韻
韻은 한시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중의 하나이다. 한시에서의 韻은 한시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한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韻을 알아둘 필요가 반드시 있게 된다.
聲과 音이 서로 어울리는 것을 韻이라고 한다. 즉, 서로 다른 音이 서로
따르는 것을 일러서 和라고 하고(異音相從爲之和), 같은 聲이 서로 응하는 것을 운(同聲相應爲之韻)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韻은 소리의
어울림을 가지고 인간에게 쾌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도 본바와 같이 한자에는 사성이 있기 때문에 사성을 이용한 어울림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韻인 것이다. 결국 운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한시의 구성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아래에서 한시의 구성방법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漢詩라고 하는 것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詩의 형태에 맞추어서
漢文으로 창작한 詩를 가리킨다. 그런데 漢詩는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도 즐겨서 지었던 것인 만큼 우리나라의 시도
한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한시라고 할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은 한자로 된 시도 가리키는 것이 된다. 漢詩의 개념 규정이 이와같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이 남겨놓은 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漢詩의 규칙을 알아두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詩는 散文과 달라서 특수한 構成法과 語彙를 사용하여 작품 속에서 항상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어서 散文처럼 읽어서는 그것을 제대로 감상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詩는 詩를 짓는 創作方法과 법칙 등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만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詩의 構成原理와 創作方法에 대한 이해는 詩를 이해하는 기초를 이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서 시의 韻을 살펴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말하는 詩라고 하는 것이 近體詩가 만들어진 唐나라 이후는 거의
모든 작품들이 엄격한 규칙에 맞추어서 지어졌기 때문에 詩를 올바르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詩의 구성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의 漢詩가 近體詩의 규칙에 맞추어서 지은 것이 많은 만큼, 우리의 한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詩의 構成原理를 살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漢詩는 唐나라 때 확립되어진 일정한 규칙에 맞추어서 지어진 詩를 가리킨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일정한 詩體가 존재해 왔었다. 다만 중국의 詩體는 唐나라에 이르러서 그 모양이 완비 되었기 때문에 唐나라 때 확립된 詩 형식에 맞도록 지어진 詩와 唐나라 이전의 詩 형식에 맞도록 지어진 詩를 구분하여 서로 명칭을 달리 부르게 되었던 데서 이러한 명칭의 구별이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詩는 唐나라 이전의 詩形式에 맞는 詩와 唐나라 때
만들어진 詩形式에 맞는 詩로 크게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唐나라 때 확립된 詩形式에 맞도록 지어진 詩를 近體詩라고 하고, 唐나라 이전의
詩形式에 맞추어서 지어진 詩를 古體詩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漢詩는 近體詩의 형식에 맞추어서 지은 詩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제 아래에서
古體詩와 近體詩의 특성을 간략히 살펴보겠다.
(1) 古體詩; 古體詩는 唐나라 때 법칙화된 엄격한 규칙에 맞지 않는 詩 전체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古體詩는 詩經과 楚辭 등을 포함하여 그 이전의 歌謠에서부터 漢나라와 魏.晋南北朝 시대의 樂府, 歌行 등을 폭넓게 지칭하는 명칭이
된다.
그런데 古體詩라는 명칭은 近體詩라는 명칭이 생기면서부터 近體詩와 구별하기 위하여 쓰여진 명칭이기 때문에 近體詩의 형식에 맞지 않는 詩는 모두 지칭하는 셈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古體詩는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는 무척 어렵다고 할 수 있다. 古體詩를 몇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詩經: 중국에서 옛날로부터 내려오던 民謠와 궁중에서 사용되던 노래들을 수집하여 孔子가 묶어서 정리한 것인데, 약 300여편의 노래가 실려 있다. 詩經에 실려 있는 詩의 형식은 一句가 四字로 된 것이 기본인데, 이것은 주로 民謠의 형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 된다.
詩經에서 주로 쓰이고 있는 표현수법은 앞 부분에서는 다른 사물에 대해서 이야기 하여 興을 일으키고 뒤에서 話者가 말하려고 하는 詩興을 읊조리는 '興'의 수법과 저 사물현상으로써 이 사물현상을 비유하여 나타내는 수법인 '比', 그리고 하나의 일을 있는 그대로 펼쳐 내어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수법인 '賦' 등의 표현기법이 있다.
② 楚辭: 詩經이 주로 북방에서 성행하던 詩體임에 비해서 楚辭는 주로 남방에서 성행하던 詩體이다. 楚辭는
전국시대의 말기에 楚나라의 屈原이 지은 '離騷經'으로부터 시작한 詩體이다. 一句는 주로 六字나 七字가 중심인데, 특별한 구애를 받지
않고 지을 수 있는 詩體이다. 다시 말하면 楚辭는 長短句로 지어지는 雜言體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詩經이 가지는 四言體와는
대조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③ 樂府: 樂府는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漢의 武帝 때 만들어진 행정관청의 명칭이었다.
