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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가을을 아쉬워 함(可惜送秋日)
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다.
이제 곧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될 것임을 알려주는 징후들이 곳곳에 나타난다.
곱게 물들었던 단풍은 찬바람에 시들어 떨어지고,
들에 내리는 찬비는 을씨년스런 풍광으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가을은 곡식이 익으면서 결실을 거두는 계절이다.
지금은 인공적으로 곡식이나 채소 등을 가꾸어 계절을 가리지 않고 거두지만
과거에는 대부분의 먹거리는 일 년에 한 번 익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므로 가을(秋)은 봄과 합쳐져서(春秋) 연대, 시대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가을을 상징하는 존재로는 귀뚜라미(蟋蟀)을 말하지만
글자가 만들어질 당시 사회에서는 농경이 중요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것이 상징적인 존재로 부각되었다.
농경사회에서 가장 큰 피해를 끼치는 해충으로는 메뚜기가 꼽혔는데,
그 결과 가을을 나타내는 글자인 秋의 원래 모습은 불을 나타내는 火와 메뚜기를 나타내는 글자가 결합한 모양이었다.
그러던 것이 점차 곡식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禾(벼 화)로 바뀌면서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되었다.
그렇다면, 초기에는 왜 메뚜기와 불이 결합한 모양이었을까?
메뚜기는 해중으로 여겨졌는데, 떼로 몰려다니는 이 곤충은 농경지를 초토화시켰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가을이 되면 들판이나 농경지 등에 불을 질러 태움으로써 해충이나 알 등을 죽임으로써 다음해의 농사를 위한 준비를 했다.
특히 메뚜기는 빛의 자극에 민감하여 그것을 향하는 성질(趨光性)을 가지고 있어서
농민들이 불을 놓으면 그 속으로 뛰어 들어 타 죽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농부들은 가을 농사가 끝나면 대대적으로 불을 놓아 해충 박멸에 박차를 가했다.
지금 인도의 스모그를 일으키는 주 원인 중의 하나가 농민들이 놓는 들판의 불 때문이라는 뉴스가 이러한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가을을 나타내는 글자인 秋의 초기에는 메뚜기를 나타내는 글자가 불과 결합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춘추시대를 지나 설문해자에 이르러서는 禾가 추가되기 시작하였고,
전국시대를 거쳐 秦나라 때에 이르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견해에서는 秋에 火가 들어가 있는 것은 가을에 벼를 말리는 과정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정확한 내용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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