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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상/2023

여주 신륵사

by 竹溪(죽계) 2023.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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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신륵사

 

여주시 여강(驪江) 가에 있는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가 창건했다고 전해지지만 관련 이야기나 자료 등은 남아 있지 않다. 나옹화상이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3년 뒤인 1379년에 많은 전각을 신축하고 중수했으며, 1382년에는 대장각 안에 이색(李穡)과 나옹(懶翁)의 제자들이 발원해 인출해 만든 대장경을 봉안하였다. 조선시대 때는 억불정책으로 절이 많이 위축되었으나 1469년에 세종대왕릉인 영릉(英陵)의 원찰(願刹)이 되면서 1472년에 절이 확장되고 다음 해에 보은사(報恩寺)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1671, 1792, 1858년 등에 각각 중수되었다. 왕릉을 보호하는 원찰로서의 의미가 퇴색하자 신륵사라는 원래의 이름을 되찾아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신륵사 경내에 벽돌로 만든 탑이 있기 때문에 벽사(甓寺)로도 불린다.

 

신륵사 창건과 관련된 이야기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고려 고종 때에 여강 건너편 마을에 용마가 나타나 소란을 피웠는데, 인당대사가 가서 말고삐를 잡아 복종시켰다고 해서 이 승려가 머무는 절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고려 우왕 때 신륵사 강가 바위 부근에 용마가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자 나옹(懶翁) 화상이 제압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두 가지 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말바위 전설로 볼 때는 신라 경덕왕 때라고도 할 수 있으니 창건 설화로 어느 것이 맞는지 정확하게 고증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황마와 흑마가 신라 경덕왕 때에 이 부근에서 나왔고, 그로 인해 지명이 만들어졌으니 절과 그 명칭은 이미 신라 시대에 형성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神勒을 신기로운 미륵으로 생각하는 견해에서는 미륵을 인당대사나 나왕화상으로 보기도 한다.

 

신륵사는 여강(驪江) 북쪽에 있는 봉미산(鳳尾山)의 기슭에 있다. 조선 시대에는 보은사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또한 사찰 경내에 벽돌 탑[甓浮屠]이 있으므로 벽사(甓寺), 혹은 별절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예종(睿宗) 때 영릉(英陵)을 절의 서쪽 10리로 옮기고 신륵사를 왕릉의 원찰로 하면서 개축하여 거찰(巨刹)로 만들고 보은사라는 이름을 사액(賜額)하였다. 절의 동쪽에 우뚝 서서 강에 임한 바위가 있고 그 위에 하얀 전탑이 있는데, 이를 동대(東臺)라고 부른다. 소나무와 전나무가 푸르르니 경치가 상류에서 제일이다. 그 아래 강 바로 옆에 강월헌(江月軒)이 있는데 고려의 명승(名僧)인 나옹(懶翁)이 머문 곳이기도 하다. 나옹이 죽으니 그의 제자들이 석종(石鍾)에 사리(舍利)를 안치하고 전탑을 세웠고 목은 이색(李穡)이 기문을 지었다. 이것을 여주 신륵사 다층전탑(驪州 神勒寺 多層塼塔)이라고 하는데, 고려시대의 다층벽돌탑으로 대한민국 보물이다. 벽탑, 나옹탑, 동대탑으로도 불린다. 조선시대의 수많은 문인이 이곳에 대해 시를 지어 노래했다.

 

다층전탑 바로 옆 서북 방향에는 대장각기비(大藏閣記碑)가 있는데, 나옹화상과 이색의 문도들이 발원하여 대장경을 인출하여 보관했던 곳에 그 유래를 설명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이곳에 보관되던 대장경은 조선 초기 정종 때에 왜인들의 요구에 의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비신은 깨어져서 글씨를 온전하게 알아보기 어려우나 국가 보물로 지정되었다.

 

다층전탑 바로 아래 강가 바위에는 강월헌(江月軒)이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삼층석탑과 함께 여강의 풍광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유적이다. 강월헌은 나왕화상의 호인데, 그가 머물던 집을 이렇게 이름지었다고 한다. 은 툇마루가 딸려 있는 집으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곳을 지칭하는데, 지금의 강월헌은 그에는 걸맞지 않은 모양이다. 사방이 탁 트여서 여강의 풍광을 볼 수 있도록 지은 정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비오는 늦 여름, 혹은 초가을에 청산사우가 함께 신륵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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