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내다(送秋)
코로나 덕분인지 올해 가을은 매우 가을다웠다.
날씨도 온화한데다 공기도 좋아서 가을다운 날씨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말에서 가을의 어원을 정확히 알 수 없는데, 한자의 秋는 유래를 잘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
秋(가을 추)의 초기 글자는 𪛁(가을 추)였다.
禾는 모든 곡물(곡식)을 나타내고, 火는 불을 질러 태운다는 뜻이다.
그리고, 龜는 곤충의 알이 딱딱한 껍질을 뒤집어써서 마치 거북의 등 같다는 뜻이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는 𪛁는 매우 현실적이며, 기능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가을은 모든 곡식이 열매를 맺어 풍성하면서도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메뚜기나 기타 여러 종류의 해충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두꺼운 껍질로 몸을 감싸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龜를 써서 벌레가 거북의 등 모양이 되었음을 나타냈다.
세 가지 구성요소 중 禾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요소는 내년의 봄을 준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된다.
즉, 들판이나 풀숲 같은 곳에 불을 질러서 껍질을 쓴 해충이나 그것의 알 등을 태워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가 끝나면 새로운 하나가 시작되고, 시작되어야 함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글자의 형성과정에서 이러한 생각을 반영하여 가을을 나타내는 𪛁라는 글자는 만들었으니 참으로 영특하다고 할 수 있다.
입동도 지났으니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이다.
가을을 보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삶의 일상 >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악산을 오르다 (0) | 2022.11.19 |
---|---|
송강 정철의 유적을 찾아 (2) | 2022.11.09 |
인천지역 출석수업 (0) | 2022.11.07 |
숨은 코드로 부석사 보기 (0) | 2022.10.20 |
희방사의 역사적 의미 (0) | 2022.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