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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단상/생활사진첩

눈 속의 천사들

by 竹溪(죽계) 2006.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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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동경에는 5년만에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렸다.

동경시내에 눈이 쌓이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고 하는데,

2006년 1월 21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눈이 내렸다.

TV뉴스에서는 사람들의 놀라워하는 모습과 즐거움으로 환호하는 광경을 내보내고 있었으며, 나역시 동경에 와서 이렇듯 예정에 없던 함박눈을 맞이하니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느껴졌으므로 카메라를 들고는 요요기공원으로 갔다.

 

 

요요기공원 정문의모습이다. 우산을 쓰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그중 절반은 외국사람으로 보였다. 여기저기에서 카에라 샷더를 누르며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눈이 내려서 그런지 모두들 약간의 흥분된 감정의 물결이 서로를 향해 흐르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 속에서 모두들 국적을 떠나 하나가 되는 기분좋은 광경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곳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되는 행운까지 얻게 되었다. 엄마는 백인여성이었고 아빠는 백인의 피가 섞인 인도인으로 보였는데 엄마의 품속에는 네번째의 아이가 안겨져 있었다. 세 남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오빠가 나무의 눈을 흔들어서 떨어뜨리자 동생들이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눈벼락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머리와 옷을 눈에 흠뻑 적신채 추운줄도 모르고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하늘에서 눈과 함께 내려온 천사같았다.

 

 

네명의 아이를 데리고 눈 속을 여행하고 있던 아빠가 막내 여자아이의 이름인 소피아를 부르며 카메라의 셧더를 누르는 바람에 나도 좋은 사진 한 장을 얻을 수 있었다. 눈에 젖었어도 마냥 즐겁기만 한 아이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낯선 아저씨인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어대도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아이들의 천진함에서 순백의 눈보다 더 아름다운 영혼을 만난다.

 

까르르 웃어대는 웃음소리가 요요기공원 전체로 퍼져나가며 행복바이러스를 전염시키고 있는 중이다.

 

 

펑펑펑 쏟아지는 눈이 주는 축복과 함께 이 사랑스런 천사들로 인하여 진정 가슴 따뜻함과 여유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아주 행복한 하루였다.

 

 

눈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여 가끔씩 눈 폭탄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어마어마한 눈이 하루사이에 이런 멋진 장관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좀처럼 눈을 볼 수 없었던 동경에서 이처럼 풍성하고 아름다운 눈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올 한 해에 대한 기대가 충만해짐을 느낀다.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 아닌 축복과 같은 좋은 소식만 서로 전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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