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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세계/문학으로영화보기

어설픈 민족애를 강요하는 영화 “우리학교”

by 竹溪(죽계) 2007.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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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한국
장르
독립영화
감독
출연
 

                                                      영화 줄거리

 

곱다고 봐주는 사람들도 없는데 어이하여 너는 여기에 피었는가? 분계선 코스모스 같은 아이들... 볼수록 사랑스럽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우리학교’ 입니다! 해방직후 재일 조선인 1세들은 일본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자비로 책상과 의자를 사들여 버려진 공장에 터를 잡아 ‘조선학교’ = ‘우리학교’를 세운다. 처음 540여 개가 넘던 학교는 일본 우익세력의 탄압 속에 이제 80여 개의 학교만이 남게 되었다. 김명준 감독은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의 교원, 학생들과 3년 5개월이라는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낸다. “조선사람은 조선학교에 다녀야 한다” - 일본땅 조선아이들의 ‘용감한’ 등교가 시작된다! ‘우리학교’의 학생들은 여느 10대들과 다름없이 명랑하고 밝다. 일본이라는 타국땅에서 조선인이라는 이방인으로 살아가지만 ‘우리학교’라는 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동포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기 위해 공부하고 운동한다. 북에 대한 적대감이 반영된 일본 우익세력의 무작위적 협박과 이로 인한 신변의 위협을 겪으면서도 ‘우리학교’의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은 ‘조선사람은 조선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그 평범한 진실을 어렵게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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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된 민족애만을 강조하는 영화 “우리학교”


일본의 홋카이도에 있는 재일 조선인학교를 소재로 다룬 작품인 “우리학교”는 다큐멘터리영화다. 2006년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이 작품은 최근 극장에서 개봉되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 영화는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민족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과 함께 오히려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과연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다큐멘터리영화라는 것은 기록물로서 가지는 사실성과 교훈성, 그리고 영화로서 가지는 오락성으로서의 재미, 스피드, 뚜렷한 주제, 갈등과 긴장 등이 합쳐진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영화는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우리학교”는 기록물로서의 사실성과 교훈성, 그리고 영화가 갖추어야 할 여러 요소들을 거의 완전히 무시한 상태에서 감독의 생각대로 만든 영화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아무리 따뜻한 민족적 감성으로 보려고 해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 영화가 바로 “우리학교”다.


이제 아래에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자.


첫째, 이 영화는 너무 길고 지루하다.

두 시간이 훨씬 넘는 131분이라는 길고 긴 영화를 본다는 것은 관객에게 일방적인 인내를 요구하는 감독의 독재나 마찬가지다. 영화가 가진 특수성을 외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같은 장면을 10분 이상씩 내보내는 감독의 독재에는 두 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두 시간을 넘으면 모든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감독은 완전히 무시한 채 영화를 이끌어간다.


여기서 감독이 요구하는 것은 강한 민족애와 연민으로 이 지루함을 극복해달라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것은 감독의 착오이다. 아무리 피 끓는 민족애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엄연히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라는 것은 필자가 위에서 말한 여러 요소들을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감독은 무시했거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관객에게 이런 폭력을 휘두를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독의 폭력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원래부터 간직하고 있는 민족애도, 일본에 대한 적개심도 사라지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입장료의 일부가 후원금으로 나간다고 하는 것을 보면 감독은 홋카이도의 조선인 학교를 도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가 과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장편과 지루함을 우리에게 선사한 감독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


둘째, 주제가 뚜렷하지 못하다.

길고 지루하게 이끌어가다 보니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가 뚜렷하지가 않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자신이 가진 생각을 관객들에게 알리고 강한 호응을 얻기 원해서 작품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공감하게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존재가 바로 감독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이런 것을 완전히 무시했다.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멋대로 편집을 했다.


오직 민족 하나만으로 버티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여과 없이 그대로 화면에 담는 정도의 수고밖에 그는 하지 않았다. 민족애를 강조하여 많은 후원을 끌어내려 했다면 이 영화는 1시간 30분 정도의 길이로 만들면서 자신이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를 뚜렷이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너무 욕심을 많이 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다. 그 결과 자신이 나타내려고 하는 주제를 흐리게 만들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지루함과 거부감만을 선사하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주제가 분명하지 못한 예술작품은 제작자의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성공한 작품, 예술성이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감독은 모르거나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학교”는 잘라낼 것은 과감히 잘라내고, 뚜렷한 하나의 주제를 잡은 다음 그것으로 작품을 이끌어갔으면 아주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했다면 주제적 측면의 민족적 동질성과 흥행적 측면의 오락성을 함께 거머쥐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셋째,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갈등의 양상이 분명하지 못하다.

영화는 이야기인 서사구조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종합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라는 예술은 기본적으로 구성이 치밀해야 한다. 구성이 느슨해지면 관객은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반은 졸면서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민족성보다 더 강한 인간 본능이다. 그런데, 감독은 인간의 이런 본능을 무시한 채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런 관계로 “우리학교”는 영화가 아닌 아무렇게 만들어진 형편없는 다큐멘터리 정도에 머무르고 말았다.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다는 것은 사건의 전개에 있어서 갈등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우리학교”를 보면 영화 속에서 어떤 갈등이 나타나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이 정도의 영화라면 그냥 홋카이도에 있는 조선인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어떤 것을 보는 그런 정도의 느낌밖에 일어나지 않을 것인데, 관객들이 이런 느낌을 가지는 것은 순전히 감독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고무줄처럼 늘어지는 구성에다 갈등의 표출이 거의 없고, 그것에 대한 해결이 나타나지 않는 무긴장감 속에서 두 시간 이상을 버티는 것은 그야말로 고문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강요된 민족주의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를 감독에게 묻고 싶을 정도다.


필자가 보기에 재일조선인문제는 일본과 우리 민족 간의 영원한 화두이기 때문에 소재적인 측면에서 잘 살리기만 하면 예술성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구성을 치밀하게 하면서 갈등을 최대화 하는 것이 영화의 기본이라는 것을 감독은 모르는 것일까? 


지금의 작품처럼 느슨한 구성과 무갈등 상태를 지양하고, 탄탄한 구성과 일관된 주제로 진행하면서 재일조선인 학교에서 일어나는 갈등양상을 민족 간의 갈등양상으로 승화시켜 끌어올린다면, “우리학교”는 예술성이 대단히 높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욕심을 낸다면 재일조선인에 대해 일본인들이 갖는 관심과 거부감 등을 좀 더 적나라하게 다루면서 작품을 이끌어갔다면 좋았을 것이고, 그렇게 만들었다면 “우리학교”는 근래에 보기 드문 독립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예술적 측면에서는 형편없는 작품이었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보면서 필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민족애 혹은 민족성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함께 민족성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것들이 그것이다.


“우리학교”에서 보여주는 대로라면 재일조선인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일본사람들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과 같은 존재로 생각된다. 생활과 문화체험은 일본식으로 하면서 그들과 분리되어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재일조선인이 되는 것이다.


일본이라는 타국에 살면서 언어를 지켜내는 일이 어렵고 대단한 것이기는 하지만 언어를 지켜내는 것만으로 민족적 동질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심사숙고 해봐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관객으로 하여금 재일조선인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들 수 있도록 하는 동질적 요소를 강조하면서 재미있게 만들었어야 할 것인데, “우리학교”는 오히려 이런 측면에서 역효과를 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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