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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스크랩] 인생을 바꾼 충고 한마디

by 竹溪(죽계) 2019.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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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꾼 충고 한마디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초까지 학교 공부를 거의 하지 않는 불량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어 시작한 공부로 평생을 학문 연구에 매진해왔으니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아주 기특한 판단임과 동시에 내 인생을 바꿔놓은 중대한 결단은 친구가 던진 한 마디의 충고였다. 10남매의 막내였던 나는 어릴 적부터 놀기를 매우 좋아했는데, 그 버릇은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계속되었다. 그동안 부모님, 형님, 누나 등 손위 어른들이 잔소리, 혹은 충고를 매우 많이 하셨지만 그 어떤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기발한 형태의 장난을 일삼거나 만화책, 소설책, 문학전집 등을 읽으면서 보내는 바람에 학교 공부는 그야말로 완전 뒷전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일 년 정도는 문학과 죽음을 논한답시고 말도 안 되는 이론으로 사람들과 설전을 벌이면서 입버릇처럼 대학에 진학할 것이라 떠벌리고 다녔다.

나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 사건은 고등학교 2학년 3월 초에 일어났다. 그날도 교실에서 동급생들과 인생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는데, 웬 친구가 옆구리를 찔렀다. 누군가 하고 돌아봤더니 입학한 날부터 대학 간다고 공부하던 동급생이었는데, 그가 던진 한 마디가 내 인생을 바꾸었다. ‘너는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면서, 그렇게 공부를 하지 않고 어찌 할 수 있겠는가?’였다. 듣기에 따라 매우 기분 나쁜 말일 수도 있었지만, ‘좋은 충고로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했다. 벼락처럼 내 마음을 강타한 한마디로 인해 그 날 밤은 거의 뜬눈으로 지새웠고, 다음날부터 오직 공부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개똥철학을 논하며 지냈던 친구들은 돌변한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집중하고 있는 뒤로 와서 갑자기 소리를 질러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거나, 갑자기 어깨를 뒤로 젖혀 공부를 못하게 방해하였지만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삼 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포기했고 나는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으로 완전히 낙인찍히게 되었다.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하자 집안의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다. 아버지께서는 막내가 어떤 전공을 선택하더라도 무조건 믿고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선언하심으로써 나의 인생행로가 공부로 정해지는 결정적 순간이 찾아 왔던 것이다. 친구의 충고가 바로 인생을 바꾼 한 마디였다.

우리에게 있어서 인생을 바꿀만한 중요한 일을 결정하게 만드는 핵심은 전쟁이나 재난, 고난 같은 외부 요소보다는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좋고 위대한 일일지라도 내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될 수밖에 없고, 아무리 나쁘고 하찮은 일일지라도 잘 받아들여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면 그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인생의 고비마다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에 스스로가 정한 삶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충고를 잘 받아들이고, 다른 오염 요소가 끼어들 수 없도록 엄격하게 자신을 살피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출처 : 손종흠의 홈페이지
글쓴이 : 無時不習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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