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와 존나 빠른 거북이
달팽이는 여름의 진귀한 손님이다. 사람의 눈에 띌 정도로 바깥 출입을 하는 경우는 비가 올 때인데, 장마가 시작되는 요즈음 한적한 시골길을 가면 볼 수 있다. 등에 집을 등에 지고 다닌다고 하여 집달팽이라고 하는데, 이런 참달팽이는 보기가 어렵다. 장마가 시작되는 어제 마침 보였다. 주로 논밭의 돌 밑, 풀숲에 사는 녀석들이 비만 오면 왜 바깥으로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달팽이와 관련을 지닌 말 중에 지금 우리가 아주 많이 쓰고 있는 표현이 유래했다는 사실이다. 상태나 일의 정도가 매우 심해서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를 가리켜 엄청나다는 말을 쓰는데, 이에 해당하는 상황에 부닥쳤을 때 아이, 어른을 할 것 없이 요즘 많이 쓰는 표현 중에 ‘존나’, ‘졸라’, ‘절라’ 등의 것이 있다. 매우 상스러운 것이면서 군대에서 유래한 것으로 권장할 것은 못 되지만 유행어처럼, 욕설처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폭넓게 쓰인다. 군대에서 어떻게 쓰였는지까지는 말하기가 그렇고, 근래에 유행어가 되도록 만든 에피소드가 있어서 살펴볼까 한다.
비가 오는 어느 날 달팽이 가족이 외출을 나왔다. 천천히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무엇인가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팽이 가족 곁은 지나가는 것이었다. 놀란 어머니 달팽이가 자식들에게 물었다. “방금 지나간 것이 무엇이냐?”라고 하니 아이들이 대답하기를 “어머니 그것이 바로 좃나 빠른 거북이예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거북이를 아이들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느리다고 인식되었던 것을 엄청 빠른 것으로 바꾸었다는 것에 묘미가 있으며, 이런 발상이 아이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성인들에게는 이솝우화에서 말하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의 영향을 받아서 거북이는 느린 존재, 토끼는 빠른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었다. 이것은 아이들이 뒤집어서 거북이는 빠른 존재, 달팽이는 느린 존재로 하면서 상식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생각을 약간만 바꾸어도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발상의 전환에서 만들어진 이 이야기는 두 방향에서 사회에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그것이 그대로 살아 있는 상태다. 하나는 음료수 광고에 적용된 것이었는데, 지금도 그것을 바탕으로 광고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거북이 앞에 오는 ‘좃나’, 혹은 ‘존나’가 떨어져 나와 유행어로 되면서 일상어 곳곳에 사용되었고, 지금도 그렇다는 점이다. 음료수는 ‘깜찍이0다’라는 제품인데, 지금도 달팽이와 거북이를 소재로 하여 광고하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길을 걷다 만난 집달팽이를 보면서 반가운 마음과 불현듯 스쳐 갔던 생각에 약간 이상 할 것 같은 글을 써 보았다.
#달팽이 #집달팽이 #깜찍이0다 #존나 #군대에서쓰던말 #상스러운말 #졸라 #절라 #좃나 #유행어 #발상의전환 #이솝우화
'문화의세계 > 재미있는 우리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나이의 어원 (0) | 2023.08.27 |
---|---|
팔마구리만한 게 까분다의 유래 (0) | 2023.07.17 |
속절없다 어원 (0) | 2023.06.22 |
아닌 밤중에 홍두깨에 대한 이해 (0) | 2023.05.27 |
가랑비의 뜻 (1) | 2023.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