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21일은 춘분이었다.
일본은 이날을 국정굥휴일로 하고 있는데, 동경 최대 공원인 우에노공원을 찾았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우에노 공원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그 중에서도 동물원은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
봄을 맞이하는 동물원의 동물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여 나 역시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진을 찍기 어려웠지만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보았다.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 봄을 맞는 느낌이 가장 강한 것은 역시 북극곰이었다.
암놈의 엉덩이만 따라다니는 모양에서 영낙없이 봄은 번식기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30분 이상을 그렇게 따라다니더니 결국에는 암놈이 머리를 돌려서 아는체를 하고 둘은 아주 사이좋게 머리를 맞댔다.
남극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펭귄은 떼로 몰려서 놀기는 했어도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봄이 별로 반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사자는 열대 동물이라서 그런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앉아서 졸기만 하고 있었다.
같은 열대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원숭이나 침팬지 등도 별 움직임이 없는 상태였다.
침팬지 역시 한마리는 밖에서 앉아있고, 다른 한마리는 굴 속에서 나뭇잎을 먹기만 했다.
같은 열대동물로 생각되는 하마는 날씨가 추운 탓인지 우리에서 나오지 않고 열심히 먹으면서 부부의 정을 돈독히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역시 열대동물로 보이는 이상한 모양의 짐승이 있었는데,꼭 개미핥기처럼 생긴 것이 있었다.
그리고 이 동물 역시 이름을 알 수 없는 짐승이었는데, 너무나 착하게 생겨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동물은 물총새였는데, 비록 우리에 갇혀 있었지만 날카로운 부리와 민첩한 몸매는 일품이었다.
열대동물에 비해서 호랑이는 매우 활발하게 움직였는데, 역시 추운 지방의 동물은 봄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아는 것 같았다.
낮잠을 자던 암놈이 일어나 길게 소리를 지르는 동안 숫놈은 한켠에서 팬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유리창을 향해 소리를 지르면서 몸을 솟구치자 아이들은 일제히 환성을 질렀다.
그런 다음 호랑이부부는 사이좋게 산보를 하는 것이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만든 동물은 역시 우아한 모습의 플리밍고였다.
떼를 지어 노니는 장면이라든지 날개를 펼치면서 춤추는 모양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몸뚱이는 붉은 색이면서 날개 안쪽은 검은 색을 띤 플라밍고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음으로 관심을 끌었던 동물은 소나무의 이슬만 먹고 천년을 산다는 학이었다.
머리에 빨깐모자를 쓴 것 같은 모양을 한 학이 지닌 우아함은 어떤 동물도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봄을 맞은 기분을 잘 보여주는 동물 중에는 역시 오리를 빼놓을 수 없었다.
떼를 지어 노닐기도 하고, 부부가 다정하게 노니는 장면은 아주 보기좋았다. 백조 역시 오리들과 함께 물을 헤엄치고 있었다.
우에노 공원 안에는 불인지(不忍池)라고 하는 큰 연못이 있는데, 그곳에는 오리와 백조를 비롯한 물에서 사는 여러 동물들이 함께 놀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는 섬 같은 것이 있는데, 그곳에는 독수리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안내문에 의하면 이 독수리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고 공원 안에서만 사는데,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 어디를 가더라도 보이는 동물이 바로 까마귀인데, 이곳에도 역시 까마귀는 상당히 많았다. 일본의 텃새 같은 동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한 컷 찍었다.
불인지를 돌아서 나올 때는 이미 해가 서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상한 모양의 건물과 어울린 석양이 괜찮은 것 같아서 한 컷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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