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의 유적들(4)-弼雲臺
서울시 종로구 필운동 12번지에 있는 필운대는 유적으로 보존되거나 복원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왜냐하면 배화여자전문대학 땅에 있는데, 그중에서도 다시 배화여고 안에 자리하고 있어서 들어가기도 까다로운 데다가 찾아가기도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여자고등학교의 정문을 지나야 하는데, 경비하는 분이 들여보내 주기를 거부하거나 상당한 정성(?)을 들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중학교 방향으로 나 있는 옆문을 이용하면 아무런 제지없이 들어갈 수는 있다.
필운은 白沙 李恒福의 字號이기도 한데, 인왕산의 다른 이름인 弼雲山과 오른쪽에서 군주를 보좌한다는 뜻을 가진 右弼雲龍에서 따온 것이다. 운룡은 주역에 보이는,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雲從龍 風從虎)는 표현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운대를 중심으로 하는 이 지역은 조선 시대 영의정을 지낸 權轍의 집이 있었던 곳으로 보인다. 권철은 임진왜란 때 도원수를 지낸 權慄의 부친인데, 이항복의 아버지와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인연 때문인지 이항복은 권율의 사위가 되었고, 권철, 권율로 이어졌던 집도 물려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鄭敾의 그림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에는 봄을 즐기면서 꽃을 감상하는 명소였는데, 지금은 대학, 고등학교, 중학교 유치원까지 들어서 버렸고 유적은 뒷방 늙은이처럼 한쪽 구석에 쳐박혀 있는 신세가 되었다. 배화여전은 1898년에 선교사 캠벨이 세운 것인데, 점차 커져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학교 북서쪽 담장 너머에는 조선시대 활터였던 白虎亭 터와 백호정 우물이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제대로 보존되거나 복원된 것은 아니라서 바위에 새겨진 글자만으로 증거를 삼을 뿐이다. 유적에 대한 답사는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는데,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생각으로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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