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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세계/시간이야기

문학과 시간성의 문제

by 竹溪(죽계) 200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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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時間性


   이렇게 하여 형성된 시간적 순환성은 우주 내에 있는 모든 현존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왜냐하면 우주 내에 있는 현존재는 모두 이 순환성에 맞추어서 생겨나고 변화하며 소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적 순환성에서 가장 큰 단위는 일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계절로 이루어지면서 이것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형태를 취한다. 그리고 가장 작은 단위의 시간적 순환성은 하루라고 할 수 있는데, 하루는 낮과 밤이라는 양분된 현상을 통하여 끊임없이 반복되는 같은 형태의 시간적 순환성을 확보한다.

 

   그러므로 우주 내에 있는 모든 현존재는 사계절의 순환성과 하루의 순환성을 중심으로 하여 모든 활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봄에 번식을 하고 여름에 키우고, 가을에 거두며, 겨울에는 휴식을 취하는 생명체의 활동구조는 모두 시간적 순환성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과 휴식은 짧은 단위에서는 하루를 주기로 이루어진다.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휴식을 취하는 생명체의 주기적이며 순환적인 활동은 바로 이러한 시간적 순환성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도 우주 내의 현존재인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시간적 순환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한다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질서를 바꾸지 않는 한 시간적 순환성의 지배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는데, 인간의 육체는 우주가 가진 이러한 시간적 순환성에 맞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즉, 유기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소비하여 일정 기간 생산활동을 함으로써 생산물이 나오는 만큼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데, 유기체가 가진 힘은 유한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소모된 힘을 다시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되는데, 소모된 힘을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휴식을 취하면서 먹이를 먹어 주어야 하는 구조로 우리의 육체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휴식 시간을 갖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낮의 활동과 밤의 휴식이라는 순환적 구조를 어느 부분까지는 무시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순환성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적 순환성은 인간의 모든 활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하는 모든 활동이 시간적 순환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람이 창조하는 것들도 당연히 이 순환성에 영향을 받거나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사람이 창조하는 수많은 사물현상들 중에서 문학과 시간적 순환성의 문제에만 국한하여 논의를 전개하도록 하겠다. 문학은 예술의 한 분야로서 사람의 정신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인데, 거의 모든 문학갈래가 시간적 순환성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문학이 시간적 순환성을 무시한다면 작품의 구조와 형성 등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선 서사구조를 가지는 소설에서 낮과 밤의 주기적 순환성을 무시하고서는 어떤 작품도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노동과 밀접한 관련 속에서 만들어지고 불려지는 민요의 경우도 사계절의 주기적 순환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문학에서 이러한 순환성이 무시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문학이 아니거나 아주 특수한 성격을 가지는 새로운 문학이 될 것이다. 그 외의 문학 갈래도 순환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적 순환성은 거의 모든 문학갈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문학이 시간적 순환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은 아마도 문학이 시간에 절대적으로 지배를 받는 시간 예술이고 개념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중심 기능을 하는 언어로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는 시간 속에 생성되고 소멸하는 소리를 매개로 하기 때문에 일회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어는 개념을 형성하여 현존재와 소리가 가진 일회성을 극복하고 영원과 관계를 가짐으로써 시간을 순환성으로 파악하여 시간적 한계를 넘어서기도 한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언어는 말하는 사람의 의사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언어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게 된다. 언어에 의해서 새롭게 창조된 세계 중에서 예술적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을 문학이라고 한다면 문학은 언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문학은 역사와 사회와 철학 등을 수용하여 그것을 작품 속에 녹여내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언어의 꽃이면서 동시에 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언어예술인 문학 중에서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온 것이 바로 시가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자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구전되는 노래로만 불려지던 것이 문자가 발명되면서부터는 문자로 정착되는 형태를 가지게 되고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한 것이 시가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서정과 서사와 극과 음악의 갈래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었지만 후대로 내려오면서 그것이 분리되어 지금은 시의 형태만 남아있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 시대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시가문학에는 문학에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녹아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시가문학이 담고 있었던 문학갈래들이 모두 시간적 순환성과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언어예술인 시가문학 역시 사람이 만들어낸 다른 창조물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적 순환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작가의 생활과 자연을 연결시켜 노래하는 작품들이 주로 이러한 구조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四時歌系統의 시가작품과 月令歌系統의 작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인식조차 할 수 없는 영원이란 것을 언어로 된 개념을 통하여 시간과 관계 맺도록 하여 우리의 인식 체계 속으로 가져와서 공간으로 옮겨 놓은 것이 바로 시간적 순환성인데, 시간적 순환성을 기본 구조로 하여 형성된 것이 바로 四時歌系統의 시가와 月令歌系統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四時歌系統의 시가는 사계절을 작품의 큰 틀로 하여 시간적 변화에 따른 경물의 변화와 시인의 정서를 노래한 작품이기 때문에 사시가계통의 시가는 한 편으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편의 작품이 연첩으로 연결되어 이루어지는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월령가계통의 시가는 일년 열두달의 시간에 맞추어서 작품을 전개시키는 특징을 가지는데, 주로 농사와 관련이 있는 작품들이 이 계통에 속한다. 그리고 월령가계통의 시가는 뚜렷한 목적 아래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시가계통의 시가에 비해서 현상에 대한 묘사와 사실의 전달에 역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시간적 순환성을 작품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월령가에서보다 四時歌系統의 시가에서 더 구체적으로 보이는데, 사시가계통의 시가 작품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현상을 시인이 가진 현세적인 정서들과 연결시켜 노래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시가계통의 작품들은 순환적 시간성을 작품의 구조와 내용의 양 측면에서 활용함으로써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성격을 지니는 시인의 현세적 정서들을 영원성을 확보한 예술적 정서로 바꾸어 놓고 있다.

 

     영원을 시간 속에서 인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필요했던 순환적 시간성이 이제는 시가 작품을 통해서 순간적인 성격을 가지는 시인의 정서들이 확대된 의미를 창조하면서 순간적인 것을 영원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는 순환적 시간성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시가 계통의 시가에 있어서 시간적 순환성의 문제는 단순한 주기적 반복이 아니라 순간을 영원으로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지닌 것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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