漢나라 武帝는 민심을 파악하기 위하여 民謠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행정기관을 만들어서 그 명칭을 樂府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樂府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民謠의 형식에 맞추어서 노래를 지어서 부르게 되었는데, 이것이 점차 널리 퍼져서 하나의 詩形式으로 굳어진 것이 樂府이다. 따라서 樂府는 음악에 얹어서 부르는 詩를 가리킨다. 그러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樂曲은 사라지고 詩만 남게 되었는데, 이것을 樂府詩라고 부르게 되었다.
樂府詩의 形式은 一句가 五言으로 된 것이 원칙이나 별다른 제한이 없고 자유롭게 지어질 수 있다. 이것은 唐나라 때와 宋나라 때에는 長短句로 불려지는 變體를 낳기도 했으며, 金과 元 때에는 南北曲으로 변모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어진 樂府는
애초부터 樂曲에 맞추어서 지어진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樂府는 우리나라에 수입되던 高麗末期에 이미 音樂은 배제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樂府는 益齋 李齊賢의 '小樂府'를 시작으로 해서 朝鮮朝 후대까지 많은 작품이 지어졌다.
④ 古詩: 唐나라 때 확립된 詩形式에 구애 받지 않고 지어진 詩를 말하는데, 주로 四句體의
詩가 많고 글자 수에 있어서도 넘나듬이 심한 비교적 자유로운 詩를 가리킨다. 따라서 古詩는 唐나라 이후에 확립 되어진 近體詩의 形式에
구애 받지 않고 古體를 본받아 지은 詩도 함께 가리키는 명칭이 된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古詩는 일반적으로 五言古詩와 七言古詩로
나누어진다.
㉠ 五言古詩: 五言古詩는 唐나라 이전 수백년 동안 詩體의 주류를 이루던 詩形式이다.
五言古詩는 한 句가 다섯글자로 이루어진 것인데, 二,三의 格調로 지어진 것이다. 이것의 근원은 前代의 民謠體나 歌謠體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확실한 모양을 갖춘 것은 前漢時代의 五言古詩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뒤 魏末과 西晋의 시대에 들어와서 三曺 와
七子 사이에 이어 阮籍, 康 등으로 이어지면서 성행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의 五言古詩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新羅 진덕여왕이
唐나라 高宗에게 보낸 "太平頌"이 五言古詩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만약 乙支文德이 隋나라 장수에게 주었다는 "遺于中文"을 五言古詩로
인정할 경우, 이 작품이 우리나라 五言古詩의 嚆矢 작품이 될 것이다.
㉡ 七言古詩: 七言古詩는 詩의 한 句節을 일곱글자로 하여 짓는 것인데, 四,三의 格調를 지키는
것이 정식이다. 七言古詩는 五言古詩 보다 늦게 발달한 형식이지만 李白과 杜甫에 이르러 높은 수준의 詩體로 확립된다. 특히
杜甫는 자신의 불우한 삶과 연결되는 작품을 많이 썼는데, 그는 이러한 詩 속에서 諷刺的인 抒情의 세계를 事實的으로 잘 표현하여
七言古詩의 수준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러한 七言古詩는 문헌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三國遺事]에 실려있는 元曉의 詩와 '水路夫人' 이야기에 나오는 '海歌' 정도가 있을 뿐 이다. 이러한 현상은 조선시대에 오면서 더욱
심화되어 이때에 편찬된 시집에는 古詩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다. 近體詩를 중시하던 조선시대의 사회상을 여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위에서 살펴 본 것을 바탕으로 古體詩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古體詩는 近體詩의 絶句에서 보이는 起承轉結의 법칙에 구속되지 않는다. 둘째, 律詩에서 많이 쓰는 對句의
구속도 받지 않는다. 셋째, 近體詩와 같이 글자 수의 제한을 받지 않으므로 五言詩, 七言詩 외에 四言詩나 六言詩 등이 가능하다.
넷째, 近體詩와 같은 엄격한 押韻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古體詩에 韻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고 近體詩에
비해서 韻의 쓰임이 비교적 자유로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古體詩는 近體詩에 비해서 비교적 자유로운 詩體라고 할 수 있다.
