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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우리문화칼럼

학문의 의미

by 竹溪(죽계) 2009.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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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행위로서의 학문

 

 

    학문(學問)은 배움과 물음을 통해 지식과 인격을 높이는 일이다. 물음은 비었음(缺乏)이고, 배움은 채움(充滿)이다. 비었음은 어떤 세계가 자신의 바깥에 있어서 알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키고, 채움은 배움을 통해 그것이 안으로 들어와서 자신의 것으로 되었음을 의미한다. 알 수 없는 세계는 우리로 하여금 호기심을 낳게 하여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해결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었음은 빈 공간을 채우려는 욕구를 유발하고 배움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것을 해결한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와 그것에 대한 충족은 한 번의 물음과 배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배워서 그 비었음을 채우면 새로운 차원을 향한 비었음이 생기고, 그것을 또 채우면 다시 더 높은 차원의 비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 두 가지가 끊임없이 돌고 도는 수레바퀴와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는 존재가 된다. 따라서 배움과 물음의 길은 끝이 없고, 또한 끝이 있어서도 안된다. 동물은 먹이에 대한 비었음이 중심을 이루는 생을 살지만 사람은 생각의 비었음이 중심을 이루는 삶을 살기 때문에 물음과 배움의 순환에 끝이 있거나 보이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신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정신의 비었음으로 인해 생기는 호기심이 매우 강했다. 궁금증이 생기면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고 반드시 풀어야 했고, 필요한 물건이면서 처음 보는 것은 어떤 방법을 쓰든 그 것의 성질을 파악하여 사용법을 알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였다. 풍선처럼 잔뜩 부풀어 오른 호기심을 품고 새로운 것을 마주하고 서면 그것을 해결했을 때의 짜릿함에서 오는 쾌감을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이것은 어린 시절 나를 지탱해주는 가장 큰 버팀목이기도 했다. 그러던 고교시절의 어느 날, 친구로부터 “말로는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상당히 굴욕적인 조언을 들었을 때 나는 마치 망치로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던 친구의 조언이 세상에서 처음 들어보는 말처럼 생경하고 뼈아프게 내 영혼을 울려댔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오직 공부라는 것에만 전념하게 되었다. 공부를 통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나의 지식과 인격을 높이고 향상시켜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물음과 배움에서 생기는 설렘과 기쁨으로 인해 나머지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공부에 미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끊임없이 계속되는 물음과 배움으로 시작된 나의 인생길은 이보다 더 큰 설렘과 기쁨을 안겨주는 대상을 찾지 못한 관계로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물음과 배움을 반복하면서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학문의 길은 연륜이 쌓이면서 나에게 나눔과 넘침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으니, 그것은 바로 가르침을 통한 지식의 나눔과 저서라는 결과물에서 오는 넘침이었다. 가르침이라는 나눔이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는 군자삼락(君子三樂)에서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일이 세 번째로 즐거운 일’이라고 한 말로 일찍이 맹자께서 설파한 바가 있다. 그리고 열정과 집중을 통해 옹달샘에서 물이 넘치듯 흘러나오는 연구결과물은 물음과 배움이라는 학문의 길이 만들어내는 두 번째의 즐거움이라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나눔을 실천하는 가르침은 독창적인 생각을 정리하게 해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낼 바탕을 제공하고, 넘치듯이 흘러나오는 저서를 통해 마련된 이론은 더욱 알찬 가르침을 가능하게 하니 이 둘은 학문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과도 같은 존재가 된다.

 

    그러나 물음과 배움이 순환적으로 반복되는 이러한 학문의 길은 비단 학자에게만 주어지고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삶의 방식과 살아가는 공간이 각각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설계하고 운영함에 있어서 물음과 배움만큼 자신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 없고, 즐거움과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묻고 배우는 일을 통해 하나씩 자신을 완성시켜 나가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아 알게 된다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것이 기쁘다’고 한 공자의 말씀이 우리 모두의 삶을 이루는 근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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