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사육신관련/이 개

해동잡록 이개전

by 竹溪(죽계) 2006. 9. 13.
728x90
SMALL
 

해동잡록 3 본조(本朝)

 

 

이개(李塏) 



○ 본관은 한산(韓山)으로 자는 백고(伯高) 또는 청보(淸甫)이다. 목은(牧隱)의 증손이요 종선(種善)의 손자다. 나면서 문장을 잘하여 조부의 풍이 있었다. 세종조에 등제하여 집현전직제학(集賢殿直提學)이 되었다. 세조가 임금 자리를 물려받자 박팽년(朴彭年)ㆍ성삼문(成三問) 등과 노산(魯山 단종(端宗))의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되어 처형되었다. 바야흐로 박팽년과 성삼문이 대궐 마당에 계류되어 낙형(烙刑)을 받을 때, 이개가 천천히 묻기를, “이게 무슨 형벌이오?” 하고, 사람됨이 여위고 약하였으나 매를 맞으면서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아 사람들이 장하다 하였다. 끝내 굽히지 않고 성삼문 등과 같은 날에 죽었다. 형(刑)에 임하여 수레에 실릴 적에 시를 짓기를,


우 임금 솥 같이 무거울 때에는 생명도 크지만은 / 禹鼎重時生亦大

기러기 터럭같이 가벼우면 죽는 것이 오희려 영화로다 / 鴻毛輕處死猶榮

날이 새도록 잠 못 이루고, 문을 나서니 / 明發不寐出門去

현릉(顯陵 개성에 있는 이태조(李太祖)의 능)의 송백이 꿈 속에 푸르렀다 / 顯陵松栢夢中靑


하였다. 추강의 〈육신전(六臣傳)〉

○ 이개의 시문(詩文)은 청절(淸絶)하여 세상에서 중시하였다. 세종[英廟]이 온양(溫陽)에 행차하였을 때 이개와 성삼문 등이 편복(便服)으로 어가(御駕)를 따라 고문(顧問)으로 가니 사람들이 모두 영광으로 생각하였다. 성삼문의 모의에 참가하여, 매를 맞으며 안색 하나 변하지 않으니, 보는 사람들이 장하다 하였다. 세조가 잠저(潛邸 즉위하기 전을 말함)에 있을 때, 이개의 숙부 계전(季甸)이 아주 친밀히 출입하니, 이개가 경계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 세조가 말하기를, “일찍이 개(塏)가 그런 말 하였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불초(不肖)하다 생각하였더니, 과연 다른 마음이 있어서 그랬구나.” 하였다. 《동각잡기(東閣雜記)》


○〈팔가시선서(八家詩選序)〉에, “시(詩)는 아송(雅頌) 이후로 정성(正聲)이 차차 쇠미하여 제(齊) 나라 양(梁) 나라의 사이는 여럿이 지은 것이 새 지저귀듯 하였더니, 당 나라에 이르러 《시경》의 남은 운치가 있게 되었고 송대(宋代)의 대가(大家)라는 몇몇 사람은 당나라와 방불하여서 후일에 시를 논하는 자가 당(唐)이니 송(宋)이니 하는 데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나 여러 시집들이 대단히 많아 두루 다 볼 수 없는 것이 병이다.” 하였다.


하루는 비해당(匪懈堂 안평대군(安平大君))이 이 점을 언급하고 시를 모아 선집(選集)을 만들고 싶다 하여, 곧 두세 선비들과 함께 분담하여 시를 골라 이것을 제정하였으니 당(唐)에 있어서는 이백(李白)ㆍ두보(杜甫)ㆍ위응물(韋應物)ㆍ유종원(柳宗元), 송(宋)에 있어서는 구양수(歐陽修)ㆍ왕안석(王安石)ㆍ황정견(黃庭堅)ㆍ소식(蘇軾)의 오칠언단구(五七言短句) 등 모범이 될 만한 것 약간씩을 10권으로 나누어 보기에 편리하게 하였다. 그 외 명가(名家)들도 적지 않지만은, 일일이 수록하게 되면 번잡함을 면치 못하므로 이 팔가(八家)만으로 자르고 다른 사람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책은 간편하면서 정교하고 전아하면서도 아름다워, 실로 《시경》의 우익(羽翼)이 될 것이요, 또한 장차 시도(詩道)를 진기(振起)시키고 아송(雅頌)을 만회할 시초가 될 것이니, 후학에게 줄 공이 어찌 얕다 하겠는가.


