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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의세계/기생이야기

선천의 명기 일지홍

by 竹溪(죽계) 2006.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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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지홍(一枝紅) : 宣川妓


  내(李遇駿:1801~1867)가 일찍이 성사(星使 곧, 使星: 임금의 명령을 지방에 출장가는 관원)를 따라 연경(북경)에 가게 되었다. 판서 강시영(姜時永 : 1788-?)이 상개(上价:上使)였는데, 매번 시를 지어 수창하여 매우 서로 친숙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용만에 이르러 내가 시험 삼아 물어보았다. “상공께서는 만리의 여행길에도 기력이 쇠하지 않으시고 풍신이 더욱 좋아지셔서, 일행이 모두 경하하고 기뻐합니다. 다만 화류계에 대해서만은 줄곧 냉담하시니 어찌 흠사(欠事)가 아니겠습니까?” 강판서가 대답하였다. “내가 십구 년 전에 서장관으로 사신길에 올랐다가, 선천(宣川)과 안주(安州)에서 정을 준 기생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인 선천기생은 ‘일지홍’이라 하고, 다른 하나인 안주기생은 ‘녹류’라고 했다네. 접때 돌아오는 길에 두 기생이 모두 찾아와 알현을 하였기에, 만나보았더니 하마 늙었더군. 지금 비록 다른 미인이 있다 해도 백발을 이기기는 어려운 게야. 또 이 늙은 몸을 보는 눈들이 길가에 있으니, 새로운 것을 밝힌다는 혐의도 불가불 피해야 한다네.”하며, 시 두 편을 나에게 보여 주었다. 그 하나는 일지홍에게 준 시였다.


        倚劍亭 앞의 매화 한 가지

        이른 봄 붉은 꽃 매우 곱네

        십구 년만에 다시 만나보니 

        나와 달리 자넨 하마 쇠했네


또 다른 한편의 시는 녹류에게 준 시였다.


        저녁 유람선 뜬 푸른 강가 그 여린 버들

        이별한 후 훌쩍 길어져 누각을 가렸네

        저 길손아 버들가지 죄다 꺽지는 말게

        너울대는 허리엔 외려 풍류가 남았으니


  내가 이 시를 보고 참으로 이런 있었음을 알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공이 창기의 부류에 대해서도 또한 그 정을 곡진히 하셨습니다.”


  그 후 평양에 이르렀는데 선천기생 봉혜가 매일 연이어 상공을 찾아 왔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바야흐로 상공은 그녀와 함께 동침하였다.

  내가 이에 침묵하고 말 수가 없어, 이에 시 한 수를 지어 보내 드렸다.


        임반의 꽃 떨기 속에 봉황이 울더니 【원주 : 임반(林畔)은 객관의 이름이다】)

        봄바람에 날아올라 사신행렬 좇았네

        倚劍亭의 일지홍과 푸른 강의 녹류야

        늙음을 원망말고 박정함을 원망커라


그러자 상공은 이에 곧 차운하였는데 이르길,


        네 필 준마 행렬 앞 한 봉황이 울니

        귀로의 사신 행차에 봄빛 가득해졌네

        붉은 꽃 푸른 버들 모두 계절 따르니

        새 정으로 옛 정을 가릴 필요 없어라

        

이는 능숙한 변명이라 할 수 있으나, 문채와 풍류가 늙어도 쇠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었다.


         (夢遊野談 34-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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