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대같은 울음"이란 말의 유래
근래까지만 해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썼던 표현 중에 ‘줄대 같은 울음’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런 표현을 잘 쓰지 않게 되었고, 이 말의 유래나 뜻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많지 않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우리 민족의 생활민속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문화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도 사실입니다.
‘줄대 같은 울음’이란 말은 줄대 같이 참았다가 우는 울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줄대 같이 참는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줄대는 빨래를 받치는 대(바지랑대, 빨랫대)를 말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빨래는 매우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은 세탁기에 빨아서 탈수한 다음 집 안에 널어서 말리거나 베란다에 걸려 있는 빨랫대에 널어서 말립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생활에서는 시냇가에 가서 빨래를 빤 다음, 그것을 손으로 짜서, 집으로 가지고 와 마당에 널어서 말렸습니다. 그래서 안채에서 마당을 가로질러 사랑채나 화장실을 향해 매어 놓은 빨랫줄이 늘 있게 마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빨랫줄이란 것이 아무리 팽팽하게 당겨서 매 놓아도 자꾸 늘어지는 데다가 무거운 빨래를 널면 줄이 밑으로 처져서 빨래가 땅바닥에 끌리기 쉬웠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끝에 가지가 진 긴 장대를 사용하여 빨랫줄을 떠받쳐 놓는 것이었습니다.
물에 젖은 빨래를 널 때면 우선 빨래를 건 다음, 반드시 이 장대로 높이 떠받쳐 놓았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빨랫줄을 받치고 있는 장대가 바로 줄대입니다.
그러면 줄대 같이 참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바로 여기에 우리 선조들의 언어관과 표현의 묘미가 나타납니다.
물기가 잔뜩 묻어 있는 빨래를 널고 줄대로 받쳐 놓으면 빨래의 무게 때문에 줄대가 아주 힘겨워하는 상태가 됩니다. 아주 힘겨워서 억지로 받치고 있는 상황이 되는데,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주 위태롭게 느끼도록 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줄대가 부러져서 빨래를 망치는 일도 종종 있게 마련입니다.
아주 무거운 것을 힘겹게 받치고 서 있는 줄대의 모양을 보고 줄대 같이 참는다고 생각했고, 참았다가 갑자기 울어대는 큰 소리의 울음을 줄대 같은 울음이라고 하게 된 것입니다.
줄대 같이 참았다가 우는 울음은 바로 이렇듯 아주 힘겹게 참고 참았다가 쏟아 놓는 울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을 줄여서 줄대같은 울음, 줄대같이 울다 등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표현의 의미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면밀하게 관찰한 사람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러한 표현이 문학작품 속에 등장한 예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춘향전?의 이본인 ?남원고사?에 보면 춘향과 열심히 연애를 하고있는 상태의 이몽룡에게 어느날 아버지가 말합니다. 선정을 펼쳐서 승진하여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몽룡은 춘향과 헤어질 생각이 들면서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아버지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는데, 이때 몽룡의 울음을 줄대같이 참았다가 울음을 내놓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원문의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장이나 설운 우름 줄대가치 참았다가 입을 열제 한 마디 소래 툭 터지며 악바회골 모진 범이 절고공이로 쌍주리를 틀리고.....’
춘향전 주석을 주로 한 어떤 책에서는 ’울음이 줄어들 때까지‘라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완전히 틀린 것인데다가 문맥상으로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표현은 일상언어 속에도 다음과 같이 남아 있습니다.
줄대같은 울음을 울다.
줄대같은 울음을 내놓다.
줄대같이 참았다가 울다.
등의 표현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표현들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우리들의 곁에서 사라져간 줄대와 함께 언어생활에서도 사라져 갔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고전소설의 해설서를 읽을라치면 어려운 한자 말은 잘 설명이 되어 있어도 쉬운 것으로 생각되었던 우리말 표현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거나 틀린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참고 참았다가 아주 서럽게 우는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언어생활에 여유를 주었던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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