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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상/2021

落花如雨

by 竹溪(죽계)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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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如雨

 

오늘은 비바람이 불면서 꽃비(花雨)가 눈처럼 날렸다.

 

그야말로 꽃 사이의 나비춤은 어지럽게 날리는 눈과 같고, 버드나무 위에 나는 꾀꼬리는 조각조각 모두가 금(花間蝶舞紛紛雪 柳上鶯飛片片金)이라는 말과 같았다.

 

꽃비, 혹은 화우라는 말은 봄비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지는 꽃이 비처럼 내린다(落花如雨)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광풍이 갑자기 몰아치니 그야말로 비처럼 꽃이 떨어졌다.

마침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영상으로 담을 수 있었다.

영상의 마지막 즈음에는 장끼가 꿩꿩하고 울어서 묘미를 더해주기도 했다.

 

이런 날은 역시 시가 제격이다.

조선 전기의 문인인 서거정의 작품을 살펴본다.

徐居正은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본관은 대구이며, 호는 四佳亭이다. 조수(趙須유방선(柳方善) 등에게 배웠으며, 학문이 매우 넓어 천문(天文지리(地理의약(醫藥복서(卜筮성명(性命풍수(風水)에까지 관통하였다. 그가 살았던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사가정을 본떠서 지하철 7호선 역 이름이 지어지기도 했다.

 

초여름에 짓다(初夏卽事)

 

짙은 푸르름에 고요한 작은 누각 서쪽에

못가의 작은 풀 벌써 가지런하게 파랗네

두건이 꽃비에 젖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종일 난간에 기대 꾀꼬리 소리만 듣노라

(濃陰寂寂小樓西 細草池塘綠已齊 不識角巾花雨濕 倚欄終日聽鸎啼善)

 

이 비가 지나가고 나면 이제부터는 만물이 열매를 맺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성장하고, 강해지는 여름이 올 것이다.

 

그야말로 푸른 녹음과 꽃다운 풀이 꽃보다 더 좋은 시절(綠陰芳草勝花時)이 오는 것이다.

 

여름에는 코로나도 한풀 꺾이고, 좀 더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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