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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의세계/매창

허균과 매창

by 竹溪(죽계) 2006.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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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1)



                 <계랑(桂娘)의 죽음을 슬퍼하다>


계생(桂生)은 부안(扶安) 기생인데, 시에 능하고 글도 이해하며 또 노래와 거문고도 잘했다. 그러나 천성이 고고하고 개결하여 음탕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 재주를 사랑하여 교분이 막역하였으며 비록 담소하고 가까이 지냈지만 난(亂)의 경에는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가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 그 죽음을 듣고 한 차례 눈물을 뿌리고서 율시 2수를 지어 슬퍼한다.


신묘한 글귀는 비단을 펼쳐 놓은 듯/妙句堪擒錦

청아한 노래는 가는 바람 멈추어라/淸歌解駐雲

복숭아를 딴 죄로 인간에 귀양왔고2)/偸桃來下界

선약을 훔쳤던가 이승을 떠나다니3)/竊藥去人群

부용의 장막에 등불은 어둑하고/燈暗芙蓉帳

비취색 치마에 향내는 남았구려/香殘翡翠裙

명년이라 복사꽃 방긋방긋 피어날 제/明年小桃發

설도4)의 무덤을 어느 뉘 찾을는지/誰過薜濤墳


처절한 반첩여(班婕妤)의 부채5)라/凄絶班姬扇

비량한 탁문군(卓文君)의 거문고6)로세/悲涼卓女琴

나는 꽃은 속절없이 한을 쌓아라/飄花空積恨

시든 난초 다만 마음 상할 뿐/衰蕙只傷心

봉래섬에 구름은 자취가 없고/蓬島雲無迹

한바다에 달은 하마 잠기었다오/滄溟月已沈

다른 해 봄이 와도 소소7)의 집엔/他年蘇小宅

낡은 버들 그늘을 이루지 못해/殘柳不成陰

(󰡔성소부부고󰡕 제2권, 시부(詩部) 2, 병한잡술(病閑雜述))



              <계랑(桂娘)에게 보냄> 기유년 1월


  아가씨는 보름날 저녁에 비파를 타며 산자고(山鷓鴣)를 읊었다는데, 왜 한가하고 은밀한 곳에서 하지 않고, 바로 윤비(尹碑) 앞에서 하여 남의 허물 잡는 사람에게 들키고, 거사비(去思碑)를 시로 더럽히게 하였는가. 그것은 아가씨의 잘못인데, 비방이 내게로 돌아오니 억울하오. 요즘은 참선(參禪)은 하는가? 그리운 정이 간절하구려.

(󰡔성소부부고󰡕 제21권, 문부(文部) 18, 척독하(尺牘下))



송강(松江) 정 상공(鄭相公 : 이름은 철(澈))의 소실이 남편의 호색(好色)을 간한 시는 다음과 같다.


도헌(都憲) 벼슬 낮지도 않고/都憲官非下

그 충성 나랏님도 아시는 터인데/忠誠聖主知

나라를 경륜할 솜씨를 가지고/徒將經國手

부질없이 날마다 기녀(妓女)만 마주하시다니/日日對蛾眉

 

(󰡔성소부부고󰡕 제26권, 부록 1, 󰡔학산초담(鶴山樵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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