아! 비해당은 빼어난 자질로 부귀한 지위에 처해 있으면서 능히 담박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문장으로 스스로 즐겨 그 마음씀이 이와 같으니, 천백년 뒤에라도 이 책으로 인하여 그 고상한 풍치를 공경히 우러를 수 있을 것이다. 《동문선》에 나옴


○〈영달하여 대구로 근친가는 수찬 서강중(徐剛中 서거정)을 보냄〉이라는 시에,


망운(望雲 부모를 생각하는 것)하는 마음 역마를 달리기급하고 / 望雲飛傳急

벼슬 높으니 훤당(萱堂 어머니 계신 방)이 아름답다 / 仙桂媚堂萱

잔 올려 남산같은 수 빌제 / 爵上南山壽

술단지에는 임금의 은혜 가득하다 / 樽涵北闕恩

미담은 부로들 사이에 오가고 / 美談歸父老

가기(佳氣)는 향촌에 가득하네 / 佳氣藹鄕村

효도는 바로 문교이니 / 孝理仍文敎

나라의 근본을 높였어라 / 邦家重本原

하였다.


○〈장미화(薔薇花)〉 시에,


향기는 온 집에 가득하고 꽃 그림자 짙어 / 香浮一院影沈沈

나비 춤추고 벌이 미침을 금할 수 없어라 / 蝶舞蜂顚不自禁

나 또한 그윽한 흥취를 견디지 못하고 / 我亦未堪幽興惱

종일 앉아 괴로이 읊조리며 꽃에 빠져버렸네 / 苦吟終日坐花淫


하였다. 《대동연주시격(大東聯珠詩格)》의 주에 이르기를, “꽃에 빠지다[花淫]라는 것은 반한 것[沉惑]을 말한다. 즉 꽃을 사랑하는 정도가 책에 빠지는 것[書淫]과 같다는 뜻이다.” 하였는데, 이 책은 유희령(柳希齡)이 지은 것이다.


○〈이화(梨花)〉에,


집안이 깊숙한데 봄 낮은 맑았어라 / 阮落深深春晝淸

배꽃이 만발하여 바야흐로 어둑어둑 / 梨花開遍正冥冥

꾀꼬리는 하마도 무정하여서 / 鶯兒儘是無情思

번화한 가지 스쳐 지나니 눈 한 떨기 떨어진다 / 掠過繁英雪一枝


하였다.


○〈삼색도(三色桃)〉시에,


얕고 깊은 붉고 흰 것 찬란하게 서로 얽혔으니 / 淺深紅白爛相交

누가 하늘 베틀을 빌려 짜느라 수고하였나 / 誰假天機織得勞

봄바람이라고 세상 물정 없는 것 아니어서 / 未是春風無世態

귀한 집 못가에만 비단으로 복사를 장식하였네 / 貴家池館錦粧桃


하였다.


○〈옥잠화(玉簪花)〉시에,


마고 선녀를 군옥산 머리에서 보았고 / 麻姑群玉山頭見

천녀는 요대의 달 아래에 놀았다 / 天女瑤臺月下游

예상우의무(霓裳羽衣舞)를 끝내니 운금 어지러워 / 舞罷霓裳雲錦亂

취하여 돌아오다 떨어뜨리고 거두지 못하였네 / 歸來醉墮不曾收


하였다. 모두《동문선》에 나옴.


