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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스크랩] 두 개의 목숨(낙산초당)

by 竹溪(죽계) 2018.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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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신문, 오피니언[낙산草堂], 20181224, 손종흠{국어국문학과 교수}

두 개의 목숨

목숨이란 사람이나 동물 등의 유기체가 숨을 쉬며 살아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이다. 목숨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생물학적으로 육체를 보존하기 위해 들숨과 날숨을 통해 힘을 얻는 것이 하나이고, 충만한 행복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추구하며, 목표를 향해 가는 행위가 다른 하나다. 생물학적 육체를 보존하기 위해 숨을 쉬면서 힘을 얻는 것은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본능적으로 행하는 것이므로 특이점을 발견하기가 어렵지만, 충만한 행복감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도록 해주는 삶의 목표라는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봐야 할 여지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본질이면서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분명하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일생동안 이루려고 하는 목표를 뚜렷하게 가지고 그것에 몰두하면서 살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평생을 오락가락 하며 사는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답은 명확하다.

첫 번째 것을 생물학적 목숨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것은 생물학적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해나가려고 하는 그 무엇과 관련을 가지는 목숨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써 평생을 걸 수 있으며, 생물학적 목숨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부모님께 목숨을 빌어 태어난 순간부터 고해(苦海)의 바다와 같은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스스로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과 능력을 총동원하여 반드시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오직 그것에 집중하여 매진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어 또 하나의 목숨으로 여기면서 살아가는 것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삶은 없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으며, 매우 다양하다는 점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일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심혈을 기울여 찾아내어 그것을 선택하며, 그 후에는 결코 딴 생각을 하지 않고 집중하면서 오직 앞만 보고 갈 수 있는 대상을 찾아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쓴이는 늘 공부하면서 새로운 것을 밝혀내고, 알아가는 학문적 연구를 두 번째 목숨의 의미로 삼고 평생을 바쳐 왔다. 그것이 얼마나 큰 성과를 내었는지는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살아오는 내내 행복감으로 충만해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을 학문적 목숨이라고 한다면 나는 부모님이 끼쳐주신 생물학적 목숨과 함께 두 개의 목숨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온 것이 된다. 내게 인생을 한 번 더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또다시 이 길을 선택하는 것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을 것이다.


출처 : 손종흠의 홈페이지
글쓴이 : 無時不習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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