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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단상/기타

[스크랩] 내이름은 소녀/조애희

by 竹溪(죽계) 2018.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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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울신문 <박성서의 7080 가요 X파일>에 연재된 내용입니다.

 

‘꽃이 피면 벌나비가 오는데/나에겐 아무도 와주지 않네/해가 뜨면 새들은 노래하는데/나에겐 아무도 와주지 않네/외로운 창가에 기다리는 마음/조용히 그렇게 사랑해봤으면...’ (하중희 작사/김인배 작곡/조애희 노래)

 

 

첫 데뷔 곡인 이 ‘사랑해봤으면’을 취입한 지 얼마 후 가수 조애희씨는 당시 미8군쇼의 인기 무용수 라복희씨와 팀을 이뤄 홍콩무대로 진출한다.6개월간의 계약일정으로 떠났지만 출국 직전 취입했던 이 노래 ‘사랑해봤으면’은 나오자마자 국내에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동료 라복희씨의 가정사정과 맞물려 조애희씨는 2개월 만에 홍콩활동을 접고 다시 국내무대로 복귀한다.

 

이 ‘사랑해봤으면’을 시작으로 작곡가 겸 연주인 김인배씨와 콤비를 이뤄 ‘내 이름은 소녀’ ‘숲 속의 하루’‘홀로 가는 사람’ 등으로 정상에 오른 그녀는 계속해서 강수향씨와 듀엣으로 불렀던 드라마 주제가 ‘딸이 좋아요’,‘민들레꽃도 봄이면 핀다’ 같은 곡들을 잇달아 발표한다.

 

이 무렵 뭇 남성들의 짝사랑 대상이었던 신데렐라 조애희씨가 드디어 사랑에 빠진다. 동시에 이 클라리넷 연주인 이동기씨와의 로맨스는 당시 각종 매스컴의 톱을 장식했다.

 

“당시 함께 무대에 섰던 조선호텔의 클럽 ‘프린세스룸’에서 처음 만났는데 첫 인상이 너무 순수해보였어요. 전혀 밤무대에서 연주하는 사람답지 않은 순수한 매력에 이끌렸지요.” 조애희씨의 회고다. 이 무렵 이동기씨가 즐겨 연주하던 레퍼토리 중 하나가 바로 가수 정원의 히트넘버인 ‘허무한 마음’.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노래는 조애희씨가 먼저 발표했던 노래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조애희씨가 먼저 발표할 당시 노래 제목은 ‘너무나 사랑해서’.

 

이렇듯 음악적인 교감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곳곳마다 교묘하게 교차했던 이들 음악커플은 결국 1966년, 웨딩마치를 울린다. 올해로 결혼 40주년을 맞는 이들이 처음 신혼여행을 겸해 찾은 곳이 바로 부산. 당시 최고의 신혼여행지였던 해운대가 위치한 곳이기도 했지만, 조애희씨 입장에서는 비록 고생스러웠을지언정 그래도 아름다운 유년시절의 추억이 있는 부산을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간절히 작용했으리라.

 

때문에 조애희씨는 신랑 이동기씨와 함께 예전에 살던 영도의 봉래동, 옛 이층집 동네를 찾아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금만 뛰어도 집 전체가 흔들리던 위태로운 그 이층집이 안쓰럽게나마 고스란히 남아 있어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비록 그 모습이 너무 초라해 자신이 살던 집은 이미 헐린 것 같다고 둘러대야 했지만.

 

결혼 이후 두 사람은 더욱 호흡을 맞춰 활발한 음악활동을 전개한다. 또한 이때까지 순수한 연주인이었던 이동기씨는 조애희씨를 위해 작곡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다. 첫 작품이 바로 1968년에 발표한 ‘그 사람 바보야’. 이 노래는 후에 가수 정훈희씨가 불러 대중들 사이에서 크게 히트했지만 처음 레코딩의 주인공은 조애희씨였다.

 

이렇듯 재즈 연주인과 인기 여가수의 만남은 서로 최상의 호흡을 이끌어내는 플러스 효과로 작용했다. 이들은 함께 ‘그 사람 바보야’를 시작으로 ‘푸른 하늘 구름처럼’ 그리고 ‘세월’ ‘그대여’ 등을 발표하며 1993년까지 음악적 동지로 함께 음반을 발표했고 또한 비교적 최근인 2000년도까지 함께 재즈클럽 ‘문라잇’ ‘사또’ 등의 무대에도 함께 서왔다.

 

특히 50년 이상 클라리넷을 연주한 탓에 ‘훈장’인 양 윗입술이 지나치게 두꺼운 이동기씨와 재즈 분위기가 한껏 돋보이는 조애희씨와의 조인트무대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국내 유일의 클라리네티스트 이동기씨는 스스로 ‘전당포 인생’이라 할 만큼 가난한 연주인의 길을 걸어왔지만 현재까지도 재즈 클럽 ‘야누스’와 ‘문 글로우’ 무대에 서며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적 미인’의 대명사로 불리던 조애희씨는 이제 무대 활동을 접고 그동안 스스로 소홀히 했다고 여기는 가정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현재 이들 부부의 슬하에는 아들 둘, 그리고 얼마 전 아들을 꼭 빼닮은 손자를 보았다.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 무대 활동을 하느라 제대로 뒷바라지 못한 아쉬움이 매우 큰 만큼 이제라도 아이들에게 못다 베푼 사랑을 손자에게 쏟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내비치는 조애희씨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보였다.

 

 

김인배 - 내 이름은 소녀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출처 : 석동정
글쓴이 : 사랑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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