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의세계/우리문학현장기행

선덕여왕의 지기삼사와 여근곡전설

by 竹溪(죽계) 2005. 12. 22.
728x90
SMALL

선덕여왕과 여근곡(女根谷)의 전설



세계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즐겨왔는데, 전통사회에서 삶의 활력소로 작용하며, 우주에 대한 지식과 교훈, 지혜 등을 제공하여 주는 이야기로서의 문학예술을 우리는 설화라고 부른다. 이러한 설화에는 신화와 전설과 민담이 있다. 그 중 전설은 주로 지역적으로 전승되며 역사적으로 있었던 사실이나 인물이, 실재하는 어떤 사물과 결합되어 증거물로 나타날 때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경주 건천읍에는 여성의 성기와 관련된 매우 특이한 전설이 있어 우리를 주목하게 한다. 여근곡에 대한 삼국유사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추운 겨울 영묘사(靈廟寺) 옥문지(玉門池)에 여러 개구리들이 모여들어 3~4일을 그치지 않고 울어댔다. 사람들이 이를 괴상히 여겨 왕에게 물었더니 왕이 급히 각간 알천과 필탄 등에게 명하여 정예병 2천명을 뽑아 서쪽 교외로 나가 여근곡이란 곳을 찾으면 그곳에 반드시 적병이 숨어 있을 것이니 그들을 습격하여 모두 잡아죽이라고 하였다. 두 각간이 왕명을 받고 각각 군사 1천명씩 데리고 부산(富山) 기슭에 있는 여근곡으로 갔더니, 거기엔 백제의 군사 5백명이 숨어 있었으므로 모두 잡아 죽였다. 개구리가 우는 것을 보고 백제군사가 숨어들어왔는지를 어떻게 알았는지를 궁금히 여긴 신하들이 왕께 물었다. 그 질문에 대하여 선덕여왕은 개구리는 성낸 모양을 하고 있으니 군사를 나타내고, 옥문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이며, 여성은 음인데 그것은 흰색이다. 흰색은 서쪽을 가리키는 것이니 서울 서쪽에 있는 여근곡에 군사가 숨은 줄 알았으며, 남성은 여성의 음문에 들어오면 반드시 죽게 되니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역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선덕여왕의 지혜와 백제와의 역사적 관계, 그리고 실재하는 사물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여근곡 전설의 근거가 되는 여근곡은 마을 입구나 경부고속도로에서 각도를 잘 맞추어서 보면 정말 여성의 음부를 닮아 있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부산을 지키는 여신이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모양이라는 전설이 바로 아래에 있는 이평 마을에 전해온다. 그리고 마을 뒤로 조금 더 올라가면 맑고 깨끗한 샘물이 나오고 있는데, 샘이 있는 자리가 바로 성기의 입구가 되는 곳이다. 그리고 마을 건너편 들판 너머에는 끝이 뭉툭한 모양을 한 남근산이 있는데, 옛날에 남근산이 그것을 앞세우고 여근곡으로 들어오다가 화가 난 부산의 여신이 옷을 만들던 자로 남근을 내리쳐서 끝이 잘려나간 것이라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예로부터 남근산은 망한다는 말이 있었다는데 과연 그곳은 공동묘지로 변해 버렸다. 여근곡의 뒷산인 부산은 신라의 군사 요충지로써 부산성이 있었고 향가인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를 지은 득오(得烏)가 익선이란 사람에게 끌려가서 고통을 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근곡 샘물이 흘러 내려 만들어진 연못이 있는데, 이곳에서 익선의 아들을 목욕시켜 얼어죽게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신라와 백제의 역사적 관계, 그리고 그것이 전설화되는 과정 등과 함께 선덕왕 지기삼사(知幾三事)와 모죽지랑가를 깊은 마음으로 음미해볼 수 있다면 또 다른 의미로 각자에게 다가서는 문화유산의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