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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우리문화칼럼

문화의 세기란 무엇인가?-2

by 竹溪(죽계) 200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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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화는 사회의 공유현상이다.


  문화는 집단이 만들어내고 즐기는 공유된 현상의 하나이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자연을 지배한다고 해도 자연의 일부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만큼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고, 자연을 벗어나지 않는 한에 있어서는 자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집단을 이루어 자연의 영향 아래 있으면서도 그것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면서 삶을 영위해 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環境順應的인 삶만을 사느냐 아니냐에 따라 사람과 다른 동물과의 구별도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사람은 자연을 가공하여 자신의 필요에 맞도록 만들어 삶을 풍족하게 하는 힘을 가지게 되는데, 이 힘은 창조적인 성격의 집단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에서 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그것은 집단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사회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이 된다. 그 구성원이 점점 많아지게 되면 나중에는 거대한 조직의 집단을 형성하게 되는데, 가장 큰 집단을 국가라 할 수 있고, 가장 작은 조직은 남녀가 함께 사는 최소단위의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에서 가족, 가족에서 씨족, 씨족에서 부락, 부락에서 부족, 부족에서 국가로 발달해온 것이 바로 인류사회의 역사라 할 수 있는데, 사람의 집단이 여타의 동물집단과 다른 것은 혈연을 중시함과 동시에 개인적인 능력보다는 집단의 능력을 더 중시한다는 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녀가 구성원이 되는 가장 작은 단위의 가정을 맨 아래의 구성요소로 하는 국가라는 거대한 집단을 만들어내지만, 이 국가가 개인처럼 一絲不亂하게 움직이게 함으로써 다른 어떤 동물집단도 보여주지 못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인류는 집단이 공유하는 여러 현상들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문화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는 것이 된다. 이처럼 문화는 집단을 기본으로 하는 공유현상이기 때문에 집단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 그리고 씨족, 부족, 국가 등이 가진 성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고 각각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게 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화는 그 집단 구성원들이 갖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구성원들의 삶에 맞기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문화라는 것은 優劣의 비교가 가능한 기능적인 성격을 가지는 문명과는 달리 우열의 비교가 불가능한 비기능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를 비교하여 어떤 문화가 낫다고 하는 것은 사대주적 혹은 제국주의적 시각에 빠진 옳지 못한 견해이다. 집단의 공유현상이라는 이러한 성격을 지니는 문화는 수 없이 많은 현상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 중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것들을 대해서만 논의하려고 한다. 여기서 살펴보려는 것은 언어문화, 교육문화, 개인적 이기주의 문화 등이다.

      

 문화현상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언어라고 볼 수 있다. 언어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그리고 필수적으로 필요했던 소통수단이었기 때문에 언어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그 궤적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언어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집단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고, 그렇게 되면 자연을 가공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것으로 만들어 가는 기술인 문명을 만들어나가는 속도가 무척 느렸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통해 창조적인 생각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인류는 다른 어떤 집단도 가지지 못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지금의 문명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라는 문화는 인류문명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기 위한 외국어 교육에 상상을 초월하는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이 투자는 기본적으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제국주의와 철저한 개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수많은 문화현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언어문화만을 공유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힘을 앞세워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제국주의적 발상에 근거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노력들이 개인적인 출세와 영달을 목적으로 하는 무계획적인 발상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런 차원에서 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필요에 의해 이루어져야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에 국가 기관으로 譯官을 두어 외국어 정책을 계획적으로 했던 사실을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외국어 교육을 개인에 맡겨둘 경우 그로 인해 야기되는 국가적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현대사회가 아무리 글로벌시대라 하더라도 한 국가의 모든 구성원이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것은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해왔던 언어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을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몇 개의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렇게 말해서도 안될 것이다. 다만 우리 언어문화의 일부를 차지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어버린 외국어 교육에 투자되는 비용이 국가경제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효율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가 사이의 국제관계가 중요시되는 만큼 그것에 맞는 인력들을 좀더 체계적으로 키워나갈 수만 있다면 국가경제력에서나 국제경쟁력의 면에서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한 외국어를 잘하는 것이 마치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되는 것처럼 사회전체의 분위기를 몰아감으로써 그곳에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과 비용이 과연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는 것인지 아니면 부작용이 더 큰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일이 가능하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언어정책을 재검토하여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는 언어문화를 바로 잡아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현재 같은 현상들이 계속될 경우 어느 한 외국어만을 선호하는 문화적 사대주의는 더 심화될 것이고, 그에 비례하여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지게 될 것이다. 21세기는 문화 중심의 세계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언어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하여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우리의 문화도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알려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어느 한 국가와 언어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처럼 되는 현상을 결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세계화를 위한 언어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글에서는 교육문화와 개인적 이기주의문화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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