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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의세계/기생이야기

조선시대 명기 동정춘

by 竹溪(죽계) 2006.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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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정춘(洞庭春)


  옛날에 남쪽 지방의 관찰사가 명기 셋을 골랐는데, 백화와 홍련과 동정춘이었다. 순서를 돌아가며 잠자리를 모시게 하고, 외출을 금지시켰다. 하루는 백화가 관찰사를 모시는 날이라 홍련과 동정춘이 함께 곁방에서 잠을 잤다. 한편, 한 통인(通引)이 있었는데 나이는 겨우 열 대여섯이었다. 특출하게 지혜롭고 총명하였으며, 문장을 잘 지어, 또한 관찰사에게 총애를 받고 있던 터였다. 평소 홍련에게 은근한 정을 가지고 있던 차에 감히 미인의 하룻밤을 훔치고자, 어둠을 틈타 곁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잘못하여 동정춘의 배를 찼다. 동정춘은 놀라 도둑이 들었다고 소리 질렀다. 즉시 잡아놓고 죽이려고 하니, 통인이 말하기를, “천한 것이 진실로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니 죽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시 한 수만 짓고 죽게 해 주십시오.” 관찰사는 그가 시 짓는 재주를 알고 있었기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운자(韻字)를 불러 네가 즉시 시를 지어 응대하면 가히 용서할 수 있거니와, 그렇지 못하면 죽을 것이다.” 하니, 그는 오직 명령대로 하겠다고 했다. 관찰사가 즉시 ‘행(行)’자를 불렀다. 대답하길, “한밤 중 꽃을 찾아 기어이 일어나 갔네.” 관찰사가 또 ‘정(情)’자를 불렀다. 대답하길, “백화(百花)가 핀 깊은 곳은 가장 무정하였네.” 관찰사가 또 ‘경(驚)’자를 불렀다. 대답하길, “홍련(紅蓮)을 따러 남포로 갔다가, 동정(洞庭) 봄물의 작은 배가 놀랐네.”하니, 관찰사가 놀라고 탄식하곤 천재라고 말하며 마침내 놓아 주었다 한다.

 

    (夢遊野談) 34-2/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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