(2) 近體詩; 近體詩는 古體詩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에 맞추어서 지어진 詩를 말하는데, 唐나라 때에 완성된
詩體라고 할 수 있다. 古體詩가 글자 수나 押韻 등에서 비교적 제약이 자유로웠던 점에 비해서 近體詩는 여러가지로 까다로운 규칙의 제약을
받는다. 唐나라 시대에 완성된 近體詩는 그 體制에 의해서 律詩와 絶句와 排律로 나누어지며 각각 五言과 七言의 구별을 둔다.
그러나 排律은 律詩와 絶句에 비해서 지어진 량이 매우 적은 편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크게 律詩와 絶句로 나눈다.
① 絶句: 絶句는 四行으로 이루어진 詩를 말하는데 一行이 다섯글자로 된 것을 五言絶句라 하고, 一行이
일곱글자로 된 것을 七言絶句라고 한다. 五言絶句의 경우는 承句와 結句, 즉 둘째행과 넷째행의 끝 글자는 韻을 넣는 것이
원칙이다.
五言絶句 중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詩로는 催致遠이 지은 '秋夜雨中'을 들 수 있다. 그리고 七言絶句의 경우는 起承轉結의 끝에 오는 글자는 韻을 넣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起句에는 韻을 넣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詩 중에서 七言絶句의 대표격인 작품으로는 鄭知常이 지은 '大洞江'을 들 수 다. 그리고 하나의 行에서 글자의 끊어짐은 五言絶句는 二.三이 원칙이고, 七言絶句는 四.三으로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詩의 해석도 이것에 맞추어서 하면 대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
② 律詩: 律詩는 한편의 詩가 여덟개의 행으로 이루어진 것을 가리킨다. 바꾸어 말하면 律詩는 네개의 聯으로
이루어진 詩를 지칭하는 것이 된다. 律詩도 絶句와 마찬가지로 五言律詩와 七言律詩가 있는데, 五言律詩는 一行이 다섯글자로 된 것이면서
여덟게의 行이 한편의 詩를 이루는 것이고, 七言律詩는 一行이 일곱글자로 된 것이면서 여덟개의 行이 한편의 詩를 이루는 것이다.
韻에 있어서는 五言律詩의 경우나 七言律詩의 경우나 모두 偶數句의 끝 글자는 韻字를 넣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바꾸어 말하면 起承轉結의 둘째 행의 끝 글자는 韻에 맞는 글자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律詩에 있어서는 五言律詩나 七言律詩나 모두 네개의 韻이 달리게 되는 것이다.
③ 排律: 排律은 여섯개의 聯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열두개의 句가 한편의 詩를 이루는 형태를 말한다.
그리고 一行은 五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七言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排律은 十二句가 한편의 詩를 이루는 것이 원칙이나 수십개의 句로
지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排律과 구별하여 長律이라고 하기도 한다.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漢詩는 복잡한 구성원리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近體詩는 엄격한 규칙에 맞추어서 지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漢詩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漢詩의 구성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近體詩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押韻의 문제이다. 押韻은 일정한 詩行의 끝에 韻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押韻法은 平仄法과 더불어 낭송될 때 소리의 높낮이에 따른 율동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押韻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한자의 四聲을 먼저 알아야 한다. 漢字의 四聲은 平聲, 去聲, 上聲, 入聲의 4가지인데, 105개의 기본음이 존재한다. 즉, 平聲이 三十韻, 上聲이 二十九韻, 去聲이 三十韻, 入聲이 十六韻이다.
그런데 近體詩의 押韻에서 쓰는 것은 平聲 뿐이기 때문에 平聲에 해당되는 것만을 알고 있으면 된다. 바꾸어 말하면 平聲 이외의 韻은 仄聲이라고 하여 詩의 韻으로는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平仄法에서도 平聲과 仄聲을 혼용하도록 허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平聲만을 기억하고 있으면 詩를 짓고 감상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 것이다.
平聲 三十韻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東, 冬, 江, 支, 微, 魚, 虞, 齊, 桂, 灰,
眞, 文, 元, 寒, 刪, 先, 蕭, 肴, 豪, 歌,
麻,
陽, 庚, 靑, 烝, 尤, 侵, 覃, 鹽, 咸.
위에서 제시한 三十韻이 平聲의
基本音인데, 字典을 찾아보면 平聲에 해당하는 글자는 모두 위의 글자 중 하나가 네모 안에 들어 있고, 네모의 왼쪽 밑에 ㅇ表示가 되어
있다. 이것이 한자의 四聲을 표시하는 기호이다. 그런데 漢字가 音에 있어서는 우리의 音과 서로 다르기 때문에 詩를 지을
때는 韻에 맞는 글자를 일일이 字典을 통해 찾아보거나 외우는 수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게 된다. 예날의 우리 선조들은 대부분이 四聲을
외워서 詩를 지었다고 하니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韻은 漢詩의 끝 句節에는 모두 붙이는 것이
아니고 두 句節 마다 韻字를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絶句와 律詩에 쓰이는 韻의 숫자는 서로 다를 수 밖에 없게 된다. 絶句의 경우는
五言詩나 七言詩를 막론하고 둘째 句節과 넷째 句節은 반드시 韻을 넣게 되어 있다.
