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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세계/문학으로영화보기

"타짜" 다시보기

by 竹溪(죽계) 2006.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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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사랑의 비극을 그린 영화 “타짜”


이 영화는 돈을 따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도박꾼들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도박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액션과 스릴, 사랑, 배신, 우정 등이 뒤엉켜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점만으로는 재미있는 영화라고는 할 수 있어도 좋은 영화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영화라고 하는 예술은 흥행을 위주로 하는 오락성도 중요만 예술적 감동을 유발하는 핵심인 작품성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라는 예술 장르는 오락성을 중심으로 하여 재미로 보는 관객도 만족시켜야 하고, 작품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위주로 보는 관객도 만족시켜야 아주 까다로운 예술장르인 셈이다. 최근 우리 영화에는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매우 고무적이다.


필자가 보기에 흥행적 오락성과 예술적 작품성의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영화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으로 “태극기 휘날리며”, “살인의 추억”,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괴물” 등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에 가장 최근의 작품을 하나 더 넣으라고 한다면 바로 “타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타짜”는 단순한 오락적 즐거움을 주면서도 인생과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많은 장치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기에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인 “고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글쓴이의 시각으로 볼 때는 여주인공인 “정마담”이 겪어야 했던 사랑과 인생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이 영화는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고 구름처럼 흩어져 없어지는 애달픈 사랑의 비극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지나가는 바람처럼 마음을 흔들어놓고 나 몰라라 하며 어디론가 가버리는 그런 사랑을 투전판을 중심으로 하는 도박 인생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가 바로 “타짜”인 것이다. 이제 작품 속으로 들어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영화는 여주인공인 “정마담”이 회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우리는 이것에 유의하면서 감상할 필요가 있다. “정마담”의 독백에서 밝혀지는 사실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이 “평경장”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도박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것과 “평경장”의 제자 타짜인 “고니”를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여주인공인 “정마담”은 두 남자를 사랑했는데, 이 둘 모두 바람처럼 떠나가 버렸다는 것이 된다. 즉, 사랑을 찾아서 행복하게 살고자 갈망했던  여주인공이 자신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사랑했던 두 남자를 모두 놓쳐버리고 만다는 슬픈 사랑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여주인공인 “정마담”의 회고로 시작하여 끝을 맺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정마담”의 사랑의 특징은 일방통행의 일직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첫 번째 일직선은 “평경장”을 향한 일방통행이고, 두 번째 일직선은 “고니”를 향한 것이다.


그런데, 일직선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개가 나란히 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일직선이 생기면 다른 일직선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일방통행적 일직선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마담”은 “고니”라는 새로운 일직선이 생기면서 그것을 양방향으로 하고 싶은 욕심을 가지게 되는데, 여기서 비극이 싹트게 된다. “고니”를 차지하기 위해 “평경장”을 살해하는 일을 저지르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에 눈이 먼 “정마담”은 자신의 곁에 남아달라는 부탁을 뿌리치고 “평경장”을 따라 나서는 “고니”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법으로 “아귀”의 짓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써서 “평경장”을 죽이기에 이르는데, 이것은 아주 단순한 논리에서 나온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정마담”이 보기에 “고니”는 “평경장”을 사랑하고, “평경장” 역시 “고니”를 사랑하는데, 자신의 사랑으로 하고 싶은 “고니”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평경장”이라는 존재를 없애기만 하면 “고니”는 당연히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여기에 “정마담”의 잘못된 착각이 있었으니 그녀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평경장”은 젊은 “고니”를 “정마담”에게 보낼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마담”에게 돌아와 정착할 것처럼 보이던 “고니”는 “화란”이라는 술집 주인에게 바람처럼 날아가 버렸으니 “정마담”의 사랑은 또 다시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잡을 수 없는 사랑임을 아는 그녀였지만 그에 대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기에 “고니”의 행방을 수소문하면서 그의 주변을 맴돌게 된다. 드디어 목숨을 건 “아귀”와의 마지막 도박판이 벌어지는데, 돈만 챙기려던 애초의 생각을 바꾸어 “정마담”은 “고니”를 도와 “아귀”를 꺾을 수 있도록 함으로서 도박꾼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손을 망치게 하여 “아귀”를 도박판에서 퇴출시키게 한다. 


