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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驪州) 지명 유래

by 竹溪(죽계) 2023.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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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驪州)의 지명 유래

 

()가 붙은 지명을 가진 지역은 조선시대 각 지방 중요 거점 도시에 설치된 지방행정의 명칭인 목()이 설치된 곳이다. 전국에 20곳의 목이 설치되었는데, 모두 지명에 가 붙어 있다. 목이 설치된 곳에는 지방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목사(牧使)가 부임하여 넓은 지역을 다스렸다. 경기도에는 네 군데에 목이 설치되었는데, 여주도 그것 중 한 곳이었다. 이곳의 앞 글자가 검은 말을 뜻하는 ()인 것을 보면 말과 관련이 있는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조선시대에 청심루(淸心樓)가 있었던 驪江을 가보면 실제 말과 관련이 있는 유적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여주 지역은 고구려 땅이었는데, 이때는 골내근현(骨乃斤縣)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굴레 끈()의 한자식 표기라고 보기도 하지만 이것은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신라 경덕왕 때에 황효(黃驍)로 고쳤고, 고려 초에는 황려현(黃驪縣)이라고 했다. 말과 관련된 지명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시기가 신라의 경덕왕 때인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온다. 신라 경덕왕 때 이곳에서 누른 말(黃馬)과 검은 말(驪馬)가 나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고려 초기에 와서 황려현으로 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후대의 이야기는 좀 더 구체적이어서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로 전한다. 아마도 신라 시대를 거쳐 고려를 이르러 지명 전설이 구체화 되면서 증거물로서의 자연상관물이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것이 바로 남한강, 혹은 여강 가에 있는 마암(馬巖)이다. 마암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한 노인이 이곳 강에서 낚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 건너편을 바라보니 다급한 모습으로 손을 내저으면서 강 쪽으로 달려오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다급한 듯이 사공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배가 없었던 관계로 노인은 낚시를 거두고 배를 몰라 건너편으로 향했다. 그때 여인의 뒤편에서 험상궂게 보이는 사내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더 빠르게 노를 저어서 건너편으로 간 노인이 여인을 배에 태우려 하는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뇌성벽력이 치면서 비바람이 불로 물안개가 자욱하게 끼면서 누른 말과 검은 말이 나타났고, 여인은 黃馬를 타고, 사내는 驪馬에 올라타는 것이 보였다. 한참이 지난 후에 바람과 물결이 잦아들면서 안개가 걷히자 두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커다란 바위가 덩그렇게 남아 있었다. 말이 나온 바위라고 하여 이때부터 이것을 마암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황려현이란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었다고 한다. 고려 초기에 黃驪라고 했다가 고려 말기에는 驪興으로 되었고, 조선시대에 驪州로 바뀌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驪興 閔氏 집안에서는 자신들의 시조가 이곳에서 나온 것으로 믿는다.

 

마암은 영월루 근린공원에서 여주대교 방향으로 가다가 다리를 건너기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돌계단을 내려가서 강을 따라가면 끝 지점에 있는 바위다. 바위에는 음각된 한자 글자로 馬巖이라고 새겨져 있다. 여주시에서 세워놓은 안내판 내용에는 여주 지명의 유래가 되는 유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는데, 가는 곳을 찾아내기도 어려운데다가 바로 물가에 날카롭고 험한 바위가 여기저기에 있어 위험하기도 해서 그런지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암과 더불어 아쉬운 점 한 가지가 더 있으니 그것은 마암의 위쪽에 있었던 淸心樓이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인이 최고의 절경으로 꼽았던 곳인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옆에는 20세기 초에 옮겨 세운 迎月樓만이 서 있다. 마암은 驪江, 혹은 남한강의 물 흐름을 막아서 호수처럼 고요하게 만듦으로써 풍광을 더욱 아름답게 하기 때문에 한수마암(捍水馬巖)이라고도 했는데, 고려말 三隱 중 한 사람이었던 牧隱 李穡은 시에서, “물을 막는 공은 마암석(馬巖石)이 높고, 하늘에 뜬 형세는 용문산(龍門山)이 크구나(捍水功高馬巖石浮天勢大龍門山)”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시와 글들이 전해지는데, 하나의 콘텐츠로 재탄생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다.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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