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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의세계/기생이야기

조선 기녀, 문화산업 중심에 서다

by 竹溪(죽계) 2006.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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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기녀, 문화산업 중심에 서다


화려한 치마, 머리에 올리는 아름다운 가체, 알록달록한 꽃버선, 옥 노리개, 대삼작(大三作·부인이 차는 산호가지 노리개)….

 

조선 중기 기녀들의 모습을 캐릭터화한 그림. ‘기녀’란 양반 사대부가 부르는 명칭이고 ‘기생’은 ‘예능이나 기에 죽고 산다’며 자신들이 불렀던 이름이다. 사진 제공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황진이, 백무, 부용 등 TV 드라마에 나오는 조선시대 기녀들의 모습은 보기에는 좋지만 재현이나 고증이 어렵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애를 먹는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대 연구팀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최근 ‘한국 기녀 문화 디지털 문화원형’을 개발해 주목된다. 유명 기녀들의 외모, 패션 스타일, 성격 등을 디지털콘텐츠화한 이 자료들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살아 움직이는 기녀와 기녀문화를 재현하는 데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 40여권 문헌-50여곳 유적지 분석 복원

기녀 문화원형은 문헌, 회화 등 각종 자료를 통해 역사 속 유명 기녀들의 외모, 패션 스타일, 성격 등을 디지털에 담은 것이다.


제작팀은 2년간 △조선왕조실록, 삼국유사, 악학궤범, 청구영언(조선 기녀들의 시조 수록) 등 40여 권의 문헌 △논개 유적지인 경남 진주시 촉석루 등 전국 50여 곳의 기녀 관련 유적지 답사 △주사거배(酒肆擧盃·신윤복) 기녀도(妓女圖·윤운홍) 등 조선시대 회화 속 기녀 모습 등을 분석해 기녀 350명을 총정리 했다. 


이 중 황진이 매창 논개 홍랑 경춘 계월향 등 대표적인 기녀 10여 명은 ‘아바타’ 캐릭터로 만들었고 주요 기녀 관련 설화의 경우 시나리오화해 애니메이션과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특히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진주 기생 논개의 ‘충의’, 그리운 이를 위해 천리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왔던 남방의 호남 기생 강아의 ‘사랑’, 죽음으로 신의를 지킨 강원 영월 기생 경춘의 ‘절개’ 등을 각 기생이 가진 독특한 ‘정신’, 그와 관련된 ‘내러티브’가 캐릭터 외형에 반영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숙명여대 산학협력단(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지원) 역시 조선시대 여인의 각종 신체 부위별 장신구 200여 점을 3D그래픽으로 복원한 ‘한국의 전통 장신구-산업적 활용을 위한 라이브러리’를 개발했다.

 

 

○ 전통 문화원형으로 한류의 견고화를…

하필 왜 많은 우리 전통 문화 중 기녀문화를 ‘문화원형’으로 만들었을까?


전문가들은 기녀 문화의 특징으로 ‘기녀의 특수성’과 ‘태생적 비극성’을 언급한다. 제작을 총괄한 방송통신대 손종흠(국문과) 교수는 “중국 일본 등을 봐도 우리나라만큼 예술적인 성격이 강한, 즉 예능인으로 자질을 갖춘 기생은 드물다”며 “양반 사대부에 필적할 만한 식견, 악기 연주, 시 창작 능력 등 문화예술인으로서 기녀문화 자체가 요즘 대중문화의 자양분적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녀는 인생 자체가 극적인 내러티브를 담고 있어 다양한 시나리오로 재구성하기에 유리하다. 기녀 이야기는 △미모나 재주가 뛰어나지만 신분적 한계 때문에 양반과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성 △기녀들과 관련이 깊은 양반 사대부의 삶 자체도 역시 굴곡이 심한 점 등 극적 구성을 가진다.


지난해부터 경복궁 궁궐, 육조거리 등 조선후기 한양 도성 3D그래픽 문화원형을 활용한 영화 ‘왕의 남자’, 조선시대 검안(檢案) 기록을 재구성한 자료를 이용한 영화 ‘혈의 누’, 드라마 ‘별순검’(MBC TV) 등 전통문화를 디지털콘텐츠화한 문화원형의 산업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김기헌 문화원형사업팀장은 “한국의 역사와 전통, 풍물, 생활, 문화를 적극 활용하는 콘텐츠에 기여해 시들어가고 있는 한류에 깊이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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