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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우리문화칼럼

대중가요의 성격

by 竹溪(죽계) 200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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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의 성격

 

     우리 나라에서 민요와 성격이 다른 새로운 노래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c말 개화기부터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것이 본격화된 시기는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서양의 기계를 통하여 대중가요가 보급되기 시작한 20c 초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식의 가락을 살리면서 서양의 7음계에 맞추어서 부르기 시작됐던 대중가요는 이제는 누구나 부르는 노래로 정착되었고, 불과 수십년 전에 유행했던 대중가요들이 텔레비전 프로에서는 전통가요라고 소개되는 기이한 현상까지 낳고 있다. 이와 같이 불려지기 시작한지 100년이 채 못되는 대중가요가 국민의 노래로 정착된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이 점은 대중가요가 가지는 성격을 민요와 비교해서 살펴보면 자연히 규명되리라고 생각된다.

  

1. 특별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이다.


     대중가요는 공동체 구성원이기만 하면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민요와는 달리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훈련을 거쳐서 부르는 노래라는 점이 가장 기본 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가요를 부르는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가수라고 하는데,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훈련과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는 일반인들과는 구별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가수는 무당이나 판소리꾼과 마찬가지로 직업적인 소리꾼이라는 것이다. 직업적인 소리꾼들이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대중가요는 생활 속에서 누구나 부르는 민요와는 구별되는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즉, 대중가요는 歌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가수는 그냥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악기의 반주를 수반하여 노래를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가수는 무대라는 특별한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 점 역시 생활 현장이면 어디에서나 부를 수 있는 민요와 구별되는 대중가요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2. 간접전달 수단을 가진 노래이다.


     대중가요는 우리 나라에 소개될 때부터 민요와는 다른 강력한 전파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대중가요가 강력한 전파수단을 가지지 못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힘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대중가요가 가진 초기의 전차수단은 라디오와 축음기였다. 사람도 없는 기계 속에서 사람의 소리가 흘러나오는 도깨비 같은 라디오와 축음기는 여러 사람들에게 신기한 존재였으며 대중가요를 듣고 부르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이렇게 시작한 대중가요는 텔레비전이 나오면서 좀더 강력한 전파수단을 가지게 되었는데, 현대사회에서 텔레비전이 가지는 막대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대중가요의 근본적임 힘은 바로 라디오와 텔레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제는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우리의 삶의 한 부분처럼 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전파수단으로 사용하는 대중가요가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삶의 현장에서 행해지는 여러 행위나 놀이의 현장에서 행해지는 민속무용 등이 민요의 모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바꾸어 말하면 대중가요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없으면 존재하기 어려운 노래라는 성격을 가진다.


     3. 일정한 여가 공간에서 불려진다.


    대중가요는 늘 일정한 여가의 공간에서 불려진다. 어떤 대중가요이든 간에 일정한 여가공간으로서의 무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불려지니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현장이면 어디에서나 불려지는 민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질을 가진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민요는 삶의 현장을 떠나서는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소멸하거나 더 이상 민요가 아닌 것으로 되고 만다. 그런데 대중가요는 출발점부터 삶의 현장이 아닌 여가공간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민요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중가요는 여가공간에서 불려지면서도 특별한 훈련을 받은 가수가 부르며, 항상 악기의 반주를 수반하기 때문에 매우 특이한 여가 공간에서 향유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민요의 여가공간이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여가공간인데 비해서 대중가요의 여가공간은 특별한 사람이 대중을 대상으로 하여 일방적인 행위를 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중가요에는 기능성이 소거된다. 노동의 현장에서 불려지든 여가의 현장에서 불려지든 민요는 어떤 경우에도 기능이 강조된다. 그러나 가수들에 의해서 불려지고 매스컴을 타고 전달되는 대중가요에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현대의 여가공간은 삶의 현장과 유리된 상태에서 만들어지고 즐겨지는 것이다.


4. 향토성이 없다.


