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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觀看天下

[스크랩]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더 불륜

by 竹溪(죽계) 2018.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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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제주시론

남이하면불륜,내가하면불륜

손종흠 한국방송대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나와 남이라는 우리말, 로맨스라는 영어, 불륜이라는 한자어가 뒤 섞여 있는 이상한 형태의 표현이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면 합리화하는 이중적 태도를 비판적으로 지적할 때 흔히 쓰는 일종의 유행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하여 나와 다른 것은 무엇이나 배척하고 우습게 여기는 사회적 경향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한 것인데,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에 만연해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자신 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물질과 이익보다는 체면과 명예를 소중하게 여겨서 언제나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배려하던 부모 세대의 미덕은 이제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 단면을 적절하면서도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표현인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면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우리 민족이 이처럼 나락으로 떨어진 데에는 여러 원인과 잘못이 있겠지만, 그것의 경중을 따진다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보여준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과 행동들에게서 받은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생각된다.

한 장의 영수증으로 몇 번이고 중복해서 비용을 받아 챙기는 국회의원이 나라의 법을 만드는 입법부, 여러 차례 불법 위장 전입을 했던 판사가 한 번 위장전입을 한 사람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 야당일 때는 공기업 기관장 인사를 낙하산이라 공격하다 집권을 하면 훨씬 심한 코드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행정부 등은 분명 나라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이 주체가 되는 국가 조직이다.

이들이 하는 생각과 행동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면서 사회를 움직이는 커다란 동력으로 작용하므로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소홀히 생각하거나 그릇된 행위를 보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것을 보고 듣는 일반 국민들은 그릇된 생각과 행동을 스스로가 할 경우에도 지도층의 행태를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줌과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인지하는 못하는 불감증의 상황으로까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사회의 지도자인 군자는 홀로 있을 때를 삼가며 조심해야 한다(愼獨)고 강조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로남불이 가리키고 있는 사회적 현상은 결코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것에 대한 지도층 사람들이 지닌 책임과 영향력이 막중하고 매우 크기 때문에 이들의 잘못된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이 함께 지속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익명성 속에 숨어 지도층의 그릇됨만을 탓하거나 원망하면서 일반 개개인은 마치 아무 잘못도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역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또 다른 남 탓하기가 되어 새로운 형태의 내로남불을 끊임없이 재생산해 낼 수밖에 없어서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더 불륜이라는 생각으로 잘못된 원인을 자신에게 찾아 모든 구성원들이 반성하면서 하나씩 고쳐나간다면 유쾌하지 못한 이 유행어가 한 때의 지나간 추억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수천 년 동안 끈질긴 생명력으로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현명함과 지혜로움으로 대처하면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여 민족의 발전을 이끌어온 선조들의 우수한 유전자가 우리 몸속에 굳건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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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손종흠의 홈페이지
글쓴이 : 無時不習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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