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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단상/기타

[스크랩] 한 밤의 상념

by 竹溪(죽계) 2018.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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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夜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디찬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瓦斯燈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 해 황망히 날개를 접고

늘어선 고충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 벙어리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구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출처 : 손종흠의 홈페이지
글쓴이 : 無時不習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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