과 예쁘고 사랑스런 우리말이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운 나머지 방송국에 항의도 해 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참으로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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