이 장면은 과히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고니”가 화투장을 밑에서 빼는 방식으로 하여 “아귀”에게는 9땡을 주고, 자신에게는 8땡, 그리고 “정마담”에게는 장땡이 돌아가도록 한다.


그러나 화투 놀음에는 내로라하는 전문가인 “아귀”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으니 “정마담”에게 준 패가 장땡이라고 하면서 만약 맞지 않으면 자신의 손을 걸겠다고 하면서 “고니”도 함께 손을 내놓으라고 한다.

 

 


모든 것이 들통이 나버린 상황에서 증거가 있냐고 버티며 궁지에 몰려 있던 “고니”는 “아귀”를 향해 “정마담”이 던지는 한 마디에 태도가 돌변한다. “꼭 이렇게 해야만 돼?”라고 하는 “정마담”의 한 마디는 “아귀”에게 현 상황에 대한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갖게 하는 말로서 “아귀”로 하여금 승부에 나서도록 하는 부채질이었고, “고니”에게는 “정마담”에 대한 믿음을 확인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마담”의  이 한 마디를 들은 “고니”는 너무나 자신 있게 손을 내밀어서 끈에 묶는다. 결과는 “아귀”의 패배로 끝나고 단풍이 나와야 할 “정마담”의 화투패는 삼광으로 바뀐 뒤였다. “아귀”는 그것이 사꾸라일 리가 없다고 계속해서 중얼거리지만 승부는 이미 끝난 뒤였다.


여기서 “아귀”가 놓친 것이 있었으니 “고니”를 향한 “정마담”의 사랑이라는 변수가 그것이다. “고니”가 돌린 “정마담”의 화투장은 분명 단풍이었으나 “고니”를 살리고 싶었던 “정마담”에 의해 사꾸라로 바꿔치기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눈보다 손이 빠르다고 한 것이다.


“고니”만이 적이라고 생각해서 “정마담”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아귀”의 실수가 스스로의 패배를 불러온 것이었다. 하기야 사랑의 마음으로 움직이는 “정마담”의 손놀림을 사랑을 모르는 “아귀”같은 자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스승을 죽인 범인이 “정마담”이란 사실을 확인한 “고니”는 돈을 태워버리고 친구 타짜인 “고광렬”를 데리고 떠나가려고 한다. 돈을 돌려주고 가라며 “정마담”은 “고니”에게 총을 겨누지만 “쏠 수 있어!, 쏠 수 있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차마 사랑하는 그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고 팔을 스치는 가벼운 상처를 내고는 절망으로 주저앉아버리고 만다.

 

 

그렇게 떠난 사랑이지만 “정마담”은 “고니”를 잊을 수 없다. 기차에서 떨어져 죽은 시신이 “고니”가 맞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의해 영안실에 가서 보지만 그 사람은 “고니”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마담”은 “고니”가 맞다고 증언하고 자신은 감옥으로 향한다.


“고니”에 대한 “정마담”의 사망 확인은 “고니”로 하여금 완전한 자유를 얻도록 했으니 그 후에 그는 서양 화투라고 할 수 있는 카지노에서 활동하게 된다. 많은 돈을 딴 다음 카지노를 나서던 “고니”는 문득 생각난 듯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는데, 이것은 술집 주인이며, 자신이 사랑하는 “화란”에게 전화를 걸기 위함이었다.


사랑 때문에 도박 인생에 뛰어들었고, 그를 위해 도박판의 꽃인 설계자가 되어 “평경장”을 도왔으나 그 사랑에 실패하고, 두 번째 사랑에도 무참하게 패배한 “정마담”의 비극적 사랑과 도박판을 통해 진정한 우정과 의리, 그리고 사랑을 알았던 시골청년 “고니”의 인생여정이 중심을 이루는 이 영화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해 준다.


첫째, 목적이 올바르지 못하면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영화에서 남주인공인 “고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정마담”이지만, 그녀는 사랑을 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지려고 하는 욕심이 앞섰기 때문에 실패한다.


