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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세계/재미있는 우리말

같잖다의 어원과 의미

by 竹溪(죽계) 2023.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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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잖다의 어원과 의미

 

같잖다의 뜻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1, 하는 짓이나 꼴이 제격에 맞지 않고 눈꼴 사납다. 2. (주로 같잖은 꼴로 쓰여서) 말하거나 생각할 거리도 못 된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전의 의미로 보면 말하려고 하는 대상(사람, 사물, 현상 등)에 대해 매우 무시하거나 하찮게 생각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의 구조, 어원, 속뜻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말하는 사람 자신을 비하하거나 내가 하찮은 존재라고 스스로 드러내는 뜻이 더 강해서 매우 흥미롭다.

 

같잖다라는 표현은 같지 않다(不似)’의 줄임말이다. 중세국어 표기로 하면 ᄀᆞᆮᄒᆞ다+ᄋᆞᆫ하다이다. 앞은 긍정이고 뒤는 부정이다. 이 두 개가 합쳐져서 지금의 같잖다라는 표현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같지의 기본형은 같다인데, 중세국어에서는 ᄀᆞᆮᄒᆞ다이다. ‘갇+하의 형태인데, ‘의 뜻이 현대어의 같다이다. ‘으로 된 이유는 이 뒤에 오는 과 연결되면서 격음화되었기 때문이다. ‘ᄀᆞᆮᄒᆞ다’->갇하다->‘가타다로 되었다가 같하다->같다로 된 것이다. ‘두 뿔이 갈갇 날캅고’(두 뿔이 칼같이 날카롭고), ‘하날 벼리 눈갇 디니이’(하늘의 별이 눈처럼 떨어졌습니다) 등의 용례에서 알 수 있듯이 ᄀᆞᆮ’, ‘은 조사로 쓰여서 같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ᄋᆞᆫ하다에서 ᄋᆞᆫᄋᆞ니의 준말로 현대어에서는 ’, ‘아니에 해당된다. 부사어인 이 말은 동사와 같은 용언 앞에 쓰여서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이 말이 들어간 표현은 모두 어떤 사람이나 사물, 현상 등이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과는 반대임을 나타내면서 그것을 부정한다는 의미가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는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인 판단 같은 것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르므로, 혹은 나와 반대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하면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된다.

 

이제 같지 않다’가 줄어서 된 말인 같잖다로 돌아와 보자. 사람에 대해 말할 때는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당신은 무조건 틀렸어, 혹은 무조건 반대야 등의 뜻이고, 사물, 현상에 대해 말할 때는 그것을 얕보거나 하찮게 여기는 뜻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 상대가 사람이라면 말하는 사람과 같지 않으므로 무조건 조롱하고, 무시하며, 배척한다는(其於不似之譏-다름을 조롱하다) 뜻이 된다. 그러므로 이 표현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인 내로남불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된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려서 자기가 얼마나 천박한 존재인지를 드러내는 상황으로 되는 것이다. 일상 언어 생활에서 참으로 조심해야 할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표현을 공식적인 자리 같은 곳에서 함부로 입 밖에 내뱉는다면 말이 자신을 헤치는 날카로운 칼날로 작용하는 순간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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