     대중가요는 아주 일부의 사람들이 만들고 개인적인 가수들이 부르기 때문에 지방적인 특색을 들어내는 향토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대중가요에는 개인적인 취향을 있을지 몰라도 지역적인 특색을 가지는 향토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대중가요의 경우에도 특별한 노래에서는 향토성이 발견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현상이지 대중가요 전체가 가지는 성격은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가요는 주제에 따른 분류가 가능하다. 지역에 따른 분류는 전혀 불가능하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노래에 향토성이 존재하지 못하는 점도 대중가요가 민요와는 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유행가들은 외국에서 만들어져서 유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민족성도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서양의 노래를 많이 수용하고 있는 현대에는 서양의 문화가 여과 없이 유입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대중가요가 등장하면서 처음에는 지역적 특색을 가진 향토성이 사라지고, 다음에는 민족적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에 담겨 있는 민족성 또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5. 작자가 뚜렷이 존재하며 노래의 생명력이 길지 않다.


     작자를 전혀 알 수 없는 민요와는 달리 대중가요는 작자가 뚜렷이 존재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불려서 유행되기는 해도 대중가요에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대중가요는 이와 같이 작자고 뚜렷이 존재하고 개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오랫 동안 불려지지 않는 성격을 가지게 된다. 즉, 대중가요는 특별한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불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노래의 생명력이 민요에 비해서 길지 않게 되는 것이다. 즉, 한번 유행하면 대부분의 노래들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지게 된다. 그리고 유행하는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많은 노래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대중가요는 종류는 많아도 내용과 가락이 매우 비슷하다. 이 점은 바로 생명력이 길지 못한 대중가요의 성격에서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6. 聽者와 唱者가 분리되며 일방적인 수용이 강요된다.


   민요는 노래를 부르는 唱者와 노래를 듣는 聽者가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정서와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정서가 일치한다. 그러나 대중가요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노래를 듣는 사람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정서의 일치는 매우 제한적이며 부분적일 수밖에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대중가요는 매체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 聽者와 唱者가 분리되면서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것이 바로 라디오와 텔레비전 같은 전파수단이기 때문에 대중가요는 이러한 전파수단에 철저하게 의존할 때만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가요는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수용하도록 하는 강제성을 띠게 된다. 현대사회는 어디를 가더라도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는 살수 없을 정도로 되었으므로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수용이 강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唱者와 聽者가 분리되며 일방적인 수용이 강요된다는 말 속에는 전파수단을 움직일 수 있는 주체에 의해서 노래가 조작되어서 이용될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대중가요는 전파수단인 매체에 의해서 얼마든지 조작되고 왜곡될 수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聽者와 唱者가 분리되며, 매체를 전달 수단으로 삼는 대중가요의 성격이 바로 이러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거리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
            숨쉬는 거리다 미풍은 속삭인다
            불타는 눈동자 불러라 불러라
            불러라 거리의 사랑아 ...
                                  - 감격시대 -

            달실은 마차다 해실은 마차다
            청대콩 벌판위에 휘파람을 불며불며
            저언덕을 넘어가면 새세상의 문이있다
             ....
                                   - 복지만리 -

      위의 노래들은 모두 일제시대에 유행한 대중가요들이다. 앞의 것은 1930년대에 불려진 것이고, 뒤의 것은 1940년대에 불려진 노래이다. 앞의 것은 식민지의 현실을 왜곡해서 표현한 것으로서 노래의 어디에도 식민지의 암울함이나 울분 같은 것은 없다. 그리고 뒤의 것은 만주침략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유행시킨 것이다. 이 노래에도 조국의 해방을 바라거나 식민지의 슬픔을 읊은 곳은 없다. 위의 노래들을 보면 여론조작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노래를 통한 국민정서의 왜곡이 얼마나 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종이 가능한 것은 바로 聽者와 唱者 사이에 끼어든 전달수단을 이용한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7. 유행하면 누구나 부르는 노래로 된다


      대중가요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주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대중가요의 모태가 되기는 하지만 민요의 모태가 되는 일이나 놀이의 현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은 삶의 일부처럼 일상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기계나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제3의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민중은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일방적으로 대중가요를 수용할 뿐 민요에서 처럼 민중 자신이 노래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수용된 대중가요가 널리 전파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불려지게 되면서 부터는 그 성격이 바뀌게 된다. 즉 소수의 사람이 부르던 노래가 일반대중이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제 대중가요는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훈련을 거쳐서 부르는 歌의 성격에서 누구든 어느 자리에서나 부를 수 있는 노래인 謠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무대에서 악기의 반주를 수반하여 불려지던 노래가 이제는 악기의 반주가 전혀 없이 아무 자리에서나 불려지게 됨으로서 노래의 성격 자체가 변모되는 것이다. 대중가요의 전달수단인 대중매체가 바로 이러한 도깨비 같은 성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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