한 때 자신이 사랑했던 “평경장” 까지 죽여가면서 “고니”를 차지하려고 하지만 그는 바람처럼 떠나버리고, 그녀에게는 사랑의 이별과 인생의 실패라는 두 개의 고난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것은 그녀의 욕심이 순수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반면,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화란”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절개를 지키면서 “고니”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사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니, 올바르고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둘째, 올바르고 정직한 것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남주인공인 “고니”는 스승인 “평경장”과 자신을 사랑하는 “정마담”에게서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는데, 그 속에는 올바르지 못하고 정직하지 못한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그는 정직하지 못한 것들을 나름대로 걸러내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올바르고 정직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위해 온몸을 던진다. 도박 자체가 올바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하는 모든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여기서 말하는 올바름이나 정직함은 도박판 인생이라는 범주 안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된다.


짜고 치는 노름판에서 잃어버린 누나의 위자료를 되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온갖 왈패가 판을 치는 노름판에 뛰어들어서 칼을 휘두른다든지,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얻어맞으면서도 “평경장”의 제자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서울의 깡패 두목인 “곽철용”을 단신으로 살해하는 행위, 친구인 “고광렬”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아귀”와 벌이는 죽음의 한 판,  등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남주인공인 “고니”가 보여주는 이러한 행동들은 같은 도박 인생을 사는 사람들인 나머지 등장인물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사랑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마담”이 그렇고, 아무도 믿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정마담”을 이용하는 “평경장” 역시 그렇다.


이런 점은 “아귀”, “곽철용”, “짝귀” 등도 모두 마찬가지인데, 이들은 올바르게 살아남은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계략으로 살아남는 방법과 위험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고니”는 자신의 마음에 올바르다고 생각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추진하는 성격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도 “고니”의 이런 행동은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남주인공의 행동을 이런 시각에서 살펴보면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우리 인생에 하나의 지침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지혜로운 어리숙함이 있어야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남주인공 “고니”와 그의 친구 타짜 “고광렬”, 그리고 술집 주인인 “화란”을 제외하고는 모두 완벽한 인물이다. 누구도 믿지 말라고 가르치는 “평경장”, 세력과 힘으로 노름판을 뒤흔드는 “곽철용”, 도박판의 꽃으로 판을 꾸려나가는 설계자인 “정마담, 죽음의 화투판을 좋아하는 “아귀”, 경상도의 전설적인 타짜 “짝귀” 등은 모두 나름대로의 경지에 오른 완벽한 인물들이다.  


완벽성에 있어서 그들은 분명 “고니”와 “고광렬”과 “화란”을 넘어서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다. “정마담”은 그토록 갈망하던 사랑을 얻지 못하고, 전설적인 타짜였던 “평경장”은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완벽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던 “짝귀”, “아귀”, “곽철용” 등은 불구가 되거나 죽음을 맞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에 비해 어리숙해 보이는 “고니”, “화란”, “고광렬”의 적수가 못된다. 허술하기만 한 떠벌이 타짜인 “고광렬”은 진정한 친구와 사랑을 동시에 거머쥐는 존재이고, 착하기만 한 술집 주인인 “화란”은 엄청난 금력을 가진 “정마담”과의 사랑싸움에서 “고니”를 차지하는 승리를 맛본다.


“고니”는 어떤가? 시골 남원의 가구공장서 막노동자로 살아가던 그는 도박판에서 타짜로 살아가면서 자신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매력과 의리로 인해 마지막에는 거의 모든 것을 얻는 존재로 나타난다.

 

 


쉽게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성격, 옳다고 믿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몸을 던지는 것, 사랑 이외에는 아무런 목적도 없는 사랑, 자신을 키워준 스승에 대한 의리, 사람 됨됨이를 알아보는 날카로운 예지력 등이 “고니”라는 인물에게 있었기 때문에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완전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의 능력을 너무 믿어서 아무 데서나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반드시 드러내야할 때만 능력을 드러내고 다른 때는 순박함을 잃지 않은 어리숙해 보이는 행동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모두는 어떤 경우에도 “고니”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도박이라는 불법 노름판 인생을 소재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 위에서 말한 것이 허망한 것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인정받으면서 살아가는 것과 자신이 갖고 싶은 사랑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에 있어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아 이 글을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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