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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단상/유행어모음

경박한 유행어가 나도는 사회

by 竹溪(죽계) 2006.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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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경박한 유행어가 나도는 사회

 김열규 계명대 석좌교수·국문학
유행어가 빨리 나돌고 널리 퍼져가는 만큼 사회는 경박하다. 그만큼 사회는 철없이 촐랑대고 주변머리없이 까불대게 된다.

그것은 ‘흔들리는 사회’의 불안에 대한 증언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질 나쁜 유행어가 사뭇 나부댈 때, 그것은 한 사회의 문화를 위협하는 돌림병 같은 것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돌림말’을 찾자면 뭘까? 그야 뻔하다. ‘코드’가 그 하나고 웰빙이 또 다른 보기다.

웰빙만 해도 그렇다. 그 어원에 대한 인식이나 자각이 어리둥절이고 그래서 뜻매김도 그저 어리뻥뻥이다. 알송달송인 채로 무턱대고 앵무새 소리다.

물질적 풍요에 흥청대고 감각적 쾌락에 넋나가고 하는 게 웰빙은 아니다. 정서적인 풍요와 정신적 교양의 충족을 위해서 애쓰면서 사는 것이 웰빙의 마지막 목표다. 그렇지 않으면 물질적 풍요도, 감각적 쾌락도 순식간에 ‘일빙’(ill-being), 곧 질 나쁜 삶의 방식이 되고 만다. 지금 당장 우리는 웰빙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일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웰빙 말고 또 하나의 오늘날 촐싹거리고 있는 돌림말은 다름 아닌 ‘코드’나 ‘코드가 맞다’, 바로 그것이다.

좋게 보면 ‘뜻이 맞다’ 또는 ‘한 동아리다’를 의미하는 것이 바로 ‘코드가 맞다’가 아닌가 싶다. 한데 그것만은 아니다. 그 말이 돌림병처럼 차츰 기세를 돋우면서는 어느 새엔가 ‘한 패거리’를 의미하게 되고 ‘한 통속의 작당’ 등을 강조하는 쪽으로 기운 느낌이 짙다.

‘코드’란 말은 진실로 성가시다. 법전(法典)이나 법률의 문서를 의미하다가 법칙이나 규율 등도 의미하게 된 말이다. 그러면서 언어 표현이나 조직의 규칙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곡절을 겪으면서 문화 이론과 기호론의 핵심 용어가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까다롭고 가닥이 많은 말이지만 줄여서 따지자면, 커뮤니케이션이나 언어 표현, 그리고 기호 표현이 갖는 조직 및 원리를 의미하는 것이 곧 코드다. 어떤 표현체가 엮어지고 또 이해·전달되는 법칙 같은 것이다. 문법이란 말이 언어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또 문화로, 또는 사회현상으로 확대된 것이 바로 코드다.

법칙이나 원리라고 해서 앞뒤 막힌 옹고집으로 오해할 수는 없다. 교통신호에도 코드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닫힌, 판에 박힌 코드다.

그런 한편, 코드야말로 생산적이고 활동적이란 것을 오늘의 기호론은 강조한다. 코드가 융통성을 갖추고 매우 탄력성이 강하면서도 개방적이란 것을 놓치면 안 된다. 사회 현상과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을 창작하는, 능동적인 생리현상이고 생태원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오늘날의 문화나 그 표현체가 다양성의 집합이고 이질의 공존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코드의 탄력성과 가변성은 더 한층 강조되어야 한다. 한때 세력을 떨치다가 이젠 좀 잠잠해진 ‘키치’는 그러한 문화의 다양성, 사회현상의 복합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패션이고 또 미학이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 사회의 코드, 한 문화집단의 코드가 온통 교통신호처럼 막히고 닫힌 숙맥이어서는 안 된다. 옹고집이어서도 안 된다. 이질과의 공존이 가능하고 타자(他者)와의 통로가 열린 것이어야 한다.

다른 목소리라고 ‘조져야 한다’고 핏대를 올리면, 그것은 사회적 코드의 파괴다. 제 뜻과 다르다고 손보아야 한다고 소리치면 그것은 코드의 배신이다. ‘yes’, 외마디뿐이면 코드는 이미 없다. ‘no’야말로 코드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코드를 남보다 앞서서 사회적 유행어가 되게 한 그 주동세력이 오늘날 되레 코드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출처 : http://www.segye.com/Service5/ShellView.asp?SiteID=&OrgTreeID=1208&TreeID=1184&Pcode=0007&DataID=2005071512340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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