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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세계/현대의구비문학

외국어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동방불패' 이야기

by 竹溪(죽계) 2006.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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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번역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신동방불패”이야기


임청하라는 배우가 주인공은 맡았던 ‘동방불패’라는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인기를 끌었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이 영화를 소재로 한 새로운 민담이 199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신동방불패”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에는 외국어를 번역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는 교훈이 들어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온갖 무공에다 흡성대법까지 익힌 동방불패는 무림을 제패하고 최고의 강자가 되었다. 무림 전체가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왔다고 생각한 그는 상당히 오만해져 있었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한적한 산길을 가다가 어떤 노인을 만나서 실랑이를 하다가 싸우게 되었는데, 그 노인한테 패하고 말았다.


무림계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자부했던 동방불패로서는 기가 막히고 창피하기는 했지만 실력으로 이길 수가 없으니 할 수 없이 노인의 제가가 되기로 했다. 노인의 제자가 되어 새로운 무술을 여러 가지 익혔는데, 자신이 알고 있던 무술과는 다른 여러 무술을 노인에게 배워서 실력이 한층 높아졌다.


자신이 지닌 무공을 다 가르쳐서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생각한 동방불패의 스승은 책 한권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에는 아직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급이 들어있다. 이 속에 있는 것만 다 익히면 너는 명실공이 세계 최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들은 동방불패는 너무나 기뻐서 얼른 그 책을 받아서 무술을 익히기로 했다.


그런데, 그 스승은 책을 내주면서 한 가지 더 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의 비급은 10단계까지 있는데, 9단계까지만 익히고 10단계는 익히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 10단계 이론은 외국에서 들어온 것인데, 나도 아직 해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스승과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동방불패는 그 비급에 있는 무술을 다시 익히기 시작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동방불패는 9단계의 무술까지 모두 익혔는데, 자신의 내공과 무공이 훨씬 증강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만족하고 스승의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것인데,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이라 동방불패는 10단계의 무공을 익히고 싶어 안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스승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10단계의 무공비급을 보고 말았다.


그랬더니 그 비급에는 놀라운 것이 적혀 있는 것이었다. “거세행즉세계최강(去勢行則世界最强)”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이 말은 자신의 성기를 잘라버리고 무공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약간 의심이 가지 않는 바가 아니었지만 세계 최강이 된다는 말에 혹하여 동방불패는 거세(남자의 성기를 잘라버리는 것)를 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무공에 눈이 먼 동방불패는 드디어 거세를 하였는데, 그런 후에 자신의 내공을 실험해보니 그전보다 훨씬 못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더욱 높은 경지로 들어가겠지 하고 열심히 연습을 했으나 그이 무공은 날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이었다.


덜컥 겁이 난 동방불패는 자신에게 비급을 준 스승을 찾아가서 상의를 했다. 그랬더니 스승이 하는 말씀이 “거 봐라 내가 그러니까 익히지 말라고 했지. 거세를 한 이상에는 나도 어찌할 수가 없으니 그런 줄 알아”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스승님은 나보다 무공도 높고 경험도 많으니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하면서 동방불패는 계속해서 졸랐다. 졸리다 못한 스승이 하는 말이 “ 사실은 그 무공은 한국에서 들어온 것인데, 그 무공의 근원지를 찾아가 보면 혹시 해결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 말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동방불패는 한국으로 건너왔는데, 조그만 나라라고는 하지만 구석구석을 모두 찾아다니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전국방방곡곡을 헤매고 헤매던 끝에 동방불패는 10단계 무공의 진원지를 알아내게 되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충청도 대전 부근에 있는 계룡산 기슭이라는 것이었다. 그 전 같으면 날아서 갔을 것인데, 이제는 무공이 없어졌기 때문에 동방불패는 걷고 또 걸어서 그 무공이 나왔다는 산 속을 찾아가 보았다.


동방불패가 찾아간 곳은 계룡산 중턱에 있는 고시촌이었는데, “거세행즉세계최강”이라는 무공이 나온 집을 물어 물어서 찾아가 보았다. 그 집은 고시촌 중에서도 맨 꼭대기에 있는 허름하고 조그만 움막집이었는데, 그곳에서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은 고시에 10번을 떨어진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 방에 들어가서 10단계 무공의 구결을 보게 되었는데, 한국말을 모르는 동방불패는 중국어를 잘 하는 사람에게 통역을 부탁해서 그 뜻을 겨우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런 표어였다. “X 빠지게 공부하면 세계 최강이 된다”


이 말의 뜻을 알고 나서 너무나 놀란 동방불패는 그 자리에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것은 199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현대의 구비문학이다. 외국어를 번역함에 있어서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가를 성적인 내용으로 풀어서 만들어낸 기발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구비문학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 있으며,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민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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