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뚱보 이야기
이 이야기는 의료보험제도가 시작되고 나서 생겼던 사회현상을 보고 일반인들이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의료보험제도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병원에서 의료보험환자를 굉장히 싫어했었습니다.
왜냐하면 현금을 받을 수 없는데다가 여러 절차를 거쳐야하고, 진료비에 대한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런 현실에서 응급환자였지만 의료보험환자라고 해서 받지 않는 바람에 그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가끔 일어났는데, 이것을 보고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전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니까 이때쯤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구비문학은 계속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민담입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두 사람의 남자 뚱보가 앞뒷집에 살았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상당히 뚱보였는데, 살을 빼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해봤지만 살이 잘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앞집에 사는 뚱보에게 친구가 놀러왔다가 살찐 것을 보고 걱정하면서 자신이 잘 아는 비만전문의를 소개 해주었습니다.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식을 접한 앞집의 뚱보는 다음날 당장 전문의에게 가서 상담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의사는 자신이 지어주는 약을 잠자기 전에 한 봉지씩 먹고 자기만 하면 하루에 1킬로씩 살이 빠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몇 킬로를 뺄 것인지를 말하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앞집의 뚱보가 15킬로를 빼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 의사는 15일분의 약을 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먹고 자기만 하면 1킬로씩 살이 빠진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았으나 앞집 뚱보는 큰 기대를 가지고 첫날밤에 약 한 봉지를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앞집 뚱보의 꿈에 아주 아름다운 여자가 비키니 차림으로 나와서 하는 말이 자기를 잡기만 하면 함께 살아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나 신이 난 앞집 뚱보는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살 욕심으로 밤새도록 그 여자를 쫓아다녔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어찌나 빠른지 결국 잡지는 못하고 꿈을 깨고 말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몸무게를 재어보니 1킬로가 빠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기분 좋게 살을 뺀 앞집의 뚱보는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약을 먹고 꿈을 꾸었는데, 매일 매일 새로운 여자가 나타나는데, 갈수록 더욱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나서 자신을 잡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매일 1킬로씩 15킬로를 뺀 앞집의 뚱보는 날씬해지기도 했지만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앞집 뚱보는 뒷집의 뚱보를 찾아가서 자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뒷집 뚱보는 매우 놀라면서 자기에게도 그 의사를 소개해 달라고 야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집 뚱보는 뒷집 뚱보에게 의사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앞집 뚱보의 소개를 받고 의사를 찾아간 뒷집 뚱보는 친구의 소개로 왔는데, 자신도 15킬로 정도를 빼고 싶으니 15일분의 약을 지어달라고 했습니다.
의사는 뒷집 뚱보의 주문대로 15일분을 지어주었습니다. 이미 앞집 뚱보의 이야기를 들어서 사정을 알고 있는 뒷집 뚱보는 자신의 꿈속에는 어떤 여자가 나올지 매우 궁금하였습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뒷집 뚱보는 얼른 저녁을 먹은 뒤 의사가 주는 약을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속에는 어떤 여자가 나올까 하는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잠을 청했습니다. 뒷집 뚱보 역시 약을 먹고 잠이 든 후 꿈을 꾸었는데, 이거야말로 기가 막힌 꿈을 꾸는 것이었습니다.
앞집 뚱보의 꿈에는 분명히 아름다운 여자가 비키니 차림으로 나온다고 했는데, 자신의 꿈속에는 아주 못생기고 흉측한 마귀할멈이 나와서 자기를 잡아먹겠다고 따라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겁에 질린 뒷집 뚱보는 도망을 가기 시작했는데, 밤새도록 도망 다니다가 아침에 잠을 깼는데 기분이 매우 나빴습니다.
몸무게를 달아보니 1킬로가 빠지기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곧 생각을 고쳐먹고 스스로에게 말하기를 “첫날은 약이 잘 안 들었거나 뭔가 잘못되어서 그렇겠지, 다음날부터는 틀림없이 미녀가 나타날거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둘째 날도 뒷집 뚱보는 저녁을 얼른 먹은 후 그날 밤에는 미녀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약을 먹고 잠을 잤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도 미녀는 나오지 않고 더욱 사나워진 마녀가 나와서 자신을 쫓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잡히면 죽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뒷집 뚱보는 불에 땀이 날 정도로 도망을 다니다가 아침에 잠을 깼는데, 역시 1킬로가 빠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뒷집 뚱보는 언제 미녀가 나타날까를 기대하면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가 14일분 까지 약을 먹었는데, 이제 마지막 한 봉지를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약을 먹으면서 그는 생각하기를 지금까지는 마녀가 나왔지만 마지막 날은 그래도 미녀가 나오겠지 하고 약을 먹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마지막 날의 마녀는 어느 때보다 흉측한 모습으로 등장해서는 곧 잡아먹을 듯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놀란 뒷집 뚱보는 그날도 밤새도록 도망을 다니다가 잠을 깼는데, 역시 1킬로가 정확하게 빠져 있었습니다.
앞집 뚱보와 마찬가지로 15킬로를 빼기는 했지만 꿈의 내용은 정 반대인지라 뒷집 뚱보는 의사에게 찾아가서 따져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뒷집 뚱보는 큰 맘 먹고 의사를 찾아가서 말하기를 “아니! 의사선생님 저한테 무슨 감정이 있습니까? 제 친구에게는 아름다운 여자가 나오게 약을 지어주고 왜 저에게는 마녀가 나오도록 약을 지어 주신 겁니까? 하고 따졌습니다. 사정 얘기를 들은 의사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안으로 들어가서 진료 기록을 보고 나오더니 뒷집 뚱보를 향하여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아니 당신은 의료보험 환자잖아? 그러면 아무 약이나 먹지 뭐 그리 말이 많아!”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들은 뒷집 뚱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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