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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상/2024

조무락골 답사

by 竹溪(죽계) 202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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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락골을 답사하다.

 

근래에 가평군에서 좋은 계곡으로 홍보하는 곳 중 조무락골이라는 곳이 있다.

그런데, 조무락이란 지명의 뜻에 대해 가평군에서 해설한 것이 많이 이상해서

국문학과 동창들 몇 명과 함께 발이라도 담궈볼 양으로 찾아가 보았다.

가평군청에서 해설하는 바에 따르면, 조무락은 새가 춤을 추면서 즐거워한다(鳥舞樂)는 뜻이라고 한다.

 

이것은 어법상 전혀 맞지 않는 데다가 말도 안되는 것이다.

한자 표기상 이런 표현을 불가능하며, 어디에도 典據를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한자식 표기는 강제로, 그리고 임의로 갖다 붙인 것이 된다.

 

이것은 강원도 태백시 동점에 있는 구무소(穿川-구멍에서 나온 웅덩이, 혹은 내)를

성적인 의미를 가진 표현이라는 이유로 어느 주민이 주장하여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이름인

구문소(求文沼)로 바꾼 태백시청이나 어떤 논리나 근거도 없이 아무렇게 이름을 지어

양평 최고 관광지로 소개하고 있는 양수리의 세미원(洗美苑)만큼이나 어처구니없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무락골의 뜻을 무엇일까?

조무락은 조무락거리다의 어간인데,

소위 말하는 표준어로는 조몰락이다.

조몰락이 조물락으로 되고, ㄹ탈락이 일어나서 조무락이 되었다.

작은 동작으로 무엇인가를 주무르는 것이라고 사전에는 나와 있는데,

이것만으로 보면 의태어가 된다.

그러나 어떤 물체를 조물락거리면 작은 소리가 난다.

큰 소리는 나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작은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원래 산의 골짜기는 여러 군데서 물이 모여 내려오기 때문에

물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요란하다.

대부분의 골짜기가 그렇다.

 

그런데, 조무락골은 석룡산에서 급경사로 내려와서 그런지

골짜기에 오면 경사가 완만하면서 그 흔한 작은 폭포도 없고,

물이 고여있는 작은 소도 하나 없다.

그저 물이 흐르는 소리가 조용하게 작게 들리는 것이 전부다.

그야말로 물이 바위를 조무락거리면서 나는 소리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무락골에서 조무락은

조용한 소리를 내려 물이 흐르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여 올바른 해설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조무락골을 간 김에 주변에 있는 중종대왕태봉, 이방실묘소, 유몽인묘소 등을 함께 답사했다.

 

마치고 차에 오르니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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