그리고 첫째 句의 마지막 글자는 韻을 넣어도 되고 넣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絶句의 경우 韻字는 두개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律詩의 경우도 絶句와 마찬가지로 起.承.轉.結 중 둘째 句의 끝자는 반드시 韻字를 써야 한다. 따라서 律詩의 경우는 기본 韻字가 네개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絶句와 마찬가지로 起의 첫째 句의 마지막 글자는 韻을 써도 되고 쓰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주고 있다.
구체적인 작품을 예로들면 다음과 같다.
ⓞ
ⓞ
①
秋風惟苦吟
世路少知音
ⓞ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
②
昨過永明寺
暫登浮碧樓
ⓞ
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
ⓞ
麟馬去不返
天孫何處遊
ⓞ
長嘯依風 山川江自流
위의 ①은 최치원이
지은 '秋夜雨中'이라는 五言絶句이고, ②는 李穡이 지은 '浮碧樓'라는 五言律詩이다. ①의 경우는 첫째구와 둘째구, 그리고 넷째구의 마지막 글자인
"吟", "音", "心"은 모두 平聲이고 三十韻 중 "侵"자 계열에 들어가는 글자들이다.
그리고 ②의 경우는 "樓", "秋", "遊", "流"가 韻字로서 모두 平聲이며 "尤"자의 계열에 들어가는 글자들이다. 이와같이 漢詩는 韻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詩를 지을 때는 반드시 韻字를 넣어야 한다.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漢字는 우리나라의 發音과 중국의 發音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글자의 四聲을 외워서 사용하는 길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平仄은 漢詩에 쓰이는 모든
글자들의 높낮이를 지정해 주는 규칙으로서 매우 까다로운 법칙이다. 즉, 漢詩는 韻 이외에도 平聲과 仄聲을 정해진 규칙에 맞추어서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 平仄이라는 어려운 규칙이 또 하나 있는 것이다.
平仄法은 詩의 내용을 형성하는 글자들을 일정한 규칙에 의해 平聲과 仄聲을 배열하여 짓는 법칙을 말한다. 平仄法에는 平起法과 仄起法이 있는데, 첫째句의 둘째 글자를 平聲으로 쓰면 平起仄受가되어 平起法이 되고, 첫째句의 둘째 글자를 仄聲으로 쓰면 仄起平受가 되어 仄起法이 된다. 五言律詩에서 쓰이는 平仄의 원칙을 보면 다음과 같다.
平平平仄仄
仄仄仄平平
仄仄平平仄
平平仄仄平
平平平仄仄 仄仄仄平平
仄仄平平仄 平平仄仄平
이상의 평측이 五言律詩의 정격인데, 실제로 詩를
지을 때는 더 많은 변화가 허락된다. 즉, 나머지는 위의 규칙되로 써야 하지만 모든 句節의 첫째 글자와 셋째 글자는 仄聲과 平聲 중 어느 것을
써도 상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漢詩의 구성원리를 이해하고 보면 겉으로 보기보다 덜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가 있게 된다. 위에서 보인 例가 平起法의 경우인데, 仄起法은 첫째句의 둘째 글자가 仄聲으로 되고 마주보는 句의 글자끼리 平仄이 엇갈리게 배열되도록 지으면 된다.
七言絶句의 平仄도 平起法과 仄起法이 있으며
방법은 위에서 살핀 것과 같다. 七言絶句의 正格 平仄은 다음과 같다.
平平仄仄仄平平
仄仄平平仄仄平
仄仄仄平平仄仄 平平仄仄仄平平
七言絶句의 平仄도 위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이 正格이나 실제 詩를 짓는 데 있어서는 많은 변화가 허락된다. 다만 平起法과 仄起法의 규칙에 맞추어서 詩를
지으면서 平仄을 맞추어 주면 되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시는 韻과 평측이라고
하는 매우 복잡한 규칙에 맞추어서 짓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다.
'문학의세계 > 문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우치가 신통력을 갖게 된 사연 (0) | 2024.04.10 |
---|---|
句와 聯과 章에 대하여 (0) | 2006.03.03 |
言, 語, 說, 話, 談, 譚 등의 뜻에 대하여 (0) | 2006.01.25 |
聲과 音에 대하여 (0) | 2006.01.25 |
전형이란 무엇인가? (0) | 2006.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