○ 임금의 명으로 〈차원부(車原頫) 설원(雪冤)〉이라는 시를 지었는데,


군친을 움직이려 꾀하다가 지공한 데 빠졌는데 / 謀動君親陷至公

화근은 누구이며 누가 정말 간웅인가 / 禍荄誰是箇邪雄

정말 원한이 어찌 차 승상뿐이던가 / 眞寃豈獨車丞相

허위 날조는 도리어 이 시중에게 비등하네 / 虛捏還騰李侍中


하였고, 또


깨끗한 종가의 가문도 오히려 저버렸는데 / 淸宗家世商孤負

어찌 아침에는 진 나라에 머물렀다 저녁에는 초에서 지내는 것 본받으며 살 것이랴 / 豈效朝秦暮楚生

후인이 다행히 이 사필을 알게 되면 / 後識幸從斯史筆

자릉(子陵 엄광(嚴光)은 광무제(光武帝)의 친구였으나 벼슬을 거절하였다)이 응당 한 나라 관명을 부끄러워하리라 / 子陵應恥韓官名


하였다. 〈설원시(雪冤詩)〉


○〈희현당전(希賢堂傳)〉에 쓰기를,


혼돈이 나뉜 후에 삼재가 났으니 / 混沌旣分三才出

각기 태극을 구비하여 차별이 없었다 / 各具太極無差別

태극의 이치는 성에 불과한 것이니 / 太極之理不外誠

성이란 태극과 하나는 아니지만 / 誠也太極元非一

하늘은 성으로 하여 절로 굳건하고 / 天以誠而能自健

땅은 성으로 하여 만물을 싣고있네 / 地以誠而能載物

성인은 천성이라 성에 편안하니 / 聖人性焉安於誠

이 때문에 천지와 그 덕이 합하고 / 所以天地合其德

현자는 성하기를 생각하여 스스로 지키니 / 賢者思誠能自守

이 때문에 덕의를 본받을 만한 것이다 / 所以德義爲可則

주 나라가 쇠하고 도를 잃은 지 수천 년이 되었으니 / 周衰道喪數千載

중간에 삿된 길과 거짓이 멋대로 좀먹어서 / 中間邪僞恣蟊賊

온 세상 어릿어릿 어둠 속을 헤매어 / 擧世貿貿昧所之

성현의 길에 형극이 생기게 하였네 / 遂令聖路生荊棘

진중한 주염계가 황무한 것을 김 매어 / 珍重濂溪爲鋤蕪

환히 만고에 뭇 의혹 풀었구나 / 昭然萬古開群惑

희천 희성 희현이란 말로 / 希天希聖希賢語

학자의 힘쓸 바를 지시하였네 / 指示學者知所方

고양 재자 천품이 높지만 / 高陽才子天稟高

위로 고인을 벗하였어도 합한 데 적었구나 / 尙友古人猶寡合

안연과 이윤이 실로 바라는 바이니 / 維顔維尹實所希

성인은 과하고 현인이 미칠 바라네 / 維聖維賢過與及

아! 우리 삼재에 참례하였으니 / 吁嗟我人備三才

어떡하면 하늘 땅과 함께 참례해 설꼬 / 何以能參天地立

정성 성 한 글자가 성인 학문 꿰뚫으니 / 誠之一字貫聖學

너희에게 분명히 고하노니 과연 확실한 것일세 / 告爾丁寧果而確


하였다. 《동문선》


○ 제학(提學) 이백고(李伯高)와 박사(博士) 성화중(成和仲 간(侃))이 함께 옥당에 있으면서 백고가 연구(聯句)를 입으로 부르기를,


옥당에 봄볕 따뜻하여 해 비로소 길어지니 / 玉堂春暖日初遲

남창에 기댄 잠이 백치를 기르도다 / 睡倚南牕養白痴

우는 새 몇 소리 낮 꿈을 놀래키고 / 啼鳥數聲驚午夢

살구꽃 고운 웃음 새 시에 들어온다 / 杏花嬌笑入新詩

하니, 성화중이 차운하여 말하기를,

어린 제비 우는 비둘기에 낮 시간 길어지고 / 乳燕鳴鳩晝刻遲

태액(궁중의 못)에 봄날은 찬데 버들은 얼빠진 듯 / 春寒太液柳如痴

옥당에서 잠을 깨니 나머지 일이 없어 / 鑾坡睡破無餘事

이따금 만전(고려전(高麗牋))을 펼쳐서 작은 시를 쓴다 / 時展蠻牋寫小詩


하였다. 《용재총화》에 나옴.


○ 백고(伯高)는 청보(淸甫)의 다른 자(字)가 아닌가 싶다. 《용재 총화》의 이 조(條)에는 몇몇 문학하는 선비로서 인수(仁叟) 등 네 사람이 기록되었는데 청보의 문명(文名)과 깨끗한 명망으로 홀로 빠질 리가 없다. 《용재총화》중에 인수를 언급할 때마다 청보(淸甫)가 그 중에 있으니, 백고가 곧 청보인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대개 개(塏)라는 자는 높고 시원하다는 뜻이니, 자를 청보와 백고라 한 것이 모두 뜻이 있는 것이다. 또 상고하여 보건대, 《용재 총화》의 진일(眞逸 성간(成侃)) 조에서 이르기를, “꿈에 이백고(李伯高)가 용이 된 것을 보고 내가 용을 잡고 날아 강을 건넜다. 내가 떨어질까 걱정하니 용이 돌아보며 말하기를, ‘내 뿔을 단단히 잡아라.’ 하였다. 꿈을 깨고 백씨(伯氏)에게 말하였더니. 백씨가, ‘백고(伯高)는 높은 명망으로 일찍 중시(重試)에 뽑혔다. 군이 그 뿔을 잡았으니 반드시 중시에 장원이 될 것이다.’ 하였는데, 머지 않아 백고가 주살당하고 진일(眞逸) 역시 병으로 죽었다.” 하였으니, 이것을 보면 진일은 성간(成侃)의 호(號)인 것이다. 사육신(死六臣)의 변이 병자년 6월에 있었고 진일이 병으로 죽은 것이 7월이며, 청보(淸甫)는 벼슬이 직제학(直提學)에 이르렀으니 백고(伯高)가 청보(淸甫)의 다른 한 자(字)라는 것은 더욱 의심할 것 없다. 《상촌집(象村集)》에 나옴.

LIST

'1.사육신관련 > 이 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육신 이개의 시  (0) 2006.09.11
사육신 이개전  (0) 200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